묵향 3권 14화 – 여행을 떠나세나

여행을 떠나세나

“타주님, 비무대회를 개최한다는 방문을 거의 전 중원에 배포했습니다.”

“전 중원에? 그 정도로 본타의 인력이 남아돌지는 않을 텐데?”

“아, 그건 의뢰를 했죠. 현 무림에서 숫자가 가장 많은 문파하면 개방이 아니겠습니까? 그들에게 방문을 붙여 달라고 의뢰를 했습니다. 비무대회 개최를 두고 개방 에서 우리들에게 상관할 일이야 없으니까 순순히 의뢰를 받아들이더군요. 돈이 좀 들었지만 뭐 직접 뛰어 다니는 것보다야 경비가 적게 들죠.”

“하지만 개방도 명색이 9파1방에 들어가는 명문인데, 순순히 의뢰를 받아들였다는 게 좀 찝찝하군.”

“흐흐, 그놈들도 이 기회를 이용해서 첩자를 이곳에 침투시키기도 편할 테니 허락을 했겠죠. 사실 이런 식으로 받아들여 봐야 고수들은 거의 모집이 안 된다는 것 을 그놈들도 잘 아니까요.”

“그래, 몇 명이나 뽑을 생각인가?”

“한 3천 명 정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3천이나? 돈이 많이 들 텐데…….”

“요즘 들어 원체 사업이 잘되는 덕분에 그 정도 여력은 있으니 걱정은 마십시오. 중경과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관계로 사업하기에는 그만입니다. 그리고 낙양의 본교 세력도 꾸준히 흡수되고 있구요. 지금 들어오는 보고를 종합해 본 결과 의외로 낙양의 기업들이 알짜들입니다. 방 타주가 아주 관리를 잘했더군요.” “방 타주의 실력이야 내가 그 사람 밑에 있어 봤으니 잘 알지. 돈벌이가 잘된다니 다행이군. 그런데 전체적인 토목 공사는 잘되어 가고 있나?”

“예, 지금 거의 5할 정도 완성되어 있습니다. 비무대회를 개최할 때쯤이면 완성될 것입니다. 그리고 근처에 있는 사파 계열의 문파들도 다섯 군데나 흡수했습니다. 요즘은 일이 너무 손쉽게 풀리는 바람에 제가 다 어리둥절할 정도라니까요. 저조차도 타주께서 거느린 세력들의 힘이 공포스럽게 느껴질 때가 간혹 있습니다. 그런 데 타주께 한 가지 여쭐 것이 있습니다.”

“뭔가?”

“마교의 5대 세력이라면 천마혈검대(天魔血劍隊), 수라마참대(修羅魔斬隊), 천랑대(狼隊), 염왕대(閻王隊), 자성만마대(紫星萬魔隊)라고 들었고, 염왕적자나 천리독행에게 물어서 대략적인 그 힘을 파악했지만 정확히 알기는 힘들더군요. 그들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좀 자세히 알려 주십시오.”

“흐음, 본좌도 어느 정도는 주워들은 것이 대부분이지만, 그것을 종합했을 때 본좌와의 정면 대결을 기준으로 말한다면, 1천 명으로 구성된 천랑대라면 본좌 혼자 서도 처치가 가능하지. 하지만 5백 명으로 구성된 수라마참대라면 나를 아마 엄청 고생시킬 수 있을 정도일 거야. 그리고 1백 명으로 구성된 천마혈검대라면 정면 대결로는 본좌도 그들을 처치할 수 없어. 치고 빠지는 작전을 계속하면서 그들의 포위망에 걸리지만 않는다면 나중에는 다 죽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과연 마교의 정예라 할 만하군요. 그들만으로 탈마의 고수를 해치울 수 있다면……”

“하하하, 하지만 사실 나를 죽이려고 든다면 천마혈검대보다는 원로원을 투입하면 더욱 손쉽지. 원로원의 영감들은 상하 실력 차이가 심하지만 아마 실력 있는 자 가 50여 명 정도 모이면 나를 충분히 없앨 수 있을 거야. 하지만 원로원은 공격보다는 방어의 개념이고 또 교내(敎)의 권력 다툼에는 중립을 지킨다는 점이 다르 지. 교주라도 그들을 어떻게 할 수 없어. 본좌도 그 점을 믿고 있는 것이고…….”

“허면 원로원의 고수는 몇 명입니까?”

“아마 3백여 명 정도일 걸세. 거의가 다 죽기 직전쯤 되는 노마물(老魔物)들이니까 숫자가 왔다 갔다 하지.”

“원로원이 방어의 개념이라면 그들의 출동은 언제, 누가 결정합니까?”

“뚜렷하게 결정하는 사람은 정해져 있지 않아. 본교가 존망의 위기에 걸려 있을 때 그들이 움직이지. 아무나 그냥 움직이라고 해서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야. 그만 큼 그들에게는 은퇴한 마물로서 노후를 편안하게 즐길 권리가 있다구.”

“상대는 대단히 강하고 본타의 세력은 너무나 적으니……. 가장 아쉬운 것이 뛰어난 고수들이 적다는 것이지요. 사실 현재의 힘만으로도 두려운 존재가 거의 없 는 상황이지만, 싸우고자 하는 상대들이 모두 그 몇몇 존재에 들어가는 자들이라서…….”

“흐음, 그래서 본좌가 궁리를 좀 한 것이 있는데, 대외적으로 널리 알려진 어떤 방파에도 소속되지 않은 떠돌이 고수를 끌어들인다면 그자가 첩자일 가능성은 거 의 없을 거 아닌가?”

“그렇다고 볼 수 있죠.”

“그렇다면 그런 자들 중에서 뛰어난 실력을 지닌 놈들로 1천 명 정도 뽑아서 알려 주게.”

“하지만 그 정도 인물들이라면 수하가 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내기를 하면 되는 거야. 비무를 해서 진 자가 수하가 되기로 말이야.”

“헤헤, 그건 좀 사기성이 농후한 계획인 것 같은데요. 누가 탈마의 고수와 비무를 해서 이길 수 있겠습니까?”

“흐흐흐, 만약 응하지 않는다면 응할 생각이 들 때까지 따라다니면서 핍박하면 나중에는 될 대로 되라는 심정에서 두 손 들겠지.”

“알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명단을 뽑아서 드리겠습니다.”

“그럼 수고하게나.”

“예.”

설무지가 물러가고 난 다음에 마화가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저, 타주님.”

마화가 이런 식으로 조심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일이기는 했지만 묵향은 평소처럼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왜 그러냐?”

하지만 마화도 묵향의 퉁명스러움에 지지 않고 자신이 마음속에 담아 둔 말을 슬슬 꺼냈다.

“소문을 들으니까 이번에 위사 의뢰가 들어왔다고 하던데요.”

“그런데?”

“그게, 그게… 참 근사한 곳이라서.”

“어딘데 그러냐?”

“소주라고 들어 보셨어요?”

“소주? 들어는 봤지. 강소성에 있잖아. 나도 가 보지는 못했지만 꽤 멋진 곳이라고 그러더군.”

“그곳까지 가는 건데요. 황궁 3대 미인의 한 명인 진영 공주가 소주까지 관광을 하면서 주변의 모든 명소를 두루 훑는다고 하더군요.”

그러자 묵향은 못마땅하다는 듯이 투덜거렸다.

“황족(族)이란 것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지금 전쟁으로 나라가 엉망인데, 그래 그 계집은 관광이나 다닐 생각을 하고 말이야.”

“그래서 시국도 어수선하고 해서 위사 의뢰가 들어온 모양입니다. 제가 좀 따라가도 될까요?”

이제서야 눈치를 챈 묵향.

“아하! 왜 이렇게 서두를 길게 빼는가 했더니 그 이유였군. 마화는 소주에 한 번도 가 보지 못했던 모양이지?”

“예, 그리고 3대 미인 중 한 명의 얼굴도 한번 보고 싶구요. 도대체 어떻게 생기면 그런 칭호를 받는지 알고 싶거든요. 물론 이건 질투는 아니에요.”

“허기야, 나도 요즘 일이 없으니 우리 같이 몰래 가 볼까?”

그러자 마화가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정말이요?”

“그럼. 여기다가는 가짜를 하나 놔두면 되겠지. 내가 여기 있어 봐야 할 일도 없으니까.”

대송이 자랑하는 최고의 정예 황군이 2백 명씩이나 투입되어 호위하는 거대한 규모의 관광객을 외곽 호위하는 책임을 맡은 석진(奭眞)은 마교의 정예 고수, 그것 도 천랑대의 고수 50명을 데리고 왔으면서도 좌불안석이었다. 모든 것이 불안하고 힘들기만 했다. 사실 처음에는 천랑대 열 명을 거느리고 느긋한 마음으로 관광이 나 한다는 기분으로 맡은 일이었는데, 그 호위대가 갑자기 그 다섯 배인 50명으로 늘어났으니 산적이나 반란 도배 따위는 애당초 겁날 것도 없는 처지였지만 오히 려 열 명으로 계획되었을 때보다 더 불안한 것은 계획에도 없던 두 연놈이 가세한 덕분이다.

“에구구구, 내 팔자야…….”

오늘도 뭔가 잘못된 점은 없는지 불안하기만 한 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