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3권 4화 – 벼룩의 간 꺼내 먹기I

벼룩의 간 꺼내 먹기I

묵향은 지금 별로 기분이 좋은 상태가 아니었다. 누구라도 길을 갈 때 누군가가 자신을 감시한다는 느낌을 받으면 좋은 기분이 될 리가 없을 것이다.

‘어찌한다……. 기분도 꿀꿀한데, 재미 삼아 한번 족쳐 봐?”

누군가가 뒤쫓는다는 느낌을 받은 것은 흑풍단과 헤어지고 홍원(紅原)이라는 도시에 들어선 다음부터다. 홍원은 사천성 북쪽에 있는 제법 큰 상업 도시로 감숙성 으로 들어서는 관도 상에 위치한 사천성과 감숙성 간의 물류 유통의 중심이었다.

묵향은 일부러 조금 으슥한 골목으로 들어선 다음 다시 오른쪽에 나 있는 작은 골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먹이가 걸려들기를 기다렸다. 그의 기다림은 별로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먹음직한 먹잇감이 바로 거미줄을 향해 돌진해 왔기 때문이다. 묵향은 골목 안으로 뒤따라온 거지 두 명의 혈도를 재빨리 점혈한 다음 음흉한 미 소를 띠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질문했다.

“호… 개방의 나으리들이 왜 나를 따라다니지?”

그러자 점혈당해 쓰러진 두 명은 익히 상대의 무서움에 대해 들었는지라 식은땀을 흘리며 변명해 댔다.

“오해십니다요, 나으리. 저희들은 동냥을 받기 위해 이리 들어온 것뿐입니다요.”

“쯧쯧, 아니야. 그건 사실이 아니야. 좋게 말로 할 때 털어놔. 응?”

“사실입니다요. 저희들은 그냥 동냥을 받으려고 이리 들어온 것뿐입니다요.”

“그으래에? 난 오늘 내 평생 본 것보다 더 많은 거지들을 봤다구. 그게 결코 우연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

묵향이 그들의 품속을 뒤지자 곧이어 품속에서 세밀히 그려진 묵향의 초상화가 나왔다. 그 초상화에는 몇 마디 말이 쓰여 있었다.

「마교 부교주 묵향

단독 행동을 좋아하며 검은색의 아무 장식이 없고 칼날받이조차 없는 특이한 모양의 기형검(奇形劍)을 사용함. 이자의 무공은 화경을 넘어선 상태로 대단히 사악 한 위험인물이니 절대 충돌은 피할 것. 이자의 위치가 발견되는 대로 총타에 최우선적으로 보고할 것.」

묵향은 그 초상화를 쓰러져 있는 거지들의 눈앞에 들이대며 속삭이듯 말했다.

“이건 내 얘기 같은데? 아무래도 말로 해서는 안 들을 것 같군.”

묵향은 우선 놈들이 자해하지 못하도록 아혈을 제압해 버렸다.

“말할 생각이 있으면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라구. 먼저 뭘 해 볼까… 분근착골(粉筋鑿骨)은 별로 재미가 없고… 흠, 맞아.”

한 거지의 윗도리를 벗긴 다음 때가 잔뜩 묻어 있는 가슴을 부드럽게 만졌다.

“아주 예쁜 갈비뼈를 가지고 있군. 이걸 하나씩 뽑으면 아주 재미있을 거야.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그러면서 제일 밑에 위치한 갈비뼈로 손가락을 박아 넣어 갈비뼈를 모질게 그러쥐었다. 그런다음 아주 천천히 힘을 가하자 공포에 질린 눈으로 거지가 열심히 고 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그도 생으로 갈비뼈를 뽑겠다는 데야 항복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초상화에 쓰인 것보다도 더욱 사악한 놈이군. 제기랄, 잘못 걸렸다.’

묵향은 고개를 끄덕인 놈의 아혈만 풀어 주면서 속삭이듯 부드럽게 말했다.

“자네가 혹시나 자살한다면 저기 남은 친구는 더욱 처참하게 당할 테니 잘 생각하라구. 내가 묻고자 하는 것은 하나뿐이야. 홍원 분타가 어디 있지? 뭐 싫다면 대 답 안 해도 상관없어. 여기 거지들이 아주 많은 것 같으니까 하나하나 잡아다 주리를 틀어 보면 누군가는 실토를 하겠지.”

“홍원 동남쪽에 보면 관제묘가 있는데, 그곳입니다요.”

“흠, 좋아, 좋아. 안내해. 길 찾기는 성가시니까.”

두 거지는 그 즉시 묵향이 혈도를 완전히 풀어 줬으므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묵향을 쳐다봤다.

“끌끌, 딴 생각하지 마. 전 무림을 뒤져 봐도 나보다 경공술이 빠른 놈을 찾기는 어려울 테니까. 도망치다 잡히면 다리뼈를 부숴 놓고 길 안내를 시킬 거야. 그것도 재미있겠지?”

사색이 된 두 거지가 묵향을 안내해서 개방의 홍원 분타에 나타난 것은 반 시진 후였다. 그들이 묘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발견한 고참 거지가 으르렁거렸다.

“정보 수집은 안 하고 왜 벌써 돌아오냐? 헉!”

모두들 거지들을 뒤따라 들어오는 묵향을 발견하고 경악했지만, 정작 묵향은 평안한 표정으로 안으로 들어서서는 그들이 굽고 있는 멧돼지 옆에 앉으면서 말했다.

 “흐흐흐, 배고프던 차에 잘되었군. 역시 나는 먹을 복이 있단 말이야.”

“네, 네놈은 누구냐?”

“다 알고 왔으니 나를 모르는 척할 필요는 없어. 이봐, 여기 분타주가 누구냐?”

“…..”

“좋게 말할 때 나와. 나도 피비린내 나는 곳에서 식사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초상화에 쓰인 대로 진짜 화경의 고수라면 여기 모여 있는 10여 명이 조금 넘는 수로는 그야말로 변변한 대항조차 못 해 보고 말 그대로 ‘도살당할 것이 분명하 다. 개방은 30만이 넘는 인원을 가진 거대 방파지만 다만 한 가지 고수라고 부를 만한 인물들이 극소수라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그 많은 인원을 가지고도 무림의 패권에 도전한 적이 한 번도 없이 정보만을 취급하는 소식통으로 존재하는 이유가 여기 있었다. 그리고 개개인의 무공이 뛰어나지 못하기에 고급 정보를 획득하는 데도 문제가 많았다. 그래서 요즘 들어서는 뛰어난 첩보 능력과 잠입술을 가진 고수를 많이 거느린 무영문에 뒤지는 처지였다.

묵향이 품속에서 시커먼 비수를 하나 꺼내 익은 부분을 잘라서 씹어 먹기 시작하는데, 뒤에서 주춤주춤 한 거지가 앞으로 나오면서 말했다.

“본인이 홍원 분타주입니다.”

“흠, 그래? 쩝쩝.. 고기가 질기군. 나를 감시하라는 명령은 총타에서 내려온 거냐?”

“예.”

“그럼 네놈이 총타에 연락해라. 감시를 하는 건 좋은데, 내 눈에 안 띄게 하라고 해.”

“예? 무슨 말씀이신지…….”

“쩝쩝… 거지들이 내 뒤를 따라다니는 것은 별로 기분 좋은 게 못 되지. 나는 네놈들에게 동냥 줄 돈도 없다구. 감시를 하고 싶으면 멀리서, 내 눈에 안 띄는 곳에서 하란 말이야. 감시를 하는 것을 두고 시비를 걸고 싶지는 않은데, 만약 앞으로 내 눈에 띄는 개방 거지가 보이면 뼈다귀를 분질러 버릴 거야. 알겠어?”

“예, 예.”

“여기 술은 없냐? 쩝쩝.

“여기 있습니다요.”

옆에 있던 거지가 술이 든 호리병을 내밀자 그 거지의 머리를 딱 소리가 나게 쥐어박으면서 말했다.

“역시 멧돼지에는 술이 있어야……. 빨리 따라, 이 녀석아. 네놈이 입을 가져다 댔던 건데 거기다 나를 보고 입을 대란 말이야?”

묵향은 멧돼지 고기와 술을 배터지게 먹은 다음 관제묘 밖으로 나오며 말했다.

“명심해. 눈에 안 띄게 감시하라구. 어쨌든 오늘 잘 먹었다. 그리고 이하고 빈대, 벼룩 같은 것 좀 잡아라, 이 더러운 놈들아.”

묵향은 공력을 운용하여 몸속에 숨어든 못된 벌레들을 태워 죽여 버린 다음 경공술을 이용해 쏜살같이 날아가 버렸다. 순식간에 작은 점이 되어 버린 묵향을 바라 보며 한 거지가 말했다.

“참 내, 더러워서……. 거지 것도 뺏어 먹는 놈이 있군.”

그러자 분타주가 말했다.

“아서라. 저 경공술만 봐도 그의 무공이 어느 정도인지 알겠다. 목숨을 부지한 것만 해도 다행이야. 그건 그렇고 저렇게 위험한 인물을 왜 감시하라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