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4권 13화 – 기습에 기습
기습에 기습
모종의 기습 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회의가 한창 진행되는 중 뛰어 들어온 흑의인이 급보를 전했다.
“홍진 막주에게서 급보가 도착했습니다. 섬서분타를 향해 무림인으로 보이는 여섯 개 집단, 6천여 명이 이동 중이랍니다. 상대방은 대단히 빠른 속도로 접 근 중이며, 그 선발대 2천이 빠르면 일주일 후, 늦어도 10일 후에는 도착할 것이라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하명해 주십시오!”
보고를 들은 상관들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지만, 속마음은 들끓기 시작했다. 이 중요한 시기에 무슨 일이란 말인가? 상대가 행동을 개시한 이상, 이쪽도 가만히 있 을 수는 없었다. 흑의인의 말이 끝나자 긴 탁자의 끝에 앉아 있던 묵향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군사의 생각은?”
설무지는 신중하게 대답했다.
“원래 계획대로 한다면 섬서분타를 버려야 옳겠지요. 어디까지나 섬서분타는 미끼였을 뿐이니까요. 하지만 상대의 움직임이 너무 빠릅니다. 그 집단이 정파의 정 예라면 섬서분타는 얼마 버티지 못할 겁니다. 너무 빨리 섬서분타가 무너진다면 장인걸이 눈치 채겠지요.”
묵향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일리가 있군. 그렇다면 어쩌자는 것이지?”
“지원대를 파견해야 합니다. 충분한 시간 동안 섬서분타를 지켜 낼 수 있는. 총타 공격은 늦어도 15일 후에는 시작됩니다. 공격이 시작되기 전까지 섬서분타 의 알맹이가 비어 있다는 사실을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하게 해야만 합니다.”
군사의 말을 듣고 있던 만묘서생 진천악(陳天岳)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진천악은 과거 마교 수입의 5할 이상을 거둬들이던 만악궁을 책 임졌을 정도로 뛰어난 두뇌의 소유자였다. 그리고 교주의 명령에 의해 묵향의 세력에 합류하면서 서열 10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뛰어난 고수였다.
“그건 안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당량의 전력(戰力)을 투입해야 하고, 정작 총타를 공격할 때 그 전력을 되돌릴 수 없습니다. 원래 계획대로 섬서분타는 버리 시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흠, 그 말도 옳군.”
묵향의 어정쩡한 대답에 설무지는 미간을 찌푸렸다. 설무지가 막 뭔가 말하려 할 때 다혈질인 천리독행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노기가 섞여 있었다. “지금은 섬서분타를 버릴 때가 아닙니다. 섬서분타가 무너진다면 수하들의 사기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알 수 없습니다. 마교가 1천 년의 역사를 자랑할 수 있었던 것 은 아직까지 단 한 번도 총단이 무너진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천리독행의 말에 만묘서생이 반박했다.
“그거야 총단이 천험의 요새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섬서분타는 요새도 뭣도 아닙니다. 그냥 날파리들을 불러들이기 위한 미끼였을 뿐이지 않습니까? 접근 중인 무림인이야 보나마나 장인걸의 꾐에 속아 버린 멍청한 정파 녀석들이겠죠.
아마도 정파 놈들은 장인걸의 꾐에 자극받아 엄선한 정예를 투입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큰일을 앞두고 구태여 백도의 정예와 드잡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 다. 총타의 전력은 엄청납니다. 전력을 분산해서는 죽도 밥도 안 됩니다.”
만묘서생의 말을 듣고 있던 고루혈마 옥관패(玉冠覇)가 절충안을 내놨다.
“꼭 그들과 정면충돌을 벌일 필요는 없겠지만, 놈들에게 너무 손쉽게 무너지는 것도 좋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본교 분타들의 고수들이라면 상대가 도착하기 전 까지 최소한 1천여 명은 족히 모을 수 있을 겁니다. 그들을 투입하는 것이……”
하지만 옥관패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설무지가 반박했다.
“그것은 안 됩니다. 그들을 이용하지 못하는 것은 그 속에 장인걸의 끄나풀이 섞여 있을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 때문에 전 마교 분타들에 금족령을 내려놨는데, 그걸 풀 수는 없습니다. 정파에서 정예를 투입했다고 해도 그놈들은 맹주도 없는 상태에서 모인, 우두머리 없는 오합지졸에 불과하죠. 그들을 막기 위해 분타의 힘 까지 빌린다면, 장인걸은 우리들의 주력(主力)이 어디에 있는지 의심할 것이 분명합니다.”
한참 벌어지는 수하들의 말다툼을 조용히 듣던 묵향은 천천히 손을 들었다. 그들은 더 이상 말다툼을 중지하고 묵향을 바라봤다. 어쨌거나 최후의 결정은 우두머 리가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섬서분타로부터 1백 리(약 4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허름한 관제묘, 바로 이곳이 섬서분타를 괴멸시키기 위해 투입된 정파의 수뇌부들이 집결 장소로 잡은 곳이 었다. 이들은 장인걸 측에서 퍼뜨린 거짓 정보에 속아서 집결하게 된 몇몇 정파에서 차출된 정예 무사들이었다. 다섯 개 문파에서 파견된 이들은 각각 그들의 문파 를 출발하여 비밀리에 이동해 이곳에서 합류한 것이다.
“이 정보는 정확한가요?”
밝은 빛깔의 청의(靑衣)를 입은 여인이 너무 자세하게 그려져 있기에 오히려 믿음이 가지 않는다는 듯 지도를 노려보며 말했다. 이 여인의 말에 황의(衣)를 입은 사내가 반박했다.
“하하하, 이(李) 소저는 본파의 능력을 너무 얕보시는 듯합니다. 이 지도는 본파에서 매우 고생하여 입수한 것이오.”
“하지만 이건 너무 자세한 것 아닌가요? 아무리 정보 능력이 우수하다 해도, 이 정도로 정확한 지도와 자료라면…, 함정일 가능성도 생각할 수 있죠.”
이 소저의 말에 청의(靑衣)를 입은 사내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것만으로 함정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죠. 이 지도를 잘 보면 알 수 있지만, 외부는 이상하리만큼 상세합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내부는 자세한 것 같지만 필 요한 것은 다 빠져 있다, 이 말이오. 그리고 내부와 외부를 차단하는 이 진세(陣勢)에 대한 자료를 보면, 살상용 진법이 아니고 사람을 현혹시켜 내부로 들어가는 것 만을 막는다고 되어 있소.
살상용 진법이 아닌 만큼 공격해 들어가는 우리들에게 매우 유리한 것 같이 보이는 게 사실이오. 하지만 그 말은 안에서 밖으로 공격해 나올 때도 진세가 걸리적거 리지 않아서 매우 빠른 공격이 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하죠. 그런 진세를 사용하는 경우는 내가 알기로 단 한 가지뿐이라고 단언할 수 있소. 안에 엄청난 힘이 감춰져 있을 때! 즉 내부의 고수들이 언제든지 밖으로 돌격해 나가는 데는 최적의 진법이라고 할 수 있소.”
청의를 입은 사내가 좌중을 훑어보며 말을 끊자, 또 다른 청의의 사내가 독촉했다.
“그렇다면?”
“여기 자료를 보면 외부에 거의 4천에 가까운 수비 무사와 하인, 하녀들이 거주하고 있소. 또 곳곳에 서 있는 망루(望樓) 덕분에 기습하기도 까다롭죠. 여기저기 보 루(堡壘 : 화살 따위를 쏠 수 있는 작은 요새)의 세밀한 구조를 따져 보면, 이건 흡사 무림의 문파가 아닌 병영(兵營)을 그려 놓은 것 같소. 이걸 보면 느끼는 것 없 소? 이 각각의 보루들은 상호 협조하여 어떤 방향에서 적이 쳐들어오더라도 화살이나 쇠뇌를 날릴 수 있소. 그 말은.
청의를 입은 남자의 말을 한참 듣고 있던 이 소저가 뭔가 깨달았다는 듯 탄성을 올리며 그 말을 이었다.
“아! 외곽을 지키는 무사들 중에는 고수가 거의 없다는 말이 되겠군요.”
“바로 그거요, 이 소저. 이 자료들은 어쩌면 함정일 수도 있소. 정작 중요한 내부는 자세하게 안 나와 있으니까 말이오. 하지만 잘만 이용한다면 상대의 외곽 방어 선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외곽 방어선을 돌파한 후 필연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는 내부에 어느 정도 수준의 무사들이 대기하고 있 느냐 하는 것이지요. 여기 있는 자료에 의하면 마교의 정예라고 되어 있소. 정예라고 한다면 어느 정도 수준이죠? 이 자료를 입수하신 언(彦) 소협?”
언 소협이라고 불린 황의를 입은 인물은 신중하게 대답했다.
“정예라고만 한다면 상당히 애매한 표현이죠. 마교가 자랑하는 자성만마대가 포진하고 있을지도 모르고 최악의 경우 염왕대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소.”
“만약에 염왕대가 있다면 이 공격은 너무 무모해요. 염왕대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 수라도제 어르신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야 해요.”
이 소저의 말에 모두 수긍하는 눈치였다. 염왕대는 2천여 고수들로 이루어진 마교의 최고 정예로 세간에 알려져 있었다. 물론 그보다 윗줄에 놓이는 전력(戰力)을 지닌 단체들도 있지만 무림에 공공연히 돌아다니며 마교의 강대한 힘을 과시한 것은 염왕대까지가 한계였다. 그렇기에 여기에 모인 이들도 염왕대를 최악의 상황 으로 잡고 있는 것이다.
너무 분위기가 가라앉는 것 같자 청의를 입은 인물이 주의를 환기시키려고 애썼다.
“자자, 신중하게 생각해 봅시다. 본인은 염왕대가 이곳에 있을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염왕대를 거느리는 염왕적자 한중평은 마교 서열 8위의 뛰 어난 고수죠. 그런 인물이 이런 분타에 얽매여 있을 리가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서열 9위의 삼면인마가 여기 있을 가능성도 거의 없구요. 있다면 자성만마대의 일개 지단(團) 정도가 고작이겠죠. 여러분들의 의견은 어떻소?”
“본인도 육(陸) 소협과 같은 의견이오.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오. 이 일대 모든 마교의 혈겁이 바로 이곳 섬서분타를 기지로 해서 벌어지고 있소. 하지 만 혈겁을 당한 곳은 모두 다 작은 군소방파들뿐이오. 그 말은 이곳에 그렇게 강한 전력이 없다는 증거라고 본인은 생각하고 있소. 아마 있다고 한다면 자성만마대 1천여 명 정도일 것이라는 게 가장 신빙성 있은 추측이 아닐까요?”
청의를 입은 사내의 말에 백의를 입은 준수한 얼굴의 사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본인의 의견도 장(張) 소협과 같소.”
상당수가 자신의 의견에 찬성하는 듯하자, 육 소협은 좌중을 훑어본 후 말했다.
“간단하게 탐색전(探索戰)을 벌여 봅시다. 상대의 대응을 보고 결정하는 게 좋겠소. 적의 힘이 생각 외로 강하면 재빨리 후퇴하여 수라도제 어르신과 합류하기로 “하죠.”
널찍하게 발이 쳐 있는 실내. 그 덕분에 발의 반대편에 앉아 있는 사람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 발 뒤편에 어렴풋이 느껴지는 인기척을 향해 부복한 채 공 손히 뭔가를 아뢰고 있는 사내. 발 속에 앉아 있는 사람의 반응은 매우 신경질적이었다.
“뭐라고요?”
발 속에 앉아 있는 여인의 목소리가 살짝 올라가면서, 짜증을 더해 가자 사내는 식은땀을 흘렸다. 발 뒤편의 여인은 매우 무서운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예, 그것이, 젊은 것들이 공명심(功名心)에 눈이 멀어 가지고는..
“아이고, 머리야…….”
발 뒤쪽에서는 한동안 아무런 기척이 없더니 불쑥 말이 튀어나왔다.
“묵향이 그곳에 없는 것은 분명하겠죠?”
신경질적인 목소리에 사내는 머리를 더욱 조아리며 공손하게 대답했다.
“옛! 지금 어디 있는지 정확하게는 파악하기 힘들지만, 대략 세 군데 정도로 압축됩니다. 그에게 연락을 보낼까요?”
“아니, 연락을 보낼 필요는 없어요. 묵향이 섬서분타에 없다는 것이 그나마 그 녀석들에게 다행스런 일이군요.”
“이번 일을 어떻게 처리하실 건지 하명해 주십시오.”
“지금 본문에 여력(餘力)이 좀 있나요?”
“에…, 그러니까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될 겁니다. 3할은 지금 군부의 동향을 감시하는 중이고 1할은 묵향을, 1할은 장인걸, 3할은 혈교, 남은 1할이 무림의 대략적 인 정보를 모으고 있죠. 그 덕분에 이번 일을 알아내는 게 늦었습니다.”
“여력이 거의 없다……. 그렇다면, 그냥 되는 대로 놔두세요. 그런 꼬맹이들 몇 죽는다고 해서 본문에 영향이 미치는 것은 없으니까 말이죠. 장인걸이 하는 짓에 장단을 맞춰서 무림맹을 자극하고 서문세가의 세력을 소모시킬 생각이었는데…….
멍청한 놈들! 마교가 요즘 원체 조용하다 보니 실력도 없는 것들까지 마교를 우습게 보는 게 문제예요. 수라도제와 합류해야 할 놈들이, 그의 의견은 들어 보지도 않고 앞서 가서는 섬서분타를 공격하려고 하다니……. 그런 놈들은 죽어도 싸요! 그건 그렇고 수라도제는?”
“예, 수라도제는 서문세가의 정예 1천여 명을 거느리고 무림맹 및 9파1방, 그리고 나머지 4대세가에서 파견한 주력 3천과 합류하여 비밀리에 이동 중입니다. 물론 수라도제가 이번 정사대전(正邪大戰)에서 대승을 거두기를 무림맹은 원하지 않지요. 그 때문에 뛰어난 고수들의 수는 많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수라도제는 젊은 것들을 기다리다가 그들이 앞서 갔다는 것을 눈치 채고 뒤늦게 이동을 시작했기에, 섬서분타에는 15일쯤 후에 도착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15일 후라……. 그때가 기대되는군요. 묵향이 과연 어떤 식으로 대처할지 말이에요. 참! 요즘 혈교의 동태는 어떤가요?”
“무림맹에서는 초기에 파견한 2천여 명의 정예 무사 외에도 3천여 명을 추가로 파견했다고 합니다. 물론 그 지휘자는 공동파의 장문인 옥진호지요. 옥진호는 이번 혈교와의 전투를 무림맹주에 즉위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으려는 모양입니다. 그 때문에 각 문파에서 뛰어난 고수들을 지원받아 자신이 직접 지휘하고 있는 것이죠. 벌써 3백이 넘는 강시를 없애 버렸고, 6백여 명의 혈교도들을 주살(誅殺)했다고 합니다.”
총관은 이 보고를 듣고 상관이 혹시나 짜증내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안에서 들려온 반응은 정반대였다.
“호오, 그 녀석도 꽤 의욕적으로 덤비기 시작했군요. 그런 식으로 좀 더 공을 쌓는다면, 맹주 자리를 차지하게 될지도 모르죠, 호호호.”
발 뒤편에서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려오자, 사내는 미간을 약간 찌푸리며 반박했다.
“그렇게 웃으실 때가 아닙니다. 분명 섬서분타는 젊은 것들이 만만히 볼 상대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곳은 정보에 의하면 주력이 빠져 나간 빛 좋은 개살구고, 그 덕 분에 수라도제는 정사대전의 초반을 압승으로 장식하며 명성을 높일 것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옥진호 또한 지금 상태로 나간다면 차곡차곡 공을 쌓게 되겠죠. 어느 쪽도 문주님께는 불리한 전개입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섬서분타가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에요. 총관이 생각하듯 그렇게 마교라는 단체는 물컹하지 않아요. 그건 그렇고 다음 수 (手)는 어떤 게 좋을까? 호호호.”
“어떻게 하시겠어요?”
음희 설약벽(薛若碧)의 물음에도 상대는 곧장 대답을 하지 않고 먼 산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음희는 상대가 입을 열기를 느긋하게 기다 렸다.
지옥혈귀!
이 무서운 명호의 주인공은 세상에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마교의 검도고수(劍道高手) 천진악(天進惡)이었다. 천진악은 오랜 옛날부터 그녀의 상관이었고, 지금도 그러했기에 그녀는 끈기 있게 그의 선택을 기다리는 것이다.
1각(15분)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냉막해 보이는 그의 입술을 뚫고 얕은 한숨과 함께 억양이 없는 무뚝뚝한 말이 흘러나왔다.
“매복 기습을 하기로 하지. 지금 분타에 있는 정예는 처음부터 주둔하던 염왕대 1개 대(隊)와 우리가 데려온 2개 대뿐이다. 그 인원으로 방어만 한다는 것은 자살 행위야.”
“소녀가 이끌까요?”
음희의 제안에 천진악은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본좌가 하기로 하지. 그대는 상황을 잘 살피고 있다가 안에서 치고 나오도록!”
지옥혈귀 천진악과 음희 설약벽은 과거 마교가 분열되기 전에도 정파문도들의 가슴을 서늘하게 만들었던 실력 있는 고수들이다. 하지만 그들이 아무리 뛰어난 고 수고 또 그들에게 3백 명의 염왕대가 있다고 하지만, 수라도제가 거느린 6천에 달하는 적을 지금의 인원으로 완전히 막는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들이 염왕대 2개 대와 함께 파견되어 온 것은 섬서분타가 무너지는 시간을 좀 더 늦추기 위함이었지 적의 섬멸은 처음부터 바라지도 않고 있었다.
“자네는 여기에서 음희를 돕도록!”
천진악의 지시를 받은 제13대주 곽철은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옛!”
염왕대 제13대주 곽철은 제5대주 염상(炎翔)과 제9대주 왕정(王)을 이끌고 나가는 천진악의 믿음직스러운 등판을 바라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곽철은 한 시진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지휘하던 섬서분타를 향해 6천의 적이 이동 중이라는 사실 때문에 심한 심리적 압박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그는 우두머리가 아니었다. 자신과 동급의 인물 둘과 상관 둘이 한 시진 전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이제 그는 좀 더 홀가분한 마음으로 싸울 수 있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