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5권 12화 – 충돌 II

충돌 II

시드미안 경 일행이 던전을 발견한 그다음 날 저녁, 어둠 속에서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의 희미한 빛이 나더니 세 명의 인물이 갑자기 나타났다. 그중 한 사람은 검은색 가죽 갑옷을 입고 흑색 망토를 날리는 상당한 미남자였다. 그리고 또 한 사람은 60세는 되어 보이는 나이가 지긋한 노인이었 다. 그 남자도 검은 가죽으로 만든 갑옷과 검은색 망토를 입고 있었는데, 그도 옆의 젊은이처럼 근육이 별로 발달하지 않았고, 학자처럼 생긴 것으로 보아 그의 직업을 대강 짐작할 수 있었다.

또 한 명은 당당한 체구의 30대 중반의 젊은이로 그도 같은 복장을 하고 있었지만 그가 차고 있는 검은 노인이나 옆의 젊은이와 달리 가벼운 샤벨이 아니라 길이 1미터, 폭 16센티미터, 무게가 40킬로그램 이상은 나가 보이는 브로드 소드(Broad Sword : 광검, 廣劍)였다.

“이곳이냐?”

“예, 스승님.”

노마법사는 거의 1킬로미터 이상 떨어져 있는 작은 이층집을 가리키며 제자에게 물었다.

“저기에 보이는 게 목적지가 아니냐? 그런데 왜 이렇게 멀리에?”

“부하 녀석들 중에 쓸 만한 무사가 없기에 조금 조심하는 것뿐입니다, 스승님.”

노마법사는 인자하게 미소를 지으며 따뜻한 눈길로 제자를 바라봤다. 그는 자신의 제자가 그만큼 신중해진 것이 대견스러웠던 것이다.

“좋아, 제법 많이 늘었구나. 그렇다면 다론, 저기 지하에 네가 가져온 그 책들이 있었다는 말이냐?”

“예, 스승님. 그중에서 스승님이 흥미 있어 하실 만한 것 세 권만 가져온 것이지요. 그 외에도 그 던전에는 1천 권이 넘는 책들이 쌓여 있습니다. 그 리고 가져다 드린 그 마법 도구들도 모두 그 던전에 있던 것들이구요.”

스승은 제자의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며칠 후에는 사람들이 뒤따라 올 테니 그들에게 지시해 그걸 본국으로 옮기면 되겠구나.”

“하지만 스승님께서 이렇게 직접 와 보실 필요는 없을 텐데, 무리하시는 거 아닙니까?”

“클클, 무리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좀 빠져나와 있다고 해서 이번에 진행되는 일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까 말이다.”

“참, 스승님.”

“왜 그러느냐?”

“전에 심부름할 만한 똑똑한 아이를 원하지 않으셨습니까? 아주 괜찮은 아이를 하나 구해 놨습니다. 게다가 잠자리에서 스승님이 회춘(回春)하시는 데 보탬까지 될 만하니 일거양득이죠.”

“누군데 그러느냐?”

“지혜의 여신 아데나를 모시는 드로아 대 신전의 수련생입니다. 마음에 드실 겁니다. 아주 예쁘고 귀여운 데다가 머리도 잘 돌아가거든요, 하하하.” “클클… 다론, 네가 웬일이냐? 내 생각을 다 하고…………….”

“존경하는 스승님께 그런 간단한 것 하나 못 해 드리겠습니까? 마음 쓰지 마십시오. 어서 가시지요. 으응?”

다론이라 불린 그 청년은 집으로 가려다 말고 갑자기 멈춰 섰다.

“왜 그러느냐?”

“저, 보초가 보이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좀………..”

“혹시 네가 없다고 들어가서 모두들 자는 것은 아니고?”

“보초를 철저히 서라고 지시해 놨습니다. 그리고 제가 시도 때도 없이 들락거리기 때문에 보초를 안 서는 간 큰 짓거리를 할 부하는 없습니다. 아무 래도 침입자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 그럼 어디 보자………….”

그 노인은 가만가만 주문을 외우고, 시동어를 외쳤다.

“뷰 마나 포스(View Mana Force)!”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그 노인의 눈에는 이 주변에 어떤 것이 마나를 띠고 있는지 그 마나의 양에 따라 특이한 영상이 되어 잠시 비쳤다. 마나를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은 빨간색으로, 마나를 가장 적게 가진 것은 보라색으로…………. 일종의 적외선 안경을 끼고 사물을 보는 것과 비슷한 영상 이 노인의 눈에 비쳤고, 노인은 상대의 수와 힘을 알 수 있었다. 노인의 표정에는 놀라움과 고민이 떠올랐다.

“으음…….”

“왜 그러십니까? 스승님.”

“네놈은 도대체 뭘 조사한 거냐? 얼마 전에 들은 보고로는 위험한 추격자는 없다고 하더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갑작스런 스승의 질책에 다론은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옹색하게 대답했다.

“예? 저는 세심히 조사했습니다. 혹시나 하고 조사해 봤지만 코린트 제국에서는 드래곤 하트가 없어졌는지도 모르고 있었구요. 그러니까 트루비아 에서 추격대를 보냈다고 해도 뛰어난 기사는 아닐 겁니다. 드래곤 하트를 훔친 후에 트루비아 기사들 중 그래듀에이트급은 특별히 따로 동태를 감시 하고 있습니다. 이제 서른세 명으로 줄어든 그래듀에이트급 기사들 중에서 자리를 이탈하고 있는 사람은 단 다섯 명. 그중 세 명은 몬스터 토벌을 위 해 변방에서 싸우고 있고, 또 한 명은 사이가 나쁜 이웃 나라 토리아 왕국과의 국경선을 순시한다고 갔고, 또 한 명은 발트라 공국에 사신으로 간 것 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누가 추적을 해 봤자 별 볼일 없는 인물이라고…………. 윽!”

그의 말이 끊긴 것은 갑자기 스승이 그의 정강이를 걷어찼기 때문이다.

“전에 드래곤 하트를 훔쳐올 때 네 녀석에게 검을 날렸다던 그 수상한 기사도 조사해 봤냐?”

“예, 쭉 조사했지만 아무래도 코린트에서 보낸 인물은 아닌 모양이었습니다. 그랬다면 코린트가 아직까지 이 사실을 모를 리가 없죠. 그렇다면 트루 비아의 기사인데…, 방금 말씀드렸다시피 그래듀에이트급은…………. 아윽!”

이제는 아예 있는 힘껏 정강이를 차 버리고 나서, 그 고통에 주저앉은 제자를 내려다보며 스승은 단호한 목소리로 꾸짖었다.

“멍청한 녀석! 그렇게 말했는데도 겉으로 드러난 것만 신경 쓰다니………….”

일단 제자에게 화풀이를 끝낸 스승은 중얼중얼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하이드 마나 포스(Hide Mama Force)!”

이쪽에서 일어나는 마나의 움직임을 상대가 눈치 채지 못하게 차단한 후 스승이 제자 녀석을 노려보았다.

“잘 들어. 네놈도 뷰 마나 포스의 주문을 알고 있을 테니 저 안을 봐라. 얼마나 호화찬란한 인물들이 있는지 보란 말이다.”

그러자 그 젊은이도 스승처럼 주문을 외워서 내부를 살펴본 다음 얼이 빠진 표정이 되었다.

“저 안에는 뛰어난 인물이 네 명 있다. 둘은 그래듀에이트급에 조금 못 미치는 인물이지만, 나머지 둘은 그래듀에이트급을 오래전에 초월해 버린 뛰 어난 인물들이지. 그중 하나는, 정말이지 나도 저렇게 선명한 붉은빛을 띠는 인물을 본 적이 없어서 말을 못 하겠는데, 어쩌면 말로만 듣던 마스터급 인지도 모른다. 저 정도로 강력한 마나를 몸속에 가지고 있다니.. 그리고 남색의 인물 둘, 하나는 조금 더 짙은 남색인 걸로 봐서 마법사다. 저 정 도 떼거리가 안에 있는데 그들이 그냥 놀러 왔다고 생각하느냐?”

마법사는 몸 안에 마나를 축적하는 것이 아닌 주위의 마나를 움직이는 하나의 통로 역할을 하는 존재기에 사물이 가진 마나의 양을 보여 주는 뷰 마 나 포스 마법에는 마나가 많지 않은 것, 즉 남색으로 보인다. 그 외에 마나가 없는 무생물이나 마나가 거의 없는 것들은 보라색으로 보인다.

여기서 팔시온의 경우 마법과 검술을 함께 사용하기에 그의 몸은 마법사처럼 일종의 통로로써 발전되었다. 따라서 마법사의 특징이 함께 나타나므 로 오히려 평범한 사람에 가까운 색깔로 내려갔다. 그렇기에 여기에서 거론되지 않은 것이지 그의 검술 실력은 미카엘과 거의 유사한 수준이었다. 스승의 힐책에 제자는 얼굴이 파랗게 질려 떠듬떠듬 말했다.

“저, 저도 그게 어떻게 된 건지……”

노마법사는 무사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칼리오!”

“예.”

“혹시 문제가 벌어질지 모르니 자네가 앞에서 나를 좀 지켜 주게.”

“예.”

칼리오라 불린 무사가 브로드 소드를 빼 들고 앞에 서자 그 노인은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들 주변에는 넓은 마법진이 하나 만들어졌다. 이런 식으로 주문에 의해 만들어진 공간 이동 마법진은 위에서 사람이 뛰고 구른다고 지워지는 게 아니다. 또 마법진을 만드는 시간은 조금 많이 걸 리지만 직접 공간 이동 마법 주문을 외울 때와는 달리 그 시동어를 외치기 전까지 마법진 자체가 가지는 마나로 저절로 유지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 었다.

노인은 그 마법진을 통해 이동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자신과 자신이 데리고 온 두 명을 명확히 지정해 놓고, 또 다른 주문을 외워 두 가지 마법을 그 무 사의 무구에 걸었다. 그러자 무사의 브로드 소드는 옅은 무지개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고, 갑옷 역시 같은 빛을 띠었다.

일단 앞에서 지키는 기사에게 방어 마법을 걸어 준 후 노마법사는 또다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만일을 대비한 모두를 위한 주문이었 다.

“매직 파워풀 실드(Magic Powerful Shield)”

매직 파워풀 실드는 마법 방어막 중에서도 최상급에 들어가는 마법이었다. 그런데 그런 것까지 치자 제자가 약간은 놀란 듯이 물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요?”

“만약을 대비해서다. 방어 마법은 확실히 걸어 놨으니, 이제 저 집과 함께 저 안에 있는 놈들을 박살 낸 후에 탈출한다. 너는 최고로 강한 공격 마법 주문을 외워라.”

“예.”

그의 제자가 나름대로 자신이 익힌 최강의 주문을 외우고 있을 때 노마법사 또한 흑마술 최강의 주문을 외우기 위해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는 국가와 민족을 살린다는 명제 하에 악마와 계약을 맺었다. 자신의 국가가 예전처럼 위대해진다면 자신의 영혼이 어떤 대가를 치르건 상관없다 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가 계약을 맺은 악마는 어둠의 마왕 크로네티오……………. 악마라는 존재들은 보통의 신들과 달리 상하 관계가 뚜렷하다. 그렇기에 강대한 악마를 불러 내 계약을 맺을수록 흑마술의 파괴력이나, 또 사용할 수 있는 흑마법의 가짓수는 늘어난다.

대신 한 가지 결점이 있다면 상대가 자신이 계약한 악마보다 더 뛰어난 악마와 계약을 맺은 경우 자신의 공격이 별 소용없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 다.

하지만 어둠의 마왕은 악마들 중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마신…………. 그는 악마의 힘을 믿고 자신이 시전할 수 있는 최강의 마법 주문을 외 우기 시작했다. 누가 뭐래도 상대는 마스터급의 고수였기 때문이다.

이들이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을 때 그 집의 문이 열리면서 다크가 걸어 나왔다. 다크는 멀찍이서 기가 움직이는 것을 포착하고는 무슨 일인가 싶어 서 나온 것이었다. 사실 기가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면 다크도 동태만 살펴보며 그냥 있었을 텐데, 그 기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는 게 더 큰 문제였 다.

중원에 있을 때도 느낀 거지만 위험한 인물일수록 자신의 기척을 숨기는 데는 일가견이 있는 법. 그 때문에 산책 삼아 밖으로 나와 본 것이었다.

어쨌든 땀을 뻘뻘 흘리면서 자신이 가진 모든 실력을 동원하여 주문을 다 외운 제자는 자신들 쪽으로 천천히 다가오고 있는 어떤 인물이 있다는 걸 볼 수 있었다. 그 녀석과의 거리는 4백 미터 정도… ……………. 그는 주문의 힘을 유지하면서 스승을 살짝 쳐다봤다. 스승도 방금 전에 주문을 완성해 놓고 그 제야 다가오는 인물을 보면서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네가 저 녀석에게 주문을 날려라.”

흑마법은 온 정신을 집중하여 마나를 끌어 모으는 작업이 선행되는 게 아니기에 스승의 표정은 주문을 외우기 전과 같았다. 하지만 흑마법은 그 마 법을 펼치면서 엄청난 힘이 들어간다. 어쨌든 마법이란 게 위력이 강할수록 힘이 많이 소모되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그 힘이 언제 투입되느냐의 미세 한 차이만 존재할 뿐……………

어쨌든 제자는 스승의 말대로 이쪽으로 다가오는 자를 향해 자신이 모아 놓은 힘을 개방하며 시동어를 외쳤다.

“익스플로우젼(Explosion:폭발)!”

그의 손에서 붉은빛의 파동이 상대를 향해 날아갔다. 그와 동시에 상대는 그들 쪽으로 몸을 튕기듯 날아오르며 검을 뽑아 들었고, 그 검에서는 푸르 스름한 선들이 뻗어 나왔다. 그걸 보면 상대는 확실한 소드 마스터! 검술의 극한을 깨달은 자. 검에서 뿜어 나오는 무형의 기운을 유형의 기운으로 승 화시킨 자. 그런 인간 같지도 않은 인간이었다.

꽈꽝!

두 개의 기운이 맞부딪치며 엄청난 대 폭발이 일어났다. 노마법사는 그 엄청난 폭발 속을 뚫고 튀어 나오는 상대를 보고 전율을 느꼈다. 5사이클급 최강의 파괴 주문으로도 놈에게 타격을 입히지 못한 것이다. 그걸 알아채자 노마법사는 그 인간 같지도 않은 놈을 향해 곧장 흑마법의 힘을 개방했 다.

“플레임 오브 루인(Flame Of Ruin: 파멸의 불꽃).”

노마법사의 손에서 일어난 어둠의 기운이 앞에서 달려 들어오는 상대를 향해 뿜어졌다. 그와 함께 일어난 무시무시한 대 폭발. 거의 150미터도 안 되는 근거리에서 대폭발이 일어났지만 그 폭발의 화염은 마법사 일행을 덮치지 못했다. 노마법사가 노파심에 걸어 뒀던 매직 파워풀 실드에 막혀 그 암흑의 기운이 들어오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노마법사는 그걸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 재빨리 적이 죽었는지 확인할 여유도, 시간도 없이 곧장 공간 이동을 위해 설치한 마법진을 움직이 는 시동어를 외쳤다. 이제 자신이 할 수 있는 짓은 다 했으므로 재빨리 탈출하는 것만이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만약 놈이 살아 있다면 죽은 목 숨이기 때문이었다.

“이동!”

곧이어 그들은 약간의 빛을 살짝 뿜더니 곧장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시드미안 경 일행은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아마 내일이나 모레쯤 이곳에서 발견한 마법책들을 회수해 갈 사람들이 올 것이다. 그들에게 이것들을 넘겨준 후 또다시 추격에 나설 건데.. 또 어떤 위험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니 시간이 있을 때 최대한 휴식을 취하는 게 최선이 었다.

이때 갑자기 엄청난 폭음이 들려왔고, 붉은빛이 창문을 뚫고 들어오며 대낮처럼 실내를 밝게 만들었다. 그와 동시에 시드미안 경과 팔시온이 자리에 서 뛰어 일어서며 검을 뽑아 들었다. 그 순간 일어난 두 번째의 폭발……………

순식간에 폭풍이 몰려와 한쪽 벽의 유리창들이 다 박살 나 버렸고, 일부 약한 벽들은 폭발하듯 무너져 버렸다. 그걸 보고 놀란 라나는 비명을 지르며 기절했고, 시드미안 경이나 팔시온, 미카엘, 스미온은 검을 뽑아 들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리고 남은 지미와 라빈, 미디아는 마법사들을 보호했다. 마법사들은 즉시 공격 마법 주문을, 또 로니에 사제는 신성 마법 중에서 방어 마법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밖으로 뛰어나온 일행들은 8백 미터쯤 떨어진 지점에 엄청난 구덩이가 패인 것을 보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글쎄요. 일단 가 보죠.”

모두 최대한 몸을 사리면서 그쪽으로 서서히 접근해 들어갔다. 엄청나게 큰 구덩이에서는 연기만 피어오르고 있을 뿐 크게 이상한 점은 없었다. 하 지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을 때, 거대한 구덩이 옆에 다 찢어진 옷을 입고 심한 상처를 입은 채 뻗어 있는 다크를 볼 수 있었다. 팔시온은 즉시 다가 가 다크를 흔들었다.

“이봐, 다크!”

하지만 다크의 움직임은 없었다. 팔시온은 다크의 경동맥(頸動脈:머리로 혈액을 공급하는 목에 있는 동맥)에 손을 대 보았다.

“아직 살아 있습니다. 이봐 미카엘, 스미온. 둘 다 근처를 좀 수색해 봐. 뭔가 이상한 놈들이 있는지.”

“알겠어.”

미카엘과 스미온이 검을 들고 어둠 속으로 사라지자 팔시온은 다크를 안고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팔시온과 시드미안 경이 도착했을 때 남은 일행들은 아직도 긴장을 풀지 않고 공격 및 방어 준비를 갖춰 기다리고 있었다. 팔시온은 로니에 사 제를 보고 외쳤다. 역시 치료에 있어서는 신관을 따라갈 인물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크가 다쳤습니다. 빨리 치료해 주세요.”

로니에 사제는 급히 팔시온 쪽으로 다가왔다. 나머지 인물들이 아직도 주위를 향해 의심스런 눈초리를 던지고 있을 때, 마법사들은 서로 의논을 하 더니 웅얼거리며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조금 일찍 주문을 완성한 안토니가 외쳤다.

“뷰 매직 포스!”

그 상태로 안토니가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사이 주문을 완성한 가스톤도 시동어를 외쳤다.

“뷰 마나 포스!”

둘은 한참 주위를 살펴보더니 안토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주위에 보이는 마법의 기운은 없어.”

“저쪽과 저쪽에 마나의 기운이 느껴지는데 혹시 그쪽으로 간 사람 있어?”

가스톤이 묻자 팔시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미카엘하고 스미온이 수색 중이야. 그 둘뿐이라면 놈들은 공격 후에 재빨리 도망간 모양이군. 쥐새끼 같은 놈들…..”

팔시온의 투덜거리는 목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로니에 칸타로와 사제의 손에서는 하얀빛이 뿜어져 나왔고, 그는 손을 다크의 몸에 올려 치료를 시작 했다.

노마법사는 일단 안정권으로 벗어났지만 제정신이 아니었다. 파멸의 불꽃까지 날려야 할 정도로 강력한 존재를 만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노마 법사가 뭔가 생각에 열중한 듯 거의 무의식적인 걸음걸이로 왕궁의 한쪽 구석에 있는 이동 마법진에서 자신이 기거하는 곳으로 걸어가자 그 뒤를 따 라오며 제자가 물었다.

“스승님, 그놈이 죽었을까요?”

하지만 아직도 정신 못 차리는 스승. 제자는 좀 더 큰 소리로 물었다.

“스승님, 그놈이 죽었을까요?”

“으응? 아마도 죽었을 거다. 비록 내 실력이 모자라서 ‘파멸의 불꽃’이 완전한 힘을 발휘하지는 못했지만, 그 정도 위력이라면 제아무리 마스터급이 라도 아마 살아남기 힘들지. 어쨌든 며칠 후에 놈들이 있는 곳을 다시 한 번 살펴보고 와라.”

“예.”

“대지의 기억에 물어서 놈들의 정확한 신상을 파악해야 한다. 어쩌면 그 녀석은 코린트가 가진 세 명의 소드 마스터들 중 한 명일 거야. 본국이 중흥 의 깃발을 올리는 데 최고의 장애물이다. 철저히 조사해서 돌아오는 즉시 나한테 보고해라. 알겠느냐?”

“예.”

제자가 자신의 숙소로 돌아가는 걸 멍하니 바라보면서 스승은 중얼거렸다.

“코린트가 이번 일을 눈치 채지 못해야 할 텐데… 제발 크라레스를 버리지 말고 지켜 주십시오.”

만약에 그놈이 코린트에서 보낸 자라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미래를 관장하는 신이시여.

방에서 로니에 사제가 땀을 훔치며 나오는 걸 보고는 팔시온이 급히 물었다.

“어떻습니까?”

“흐음, 샤이하드 님의 가호로 위험한 지경은 넘은 것 같아요. 어쨌든 상당히 심한 상처를 입었으니까요. 그런데 왜 그런 대폭발이 일어난 거죠?” 그러자 사람들의 시선은 일제히 마법사들에게로 돌아갔다. 화학 약품을 이용해 폭발을 일으킬 수도 있지만 사실상 이 세계는 마법이 너무 발달하는

통에 과학의 발전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과학은 일종의 마법의 시녀라고 할까?

과거 화약이란 물질이 개발되기도 했지만, 마법사가 한 방 날리는 것보다도 파괴력이 떨어지니 자연 뒷전이 될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아무리 과 학적으로 뛰어난 병기를 만들어 냈다 해도 타이탄에 비하면 형편없었기에, 이 시대의 과학은 최강의 마법 병기 타이탄의 파괴력에 가려 빛을 잃고 있 었다.

가스톤은 아직 별 볼일 없는 수련 마법사라서 일행의 의문을 해결해 줄 수 없었기에, 그 또한 자신보다 더 뛰어난 마법사를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모두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모이자 안토니가 약간은 쑥스러운 듯 헛기침을 하면서 입을 열었다.

“험, 내가 보기에는 이번에 사용된 마법은 두 가지예요. 하나는 익스플로우전, 또 하나는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 폭발과 함께 느껴진 암흑의 기 운…………. 흑마법입니다.”

“흑마법이라구요?”

흑마법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고, 또 그걸 익힌 자들은 모두 악당이라는 게 정설이었다. 이게 왜 정설로 굳어졌냐 하면 옛날 용사 이야기에 도 있지 않은가? 용사가 무찌르는 대상은 사악한 흑마법사, 못된 드래곤, 마신 등이었다. 하지만 드래곤이나 마신을 악역으로 만들어 놓으면 영영 주 인공이 이길 가능성이 없어지게 되므로 주로 등장하는 악당 캐릭터는 마신에게 영혼을 팔아 막강한 힘을 손에 넣은 사악한 흑마법사였다.

그렇기에 그게 사실이라면 전설이 아닌 실지로 사악한 흑마법사와 전쟁을 벌이는 용사가 될 절호의 기회가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며 눈빛이 초롱 초롱해진 지미와 라빈이 묻자 안토니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그래, 흑마법이야. 그것도 대단한 수준의! 어쩌면 그 엄청난 위력으로 봤을 때 대마도사일지도…………. 8백 미터 떨어진 곳에서 일어난 폭발의 여력에 집이 반쯤 박살 났을 정도니까 말이지. 어쨌든 상대는 두 명 이상이에요. 마법에 의한 폭발은 두 번 있었죠. 익스플로우전은 5사이클급의 파괴 마법 이니까 아마도 적은 둘 다 최소한 마법사 또는 마도사 클래스라고 봐야겠지요.”

순수 백마술만을 쓰는 사람은 마법사, 그 외의 흑마법, 정령 마법 등 두 가지를 함께 익힌 자들을 마도사라고 부른다.

“자세한 것은 날이 밝는 대로 녀석들이 있었던 곳에 가서 대지의 기억에 물어보면 알 수 있겠지요. 밤도 늦었으니 이만 쉬고 내일 좀 더 정보가 모이 면 의논을 하지요.”

다음 날 아침, 일행 모두가 모여서 쑥덕거리고 있었다. 어쨌든 상대방에 엄청난 실력의 마도사가 있는 이상, 마음 편히 추격하기는 어렵게 되었기 때 문이다.

“상대방의 힘이 상상 이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군. 안토니, 뭔가 알아낸 게 있으면 좀 말해 주게.”

시드미안 경이 말하자 안토니 크로와가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팔시온과 함께 쭉 둘러보고 놈들의 발자국을 찾아냈습니다. 그래서 상대가 어떤 자들인지 알아보기 위해 리멤버런스 오브 더 어스(Remembrance of The Earth: 대지의 기억) 마법으로 그 위에 서 있었던 인물들이 어떤 자들인지 조사했습니다. 그때 공격한 인물들은 세 명이더군요. 그들을 한번 보시겠습니까?”

“그러지. 보여 주게.”

안토니 크로와는 중얼중얼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디스플레이 이미지(Display Image)!”

안토니의 머리에 들어 있던 기억이 자그마한 영상으로 표현되기 시작했고, 곧이어 그들의 앞에는 세 사람이 자그마하게 나타났다.

“바로 이들입니다. 대지에 기억된 그들의 능력을 측정해 보면, 이쪽의 중무장을 한 무사는 그래듀에이트급입니다. 그리고 저쪽에 있는 둘은 마법사 죠. 보나마나 저 노인이 어제 흑마술을 구사한 마도사라고 생각됩니다.”

“흐음…….”

“혹시 이 중에서 알고 있는 사람은 없나?”

그러자 팔시온이 곧장 대답했다.

“저기 있는 젊은 마법사는 그때 라나를 납치했던 녀석이에요. 그 녀석이 틀림없어요. 상당한 실력의 마법사인 것 같았습니다. 아마도 4에서 5사이클 정도? 가스톤보다는 훨씬 윗줄의 마법사였으니까 말입니다.”

팔시온의 말을 안토니가 약간 수정해서 말했다.

“5사이클이 맞을 겁니다. 어제 첫 번째 폭발을 일으킨 마법은 5사이클 주문인 ‘익스플로우젼이었으니까요. 그러니까 젊은 쪽이 5사이클급 마법사, 노인이 최소한 6사이클급의 마도사일겁니다.”

6사이클이라는 말이 나오자 모두들 약간 찔끔했다. 전 세계를 통틀어도 6사이클급의 마법사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보통 어떤 나라에 가도 6사이클 급의 마법사라면 궁정 제1마법사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아주 강대한 마법을 자랑하는 코린트나 마도 왕국 알카사스 등 몇몇 나라만 이 7사이클급의 대마법사가 있었고, 전 세계를 통틀어 7사이클은 다섯 명도 되지 않았다.

그만큼 마법이란 것은 배우기가 힘들었고, 보통 사람이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뼈 빠지게 평생 수련해서 올라갈 수 있는 경지로 6사이클을 꼽을 정 도였다. 그런데 적이 6사이클의 마법을 구사하는 놈이라니……………

모두들 침묵에 빠지자 시드미안 경이 살며시 말문을 열었다.

“안토니의 추측이 정확하다면 그들은 또 한 명의 그래듀에이트급 기사를 보유하고 있다는 말이군. 이렇게 되면 전에 죽은 녀석까지 그래듀에이트 두 명, 마도사 한 명, 마법사 한 명인가? 이번 여행을 하면서 그래듀에이트급을 많이도 보는군. 요즘은 그래듀에이트급을 키우는 학교라도 있는 모양 이지? 제기랄! 국가 정도의 세력이 후원하지 않는 한 그 정도 고급 인재를 가질 수는 없어.”

“그렇지 않을 수도 있죠.”

갑작스런 미디아의 말에 시드미안 경이 움찔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나, 미디아 양? 기사 둘을 국가가 아닌 단체에서 모으기는 하늘에서 별 따기보다 어렵네.”

“그렇다면 지금 저희 파티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팔시온이나 미카엘 같은 경우 그래듀에이트급은 안 되지만 그에 가까운 능력을 가졌죠.” 시드미안 경은 피식 웃으면서 손을 내저었다.

“미디아 양. 말하는 도중에 가로막아서 미안하지만 그래듀에이트급과 그에 근접한 것과는 천지 차이네. 내가 정확히 설명을 해 주지. 진짜 그래듀에 이트 자격을 통과한 인물이라면 팔시온과 미카엘 같은 사람 다섯 명이 한꺼번에 덤벼도 적수가 될 수 없어. 그만큼 서로 간의 실력차는 상당한 거야.” 사실 미디아는 그 귀한 그래듀에이트급 인물들이 싸우는 모습을 실질적으로 본 적이 없었다. 전에 그런 인물과 다크가 싸우기는 했지만 워낙 상대가 순간적으로 허무하게 무너져 버려서 그 실력을 느끼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좋아요. 그럼 그래듀에이트급은 안 되지만 그에 준하는 실력자가 두 명, 그리고 수련 기사 두 명, 그리고 수련 마법사 한 명, 그리고…………….”

시드미안 경은 미소를 지으며 다음 말을 이었다.

“거기에 여자 용병 한 명. 그 정도 전력을 지닌 파티는 아주 많아요.”

“아니에요. 시드미안 경께서는 여기에 없다고 한 사람을 빼셨어요.”

“아, 참. 다크말인가? 모험가 한 명 더 보탠다고 해서, 하기야 그의 실력은 좀 수상한 점이 많아. 그래듀에이트급을 처치했다면 최소한 그 이상은 된 다는 말이겠지. 어제 일어났던 그 폭발에서도 살아남았고…………. 어쨌든 모든 것은 다크가 정신을 차린 다음에야 알 수 있겠군.”

시드미안 경이 약간 더듬거리자 미디아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반격했다.

“그렇죠? 다크의 실력은 최소한 그래듀에이트…………. 그 정도 실력자를 보유한 파티는 아마 없을 걸요?”

하지만 시드미안 경에게는 아직도 반박의 여지가 있었다.

“흐음, 그렇게 볼 수도 있겠군. 하지만 다크처럼 어쩌다 한 명이라면 이해를 할 수 있겠지만…………. 놈들은 벌써 50여 명의 병사들과 그래듀에이트급 두 명에 궁정 마도사급 한 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네. 그 외에 또 얼마나 더 가지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지. 대단히 힘든 모험이 될 수밖에 없 을 거야. 지금 말이 나왔으니까 하는 말인데. 상대의 힘은 거의 국가에서 후원하는 정도의 수준이지. 자네들은 이 상태에서도 같이 모험을 계속 할 건가?”

…….

서로 눈치를 조금씩 보는 것 같았지만, 곧이어 그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설혹 목숨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이 정도 모험은 평생 가도 한 번 하기 힘들 것이다. 어쩌면 악당인 흑마술사를 해치운 용사 파티로서 살아 있는 전설이 될지도 모르는데……………

모두 계속 추격에 가담할 뜻을 밝히자 시드미안은 팔시온에게 물었다. 팔시온이 안토니를 따라 나간 이유는 안토니를 보호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 만 흔적을 찾아내려는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모두 다 참가하겠다니, 정말 고맙네. 그건 그렇고 팔시온, 뭔가 알아낸 것이 있나?”

“예, 가까스로 희미한 흔적을 찾아냈어요. 그 흑색 갑옷을 입은 놈을 얼핏 봤다는 사람이 있더군요. 그리고 회색 갑옷을 입은 패거리도…………. 갈로시 아 방향에서 오더라고 하더군요.”

“좋아, 그럼 성에서 병사들이 오면 여기 일을 맡기고 떠나도록 하지. 로니에 사제님, 그때까지 다크가 일어날 수 있도록 좀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하지요.”

그 후에 집중적으로 행해진 치료 마법 덕분에 다크는 몇 시간 후에 깨어날 수 있었다. 다크는 약간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깨어났다. 사실 중원에서 도 그 정도 파괴력이 있는 무공에 격중되어 본 적이 없었다. 첫 번째 익스플로우전을 간단히 파괴한 후 뛰어 들어가다가 상대의 흑마법을 뒤늦게 눈 치챘고, 그걸 호신강기와 거의 본능적으로 펼쳐진 무상검법의 방(防), 망강(剛) 정도로 때웠기에 제대로 된 방어가 힘들었다. 그 때문에 큰 상처를 입은 것이었지만……………

일단 자신이 깨어났을 때, 사방에서 원숭이 구경하듯 바라보고 있자 울컥 짜증이 밀려왔다. 얼마나 할 짓이 없으면 누워 있는 사람 주위에 쭉 늘어서 있는가 말이다.

“으으응…………… 쭉 둘러서서 뭐 하는 짓이야?”

“아, 이제 정신이 드는 모양이군. 큰일 날 뻔했네. 이제 깨어났으니 어제 상황을 좀 설명해 주지 않겠나?”

일순간 다크는 망설였다. 자신의 강대한 힘을 다른 인물들에게 알리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게다가 저들이 물어보는 걸 보니 어제 무슨 일이 벌어졌 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없는 모양이고……………. 또 자신이 상대를 얕잡아보고 사소한 실수를 해서 상대의 공격을 그대로 맞았다고 실토하기에는 자존심 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다크는 알짜배기는 빼고 그냥 두리뭉실하게 설명을 하기로 했다.

“어떻게 된 거냐 하면, 어제 산책을 하는데 조금 앞쪽에서 대폭발이 일어났지. 그다음에는 기억에 없어.”

그런 후 다크는 돌아누워 버렸고, 그 외의 잔 줄기는 각자가 상상해서 메울 수밖에 없었다. 일행이 만들어 낸 줄거리는 이렇다.

다크가 산책을 나갔다. 그가 걷는 방향에 어쩌면 상대방이 공격 준비를 하기 위해 모여 있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갑자기 사람이 나타나자 마법을 날 렸다. 하지만 운 좋게? 으음, 이 다음부터가 말이 안 되는 것이다. 그 정도 마법을 구사했다면 그걸 명중시킬 실력도 가지고 있을 텐데…………. 그래서 다 크를 좀 더 닦달하자 답이 나왔다. 다크 왈(曰).

“첫 번째는 막았고, 두 번째는 맞았다. 그런 다음 이 모양이지. 더 묻지 마. 귀찮다구.”

그렇다면 첫 번째 날아온 익스플로우전은 간신히 막았고, 근처에서 폭발하는 그 충격 때문에 두 번째 마법은 조준이 빗나가서 그 앞에 맞았다. 그래 서 저 모양이 되었다. 흐음, 말이 되는군.

만약 이게 줄거리라고 가정한다면 다크는 익스플로우전을 막았다는 말이 된다. 그렇다면 ‘5사이클급의 마법을 막았다면 어느 정도 실력이어야 할 까?’ 하는 의문이 일어나게 된다. 일행의 의문은 당연했고 그 답은 안토니가 내려 줬다.

“익스플로우전을 막았다면, 아마도 시드미안 경과 동급 정도라고 생각하면 맞을 겁니다. 그래듀에이트급은 상회한다고 봐야지요.”

모두들 그러려니 하고는 고개를 끄덕였고, 출발 준비를 하고 있다가, 다음 날 점심때쯤 병사들을 이끌고 도착한 기사에게 마법책들을 성으로 옮기라 고 지시한 후 일행은 출발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