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6권 4화 – 습격자
습격자
“이야! 저거 예쁘다. 그지?”
“저것 봐! 저렇게 멋있게 세공된 검은 처음이야…….”
“잠깐 저것 좀 보고 가자. 와이번 비늘을 녹여 만든 방패야. 알카사스에 와야만 진품을, 그것도 최고로 멋있게 세공된 진품을 볼 수 있거든. 저 선(線) 좀 봐. 얼마나 아름답니?”
사람들이 이 기묘한 두 여자를 힐끗거리면서 지나갔다. 한 여자는 30세 정도에 키가 거의 175센티미터는 되어 보이는 데다가, 누가 봐도 검사라는 걸 알 수 있게 우람한 근육질의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또 동행인 소녀는 잘봐 줘야 이제 15세 정도? 그 어린 소녀의 키는 기껏해야 160센티미터 정도에 불과했지만, 근육이라고 는 거의 없는 날씬한 몸매에 대단한 미모를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이유는 그 둘의 신체적 대조 때문이 아니었다. 이색적인 물건들을 보며 야단법석을 떠는 여자는 우람한 근육질의 나이든 여자요, 한 창 호기심이 왕성할 듯한 어린 소녀는 오히려 그따위 것에는 흥미 없다는 듯 시큰둥한 표정으로 따라다닌다는 데 있었다.
“제기랄, 용병 길드에 같이 가자고 왔잖아. 그런데 왜 시장통에는 들어와서 법석이야?”
“흐음, 여자의 즐거움을 모르는 한심한 녀석 같으니라구…….”
그러자 발끈한 다크가 말했다.
“명심해 둬. 나는 여자가 아니라구.”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물어봐라. 뭐라고 대답하는지. 그건 그렇고 하나 사 줄 게 있어서 데리고 온 거야.”
“사 줄 거?”
“응, 우리 모두가 의논했지. 조금 더 가면 있어.”
미디아가 다크를 끌고 간 곳은 그렇게 크지 않은 작은 상점이었다. 그들이 들어서자 주인인 듯한 나이든 남자가 인사를 했다. “어서 오십시오. 뭘 찾으십니까?”
사근사근한 주인의 말에 미디아가 상점을 둘러보았다.
“근력 증가의 마법이 걸린 물건을 찾아요. 어떤 게 있죠?”
주인은 여자라고 보기 믿어지지 않는 미디아의 근육을 쳐다보며 물었다. 이 정도 근육을 가지고도 근력 증가를 찾다니…….
“손님께서 쓰실 겁니까?”
“이 아이가.”
그러자 주인은 상대의 신분에 대해 대강 감을 잡았다. 예쁜 여자 아이, 또 그 아이를 따라 다니는 제법 실력 있어 보이는 여자 검객. 그렇다면 오늘 손님은 여행 중 인 어느 부잣집 딸내미라는 말이 되는데, 그럼 흐흐흐…….
“요즘은 파괴력이 아주 강한 명품, 즉 화염의 반지라든지 뭐 그런 게 아주 인기를 끌고 있는데, 손님들은 조금 다르군요. 나약한 여자들이 이용하기에는 화염의 반 지나 뇌전의 반지 같은 게 좋을 텐데요. 그편이 상대에게 피해를 더 줄 수 있고 말입니다. 치한 방지용으로 아주 좋은 뇌전의 반지가 있습니다. 한 방에 그냥 나가떨 어지죠. 제가 특별히 아주 싸게 드리겠습니다. 헤헤헤.”
“딴소리하지 말고, 있어요? 없어요?”
“아, 예. 물론, 물건은 있습니다. 이쪽으로……..”
주인은 반지 세 개와 장갑 두 개를 보여 주며 말했다.
“바로 이 녀석들이죠. 이것들은 모두 다 파워 업 마법이 처리된 것들이죠. 모두 다 뛰어난 마법 처리가 된 마력 도구들입니다. 아마 써 보시면 마음에 드실 겁니다. 헤헤헤……. 장갑은 조금 작아 보여도 신축성이 아주 좋은 오크 가죽으로 만들었기에 매우 부드럽고 착용감이 좋죠. 웬만한 손 크기라면 누구라도 낄 수 있습니 다.”
“이중에 어떤 게 마나가 제일 적게 들어가죠?”
“뭐 그렇게 차이가 크진 않지만, 장갑 쪽이 마나가 적게 들죠. 하지만 반지 쪽이 좀 더 성능이 뛰어나죠. 아무래도 고명하신 마법사 분들은 대부분 품위 있는 반지 를 만드는 걸 선호하시거든요.”
“이거 가격은 얼마예요?”
“예, 그 장갑은 5백 골드죠. 매우 저렴한 가격입니다. 헤헤.”
“그럼, 이 반지는요?”
“6백 골드입니다. 거기 박힌 사파이어는 진짜거든요. 보석 가격도 생각해 주셔야죠. 헤헤.”
“그럼, 이 장갑은요?”
“예, 그쪽은 손가락 부분이 없는 만큼 가격이 약간 쌉니다. 450골드죠. 하지만 겨울철에 쓰기에는 좀 추우실 겁니다.”
주인의 말에 미디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너무 비싸요. 좀 더 싸게 해 줘요. 내 다크네도 3백 골드에 샀는데…….”
“에이, 손님. 다크네 같은 것과 이걸 비교하지 마십시오. 저희 알카사스 최신 모델들은 더욱 작은 마나를 흡수해 더 강한 힘을 냅니다. 그러지 마시고…….” “그럼, 시험을 해 보면 알 수 있겠지.”
미디아는 다크네를 벗고, 그 450골드짜리 장갑을 끼고는 주문을 외웠다.
“파워 업.”
그 상태에서 자신의 검을 뽑아 들고는 검 손잡이의 끝 부분만 잡고 버티며 다크네와 힘의 차이를 가늠해 보면서, 마나의 소모에 따른 피로도를 정밀하게 재기 시작 했다. 설마 이 정도까지 본격적인 실험을 하는 손님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해 보지 못한 주인은 약간 창백해진 안색으로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헤헤, 그렇게 실험을 꼭 해 보실 것까지야…….
제가 크게 인심 쓰고 330골드까지 해 드리죠.”
“흐음, 꼭 장사치들은 다 이렇다니까. 내 다크네와 별 차이도 없는 것 같은데, 150골드나 더 받아 처먹겠다고? 미네온 마법사 길드에서 이 가게가 그런대로 양심적 이라고 해서 찾아왔는데, 타지 사람이라고 바가지를 씌우려 들어? 내 소개한 그놈의 마법사 영감탱이 수염을 몽땅 뽑아 줄 테닷!”
신경질이 머리끝까지 오른 듯 열 받은 표정으로 씨근거리며 미디아가 달려 나가려고 하자, 주인은 울상을 지으며 다급하게 미디아를 붙잡고 사정했다.
“그렇게 하시면 저는 여기서 장사를 할 수 없습니다. 제발 좀 봐주세요. 제가 잘못했습니다. 250골드에 드릴 테니 제발…….
“2백 골드!”
“손님, 원가가 250골드입니다. 아무리 깎으셔도 그건 좀…….”
“그래? 그럼 팔 필요 없어. 나는 그 마법사 영감탱이 수염만 뽑아 주는 걸로 만족하겠어. 이 나쁜 놈 같으니라구!”
“제에발. .! 좋아요, 좋아! 2백 골드에 가져가십시오. 2백 골드에 드리겠습니다. 손님, 거기 가서 난리치시면 저는 오늘 중으로 통구이가 된단 말입니다. 제발……..”
계산을 끝내고 상점을 나서며, 소녀는 자신에게 새로이 생긴 손가락 부분이 없는 장갑을 끼면서 물었다.
“그런데 누구한테 저 가게를 소개받은 거야?”
미디아는 쑥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낮은 목소리로 실토했다.
“히히히, 소개받기는 누가 소개받아. 그냥 윽박지른 거지. 여기서 파는 모든 마법 물건들은 거의 마법사 길드에서 흘러 들어오게 되어 있고, 또 이곳 알카사스에서 마법사의 위치는 대단히 높아. 그러니 주인이 지레 겁먹고 다 실토한 거지. 어때? 덕분에 250골드나 깎았잖아.”
“그건 그렇군.”
“마법 장갑은 무조건 쓰기 전에 파워 업, 다 쓴 후에는 파워 다운이라고 주문을 외워 줘야 해. 마력에 의해 유지되기 때문에 장갑이 빗물에 젖어도 손질해 주지 않 아도 되고, 또 장갑의 수명도 아주 길지. 너는 지금 힘이 너무 없으니까 꼭 그걸 끼고 있는 게 좋아. 값도 싸지만 손가락 부분이 없으니까 평상시에 끼고 다닌다고 해 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아서 좋을 거야.”
“꽤 좋은 장갑이군. 가죽도 부드럽고……. 이거 오크 가죽이라고 했던가?”
“그럼, 가죽 중에서 최고로 신축성이 좋고 부드러운 게 오크 가죽이지. 다만 가공하기가 힘들어서 흔하지 않지만……..
풍덩!
갑자기 공간이 열리며 사람들이 말에 탄 채로 강물 속으로 떨어졌다. 갑자기 물에 떨어져 놀란 말들이 잠시 아우성을 쳤지만, 미리 주의를 받았던 사람들은 말들을 재빨리 진정시켜 강가로 몰아갔다.
“경치 좋군.”
지오네의 말에 옆에서 말을 타고 가던 기사가 재빨리 맞장구를 쳤다.
“그렇습니다. 그런데 어디쯤에 그 드래곤이 사는지……?”
“카마가스 지대를 자신의 영토로 삼고 있다고 하니, 그쪽으로 가 보면 알 수 있겠지. 그건 그렇고, 자네들은 타이탄의 추가 무장을 준비했나?”
지오네의 말에 뒤쪽에 있던 기사가 재빨리 대답했다.
“예, 모두 창 세 자루와 철퇴나 전투 도끼를 준비했습니다.”
“흠, 좋아, 좋아. 어쩌면 조만간에 적들과 전면전을 벌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최대한 준비를 든든하게 해 두는 것이 좋겠지.”
“지오네 경”
“왜 그러나?”
“꼭 드래곤에게 물어보러 가야 할까요? 사실 드래곤은 사람들의 일에 간섭을 안 해 왔는데…….”
그러자 지오네는 빙긋이 미소 지었다.
“아마 드래곤과 관계없을 가능성이 대단히 크지. 하지만 관련이 없다는 보장도 없기에 한 번은 만나러 가야 해. 그리고 만약 적의 배후에 어떤 국가가 있다면, 우리 들이 이리 온 것을 이미 알아채고 감시한다며 북적거릴 것이다.”
“그렇다면 미테오 경 일행이 위험하지 않을까요? 아무리 갈로네가 호위를 해 준다지만, 여태까지 보여 준 놈들의 전력으로 미루어 볼 때 갈로네 혼자만으로 는…….?
그러자 지오네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떠나기 전에 이미 미네온에는 열 명의 첩자들이 깔려 있었다. 그리고 지오르네 백작님께서 마법사 다섯 명과 은십자 기사단원 20명을 거느리고 일찌감치 잠 입해서 활동 중이시지. 우리는 그냥 이리저리 들쑤시면서 놈들이 나타나게 만드는 미끼야. 그놈들이 나타나서 백작님에게 포착되면 그다음은 끝장이지. 또 우리들 이 이동한 후에 놈들이 방심하고 미테오 일행을 추격한다면 그것도 또 우리들에게 걸리게 되어 있어. 놈들은 폐하께서 이번 사태를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지 모르고 있지. 감히 본국의 드래곤 하트를 훔쳐 가다니……. 그놈들에게 남은 건 멸망이라는 단어뿐이야. 흐하하하!”
“하하하, 놈들은 그럼 자기 꾀에 속아서 저절로 모습을 드러내겠군요.”
“그럼, 그럼. 겨우 그따위 신탁 쪼가리 하나 가지고 어떻게 찾겠나? 머리를 써야지, 머리를!”
“어때?”
“이 근처에는 별로 좋은 일자리가 없어. 있어 봐야 몬스터 사냥? 참내 월급 8골드라니. 실력 좋으면 12골드, 하기야 여기는 꽤나 군사력이 좋아서 대형 몬스 터들은 타이탄으로 사냥해 버리니 일거리가 없을 수밖에…..”
“그럼 마도 왕국을 떠나서 딴 곳으로 가면 되지.”
“아무래도 그래야 될 것 같아. 그건 그렇고 눈요기나 좀 더 하고 가자, 응? 저런 진품을 볼 기회는 좀처럼 없다구. 나는 언제 돈 모아서 저런 거 하나 장만하지?” 그다음부터 미디아는 다크를 무작정 끌고 다니기 시작했다. 40킬로그램도 안 나가는 다크니, 슬쩍 끌기만 해도 질질질 끌려가게 되어 있는 것이고, 다크는 취미 없 는 시장 바닥 구경을 또다시 해야만 했다.
“이야, 저 롱 소드 좀 봐. 저 호화로운 장식.. . 검의 날 부분에는 미스릴을 입혀 놨어. 그리고 검신(檢身)에는 은으로 상감(象嵌 : 금속 등의 표면에 무늬를 파고 그 속에 금, 은을 채워 넣어 멋을 내는 기법)을 했어. 멋도 멋이지만 위어울프 같이 부정한 놈들과 싸우는 데 필요한 실용성까지 같이 추구했다구. 얼마나 멋있어?”
“헛소리하지 말고 빨리 돌아가자.”
질질질…….
“이야! 저 방패……. 정말 예술품이야. 표면에 대마법 주문까지 새겨 놨잖아. 아마 4내지 5사이클 공격 마법까지도 막아 줄 거야. 대마법 주문을 저렇게 새겨 놓으 니까 뭔가 꽤 멋있게 보이지 않냐? 정말 정말 마음에 들어. 저 가격표 말고는…….?”
“미디아, 그런데 저건 뭐냐? 이상하게 생겼네.”
미디아는 다크가 가리키는 쪽을 봤다.
“아, 저거 묘인족(猫人族)이야. 사람처럼 생기기는 했지만 머리 위에 뾰족한 귀, 길고 부드러운 털이 박힌 꼬리…, 꼭 고양이 같이 생겼잖아. 알카사스에서는 사람 을 노예로 쓰지 않는 대신 저런 수인족(獸人族)이나 엘프 같은 걸 노예로 부리지.”
철창에는 세 마리의 묘인족이 갇혀 있었는데, 그 앞에는 각자의 가격이 붙어 있었다. 135골드, 148골드, 164골드. 가장 가격이 비싼 녀석은 부드러운 은빛 머 리카락과 커다란 눈동자를 가진 꽤 미인인 소녀였다. 다크는 그녀의 길고 부드러운 머리카락 위로 솟아오른 뾰족한 귀를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꽤 재미있게 생겼네. 저것들은 수명이 어느 정도야?”
“사람하고 조금 다르지. 묘인족의 경우 80년 정도는 살아. 하지만 인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좀 더 빨리 자라지. 저 아이는 아홉 살 정도? 묘인족은 열 살이면 다 크 니까. 하지만 사람과 달리 훨씬 늦게 늙지. 40세는 지나야 노화가 나타나기 시작한다고 들었거든. 하여튼 오랫동안 젊음을 누리는 종족이야. 저것들은 목걸이를 걸 어 놨으니까 상관없지만, 야생에서는 꽤나 흉폭한 것들이지.”
“흐음, 그렇게 위험하게 안 보이는데?”
“지금은 당연히 그렇지. 혹시 위어울프 본 적 있어?”
“사람이었다가 보름달만 뜨면 늑대로 변하면서 발작한다는 놈들?”
“응, 저것들도 변신하면 그런 식이라고 생각하면 돼. 키도 커지고 기다란 손톱, 발톱이 솟아 나오지. 또 엄청난 근육도……. 하지만 위어울프처럼 아예 이성을 상 실하지는 않지. 대신 피에 대한 야성의 광기는 살아난다구. 그래서 변신을 막기 위해서 저기 보이는 목걸이를 채워 놓은 거야. 변신 방지를 위한 매우 강력한 마법이 걸려 있거든.”
다크가 흥미롭다는 듯 큰 눈망울을 굴렸다.
“흐음, 꽤나 재미있는 족속들이군. 수인족은 묘인족뿐이야?”
“아니, 종류가 꽤 많아. 묘인족(猫人族), 호인족(虎人族), 견인족(犬人族), 조인족(鳥人族) 등 꽤 다양하지. 그중에서도 조인족이나 견인족은 꽤 인기가 좋아서 아 주 비싸. 조인족은 아주 아름답거든. 날개를 펴면 천사처럼 보이는 데다가 얼굴도 미남, 미녀고 말이야. 변태들의 사랑을 꽤나 받기 때문에 가격이 아주 비싸. 잘 잡 히지도 않고 말이야……. 하지만 견인족은 그와는 다른 이유에서 가격이 비싸지. 견인족은 잘 기르면 매우 충성심이 깊어서 목숨을 걸고 주인을 지키지. 그래서 견 인족을 호위병으로 쓰는 사람이 많아. 하지만 저런 고양이과 놈들은 충성심이라고는 개털만큼도 없는 것들이라서 그냥 즐기는 데나 쓸까, 쓸 데가 없다니까. 이제, 딴 데로 가자. 아직도 볼 거 많아.”
질질질…….
어쨌거나 미디아에게 이리저리 끌려 다니다 보니 여관에 도착한 것은 거의 저녁 식사 때가 다 되어서였다. 식사를 맛있게 끝낸 후 다크와 로니에 사제는 각자 자신 의 방으로 돌아갔고, 나머지 일행들은 무투회 참가를 위한 훈련을 한답시고 뒤뜰에서 격투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챙— 퍽! 퍽—— 챙——!
한동안 검과 검, 검과 방패, 방패와 방패가 부딪치는 격투 소리가 들리더니 갑자기 중단되었고, 곧이어 팔시온이 쫓아 올라왔다.
“시드미안 경이 우리에게 시킬 일이 있다고 사람을 보내왔어. 지금 그 싸가지 없는 자식들하고 같이 있는데, 그 때문에 조용히 만나서 얘기하자고 말이야. 빨리 준 비해. 아마 거기서 부탁받고 곧장 떠나게 될지도 몰라.”
“알았어.”
팔시온 일행은 여행 준비를 단단히 갖추고 미네온시 외곽으로 나갔다. 미네온시 외곽에 있는 한적한 곳에서 만나야 하는 이유는 두말할 것도 없이 그 꼴 보기 싫은 녀석들의 눈길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그것은 꽤나 타당성 있는 제안이었으니, 모두 그런가 보다 하고 있었다. 분명히 그 코린트 녀석들은 시드미안보다 윗줄의 인물 이었고, 팔시온 일행이 이번 일에 개입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으니까.
“저기군.”
시드미안은 이미 약속 장소에 나와 있었다. 어두운 밤이라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어두컴컴한 나무 밑에 말을 타고 있는 세 사람의 시커먼 그림자가 보였다. 아 마도 시드미안, 안토니, 스미온이리라….
모두 시드미안에게 다가가서 반갑게 인사를 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시드미안이…, 아니 시드미안이라고 생각했던 인물이 검을 빼 들었고, 그 옆의 인물들도 마찬 가지였다. 그리고 나무 위에서 뛰어내린 다섯 명까지 합세하며 공격을 퍼부었다.
시드미안으로 착각했던 인물의 발검(劍) 실력은 정말이지 놀라웠다. 단숨에 팔시온의 목에 검을 들이댐과 동시에 가스톤의 복부에다가는 거의 손목이 들어갈 정도로 왼팔을 깊숙이 박아 넣었다.
“윽!”
쿠당!
그 외 두 명의 인물들도 곧장 미카엘과 로니에 사제의 목에 칼을 겨누었고, 나머지 나무 위에서 뛰어내린 다섯 명은 널찍이 포위한 채 일행의 퇴로를 차단했다. 순 식간에 완전히 제압당한 것이다. 그걸로 보면 이 인물들은 대단히 많은 훈련을 받은 자들이 분명했다.
“무기를 버려라. 안 그러면 이놈들의 목숨은 없어!”
“제길……..”
복부를 한 대 맞은 충격으로 낙마해서 기절한 가스톤을 제외하고 나머지 인물들은 각자의 손에 쥐고 있던 검을 땅바닥에 던졌다. 챙그렁,챙!
“좋아, 이제 한 명씩 말에서 내려라. 천천히…….”
모두들 그 말에 순순히 따를 수밖에 없었다. 모두 말에서 내리자 시드미안으로 착각했던 자가 외쳤다.
“가스팔!”
그러자 가스팔이라고 불린 인물이 나무 뒤쪽에서 나오며 외쳤다.
“슬립(Sleep)!”
그와 동시에 팔시온 일행은 그대로 땅바닥에 줄줄이 쓰러졌다. 두 명만 빼고……. 한 명은 로니에 사제였고, 또 한 명은 어린 소녀였다.
“응? 이것들은 잠들지 않는데 어떻게 할까요?”
칼을 빼들고 주위에 서 있던 놈들 중 한 명이 공손하게 묻자 말 탄 인물 중의 하나가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기절시켜.”
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