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8권 2화 – 드래곤 하트의 위력
드래곤 하트의 위력
“흠, 그게 아니야. 자네는 인간들 일에 너무 간섭을 하고 있네.”
“예?”
“내가 레어에만 처박혀 있는 것 같지만, 다른 드래곤들과도 간혹 연락을 하고 있지. 이번 일만 봐도 그래. 까딱 잘못했으면 자네는 큰일 날 뻔하지 않았나? 왜 인간들에게 그렇게 강력한 괴물을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있나?”
그 말에 카드리안은 약간 난처한 듯 미소로 얼버무리며 대답했다.
“그게, 재미있어서라고 할까요? 하지만 지금 현재의 타이탄 제조 기술로는 인간이 아무리 잘나 봐야 우리 드래곤들과 상대하기는 힘듭니다.” “지금은 물론 힘들겠지. 하지만 세월이 조금 더 지나면 더욱 강력한 것을 만들지 않겠나?”
아르티어스의 말에 카드리안은 피식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엑스시온의 핵에 사용하는 것은 루비죠. 제가 연구해 본 결과 루비로 낼 수 있는 출력의 한계는 2.3이지요. 저는 이번에 그걸 완 성해서 ‘기사’라는 타이탄에 넣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상의 출력을 루비로 내려고 했다가는 곧장 출력이 폭주해서 폭발해 버리고 말 것입니다. 아 마도 루비가 가지는 강도(强度)의 한계 때문이죠.”
“하지만 루비보다도 더 강한 보석도 있지 않은가?”
“예, 물론 있죠. 핑크 다이아몬드. 제가 실험해 본 결과로는 그것으로도 2.5 정도밖에는 낼 수 없습니다. 또 붉은색 다이아몬드는 아주 희귀하기 때 문에 제대로 된 타이탄이라면 한 대 만들기도 힘들 겁니다. 그렇기에 타이탄의 성능 향상은 아마도 더 이상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카드리안의 자신감 넘치는 대답에 잠시 말문을 닫았던 아르티어스는 뭔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더니 조용히 말했다.
“자네…, 드래곤 하트로도 실험을 해봤나?”
“드래곤… 하트⋯라고요?”
그 둘은 잠시 벙어리가 된 듯 입을 다물었다. 그런 그 둘의 모습을 붉은 머리털을 가진 아가씨가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세상 물정을 모르는 젊은 드래곤은 둘의 대화가 가지는 의미를 확실하게 파악하지 못했다. 인간들이 최강의 드래곤으로 꼽는, 레드 드래곤의 일족인 바미레이드 는 인간 따위가 아무리 강해져 봐야 그들 일족의 적이 될 수 없다고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왜 그러세요? 카드리안 아저씨. 겨우 인간 따위가 아무리 강해져 봐야 브레스 한 방이면 끝장이잖아요?”
하지만 바미레이드의 천진난만한 의견에 대해 카드리안은 답을 하지 않았다. 그 자신이 인간 세상에 있으면서 그들을 남몰래 비웃으며 언제나 품어 왔던 우월감. 그러니까 카드리안에게는 인간들 시계(視界)의 좁음과 편견, 고정 관념을 비웃으며 자신은 그렇지 않다는 우월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 우월감이 타이탄을 단 한 대도 만들어 보지 않은 한 늙은 드래곤에 의해 처참할 정도로 찢겨져 버린 것이다. 그 자신도 인간들과 함께 생활하는 동안 어느덧 그들이 가지고 있던 타성에 젖어서 엑스시온은 무조건 붉은색 ‘보석’으로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카드리안은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금속, 마법의 불이 아니면 녹이지 못하고, 그 무엇보다도 단단하기에 최고로 귀한 물건, 즉 드래곤 본(Dragon Bone)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거기에다가 붉은색을 띠는 드래곤 하트는 엄청난 마나의 집약체이기에, 드래곤 하트를 사용하는 것 자체를 생각하지 못하고 있던 카드리안은 ‘그것을 사용하면 어떻게 될까?’하는 생각만으로도 오랜 세월 타이탄을 연구해 왔던 그에게는 어렴풋이나마 그 위력을 짐작 해 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실험을 해 보지는 않았지만 어떤 괴물이 만들어질지, 만들어 보지 않아도 대충 짐작이 가는군요. 그것을 사용한다면 아마도 최소한 2.5의 벽은 깰 수 있을 겁니다. 거기서 더욱 발전한다면 우리 드래곤은 더 이상 최강의 생명체가 될 수 없을지도……………”
아르티어스는 상대가 의외로 순순히 수긍하고 들어오자 조금 의외라는 생각을 했다. 만약 레드 드래곤이었다면 절대로 그럴 리 없다고 박박 우기려 고 들었을 테니까.
“내가 우려하는 점이 바로 그거라네. 인간은 건드려서는 안 될 영역을 건드리고 있어. 원래가 인간이라는 이기적인 동물들이 마나의 강대한 힘을 깨 닫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네.”
“아르티어스 님, 그렇게 너무 비약해서 생각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인간의 마법 능력이라는 것은 드래곤에 비해 형편없고, 또 드래곤 하트를 사용해 서 엑스시온을 만든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설혹 인간들 중에 엄청나게 뛰어난 마법사가 태어나 드래곤 하트를 이용해서 엑스시온을 만들어 냈다고 해도 대량 생산은 불가능하죠. 또 대량 생산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걸 이용해서 드래곤을 죽일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가진 기사는 몇 명 되지 도 않습니다. 이게 얼마나 확률이 낮은 가정(假)인지 아시겠죠?”
“아무리 확률이 낮다 하더라도 그만큼의 위험성은 존재하는 거야. 불가능해 보였던 많은 것들을 인간들은 해냈어. 설혹 인간들이 해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자네 같은 드래곤들이 인간들에게 자신이 연구한 성과를 알려 준다면 그것 또한 같은 결과가 아니겠나? 나는 자네가 인간들의 역사에 너무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고 생각하네. 자네 생각은 어떤가?”
인간 세상에서 거의 80년 이상 생활하면서 그들의 변화와 탐욕을 지켜봤던 카드리안은 아르티어스의 말이 아니더라도 자신은 이미 떠날 때가 되었 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더 이상 생각할 것도 없이 순순히 대답했다.
“물론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원래가 인간 세상에서 마법사 노릇을 한 것, 그리고 코린트를 최강의 제국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것, 그 모 두가 몇몇 인간들을 제가 좋아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그것에 대해서도 회의적(懷疑的)이 되어 가는군요. 사실 아르티어스 님이 말씀하지 않 았더라도 슬슬 정리하고 레어로 돌아올 생각이었습니다.”
“잘 생각했네. 인간들의 일은 인간들의 손에 맡기는 것이 제일 좋은 거야.”
“험험…, 그렇게 말씀하고 계신 아르티어스님도 저 아이를 위해 인간 세상의 일에 간섭하실 생각이 아니십니까?”
카드리안이 슬쩍 가리킨 것은 물론 절벽 아래를 따분한 듯 내려다보고 있는 다크였다.
“그렇지 않아. 저 녀석이 나한테 그런 걸 부탁할 리도 없고 말이지. 그리고 아버지한테 그런 걸 부탁할 정도로 저 아이가 힘이 없지는 않거든. 실은 너무 ‘부탁’을 안 해서 문제지. 참, 저 녀석을 너무 기다리게 했구먼. 이제 돌아가세나.”
카드리안은 레어 입구까지 따라 나오며 말했다.
“어디로 가실 생각이십니까?”
“글쎄, 한동안은 저 아이를 따라 다녀볼까? 사실 레어 안은 너무 심심하거든.”
그 말에 카드리안은 빙긋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아마도 그 고독이란 병 때문에 모두들 인간 세상에 나가고 싶어 하는 거겠죠. 아들과 함께 좋은 꿈꾸시길 바랍니다.”
“고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