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뢰도 1권 6화 – 나는 사부가 지난 세월에 한 일을 알고 있다

나는 사부가 지난 세월에 한 일을 알고 있다

사부는 희대의 악당이다. 사부는 노동법 위반과 아동 학대 죄로 관아에 고발(發)당해도 할 말이 없는 사람이었다.

나는 사부가 지난 세월 동안 한 일을 일고 있다. 그리고 사부가 앞으로 저지를 일들의 부류에 대해서도 잘 알 수 있다. 난 왜 그런 사람의 제자가 되었을까? 나는 지금 절대 후회한다. 비류연(飛流沇) 12세 어느 날..

사부와 함께 생활한지 어언 6개월. 그 6개월 동안 나는 매일 장작 패기와 빨래를 반복해야만 했다. 그 동안 나는 계속해서 ‘지옥의 근육통’이라는 이름의 감옥에 갇혀 엄청난 고문을 당했지만 2대 비전(秘傳)인 뇌령심법(雷靈心法)과 영사심결(靈絲心訣)을 꾸준히 수련하고 수행한 결과 ‘지옥의 근육통’이라는 감옥에서 간신 히 탈출할 수 있게 되었다. 비전(秘傳)을 수련한 지 6개월 후의 일이었다.

지옥의 근육통이 주는 고통에서 간신히 벗어난 어느 날, 사부는 나에게,

“이제 겨우 기초를 배울 수 있게 되었구나.”

라는 간단하지만 어마어마하게 잔혹한 말을 던졌다. 나는 당연히 그럼 이제껏 내가 한 짓은 도대체 뭐였냐?’고 물어야 했지만 화를 꾹 참으며 예의 바르고 정중한 질문을 던졌다.

“난 지금까지 무슨 짓거리를 하고 있었던 거죠, 사부님!”

그러자 사부 왈,

“응? 그거야 당연히 단순한 가사 활동(家事活動) 아니냐. 당연한 걸 왜 물어 보냐. 고 녀석 참 웃긴 녀석일세.”

사부의 얼굴은 별 쓸데없는 걸 다 물어 본다는 표정이었다. 그때 그 참혹한 심정이란…. 도무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허무했다. 멍하니 넋이 빠져 있는 나에게 사부가 배우라고 한 것은 비뢰문의 기초 중의 기초, 비도(飛刀) 던지기였다. 비극의 주인공인 불쌍하고 연약한 미소년이 도대체 무슨 힘이 있었겠는가. 악랄 한 사부가 배우라면 배우는 수밖에.

비도(飛刀) 던지기의 제1단계는 당연히 정지해 있는 물체를 맞히는 것이었다. 이때 바로 영사심결(靈絲心訣)이 무한한 효능을 발휘하게 되는데 모든 정신을 비도 에 담게 해 주는 영사심결의 효능은 백발백중의 명중률이라는 결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5장(15m) 밖에 떨어진 소나무 위에 달려 있는 솔방울을 백발백중으로 맞히는 데는 3개월하고도 10여 일 정도가 더 걸렸다. 그러나 일단 백발백중이라고 해서 다 배운 것은 아니었다. 백발백중의 정확성을 가지고 있다고 해 봤자 어지간히 날고 긴다는 고수들은 자신에게 날아오는 비도나 암기들을 충분히 피하거나 쳐 낼 수 있 는 것이다. 절세 고수라면 맨손으로도 충분히 잡는 것은 물론 호신강기를 돋우어 맨몸으로도 충분히 막아 낼 수 있었다. 그러므로 정확성만으로는 부족했다.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빛처럼 빠른 속도였다. 9개월 동안(가사 활동 6개월 + 수련 기간 3개월)의 장작 패기와 빨래를 통해 손에 상당한 힘이 붙었지만 아직 어림없었다. 아직 10살밖에 먹지 않은 어린아이였기 때문에 힘에는 한계가 있었다. 게다가 거리가 5장 이상 멀어지면 명중률은 현저히 떨어졌다. 10 장(30m)정도 멀어지면 명중률이 3할도 되지 못했다. 10개 던지면 그 중 3개도 제대로 맞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10장 거리에서의 명중률이 5할을 넘자 나의 훈련은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비도(飛刀) 던지기의 제2단계는 움직이는 물체를 맞히는 것이었다. 5장 밖에 떨어져 있 는 소나무 가지에 실로 솔방울을 매달아 놓고 흔들어 놓은 다음 좌우로 흔들리는 솔방울을 맞히는 것이 제2단계의 수련이었다. 솔직히 이거 맞힌다고 되게 고생했 었다.

“흔들흔들… 빙글빙글.”

던지면 빗나가고, 또 던지면 또 빗나가고. 젠장, 젠장이 연발해서 나의 고결한 입 속에서 튀어 나왔다. 이렇게 흔들리는 솔방울을 맞히는 데 4개월이라는 시간이 걸 렸다. 백발백중으로 모두 맞히는 데 걸린 시간이었다. 그러나 5장 밖의 움직이는 솔방울을 맞혔다고 해서 다 끝난 것은 아니었다. 표적과의 거리는 갈수록 멀어지고 흔들리는 물체의 크기는 반대로 작아졌다. 환장할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던지는 물건도 바뀌었다. 꼭 비도만 던지는 것은 아니었다. 바로 새의 깃털을 가지고 던져서 표적을 맞히는 훈련이었다. 새의 깃털을 이용해 던지는 훈련은 던지기 에 기를 적절히 이용할 수 있는 요령과 더불어 공기의 흐름을 읽기 위해 하는 수련이었다. 새의 깃털은 매우 가볍기 때문에 공기의 저항을 많이 받아 던져도 빠른 속 력으로 날아가지 않는다. 당연히 위력도 절망적일 정도로 부족했다.

깃털에 진기(眞氣)를 실어 날리는 것이 주요 핵심 요결인데 이게 결코 말처럼 쉬운 게 아니었다. 물론 공기의 흐름도 잘 파악하고 있어야만 했다. 그렇기 때문에 함 양된 내공이 턱없이 부족하거나 이를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면 제대로 완성할 수 없는 것이 깃털 던지기였다. 어떤 강풍이 부는 상황에서도 깃털을 던져 표적을 맞힐 수 있게 되어야만 비로소 이 기초 훈련을 끝마칠 수 있었다.

비도 던지기와 함께 덤으로 배운 것은 봉황무(鳳凰舞)라고 불리는 운신법(運身法)이었다. 운신법(運身法)은 말 그대로 몸을 움직이는 방법으로 경신법(輕身法)과 보법(步法)이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 더러 신법(身法)과 보법(法)을 혼동하거나 같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그건 천만의 말씀이다.

신법, 즉 경신법은 한마디로 빠른 속도로 먼 거리를 오랫동안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나 보법은 신법과는 다르게 적과 대치했을 때나 무공을 쓸 때 사용하는 것으로 몸을 움직여 적의 사각으로 빠르고 신속하게 접근하거나 적의 공격을 피하는 몸놀림이나 발놀림을 가리킨다. 보법이란 단순한 발만의 움직임인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발이 가면 몸이 따라 움직이기 마련이니 사실은 몸 전체의 움직임을 나타낸다.

다음 단계의 수행에 꼭 필요하기 때문에 열심히 연습해야 한다는 것이 봉황무(鳳凰舞)를 가르쳐 주면서 사부가 한 말이다. 하지만 난 사부가 뭔가를 가르쳐 줄 때 마다 감사하고 고맙기보다는 왠지 나의 앞날이 먼저 걱정되었다. 또 뭘 시켜 먹으려고 이러시나……. 악질 사부는 나를 부려먹기 좋은 형태의 인간으로 서서히 개 조시켜 나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나의 예감은 적중하고 말았다.

나의 불안은 서서히 형체를 갖추기 시작하더니 앞발과 뒷다리, 그리고 날카로운 송곳니를 가진 사나운 짐승이 되어 나를 덮쳤다. 불안이 현실이 되어 나타난 것이 다.

봉황무(鳳凰舞)와 비도 던지기가 어느 정도의 수준에 이르자 사부는 나에게 야외 수업(野外授業)을 나가자고 했다. 야외 수업이라니? 나는 불안해질 수밖에 없었 다. 언제나 훌륭하신 사부님은 나에게 이익이 되는 행동은 절대로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야외 수업의 장소는 사부와 내가 동거하고 있는 움막 바로 뒷산이었다. 움막도 상당히 높고 깊은 산 속에 위치하고 있었지만 뒷산은 더 높고 험한 산이었다. 사부 는 나를 그곳으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 야외 수업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가증스럽게도 야외 수업의 정체는 나물 캐기와 사냥하기였다.

갑작스러운 야외 수업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식비(食費), 즉 밥값을 아끼는 것이었다. 밥값 중에서도 특히 반찬값을 줄여 보자는 것이 이 야외 수업의 진정하고 유일한 목적이었다면 바로 정답이 된다. 벼를 재배할 수는 없으니 밥값을 줄일 수는 없었고 그러니 반찬값 절약을 목표로 정한 것은 당연 한 일이었다. 야외 수업을 통해 경공 실력을 증가시키고 비도 던지기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것은 허울 좋은 명분이었을 뿐이다.

고기는 비싼데 먹고는 싶으니 제자한테 수행의 명목을 붙여서 사냥을 해 오도록 시킨 것이다. “술 안주로는 역시 고기가 최고야!”라고 지껄이며 입맛을 다시는 사 부의 흉계를 나는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더불어 밑반찬용으로 나물을 캐고 함께 약초를 얻기 위해 온 산을 이 잡듯 뛰어다니면 경공 실력의 증진과 더불어 수행에 도 도움이 될 거라는 사부의 말씀은 한마디로 개가 오줌을 싸다 물벼락을 맞고 짖어 대는 소리와 같은 것이었다.

사부는 나에게 먹을 수 있는 식용(食用) 나물과 비싸게 팔리는 약초의 종류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일일이 실물을 찾아 보여 가면서……. 그리고 덤으로 가르친 것 이 소금에 나물 무치는 법이었다.

사냥이라는 행위는 고기를 구하기 위한 피눈물 나는 노력이었다. 맨 처음 사냥을 할 때에는 우선 작은 동물부터 사냥하라고 했다. 처음부터 멧돼지 같은 거물급을 사냥하다가는 받혀 죽기 십상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니 초보자일 때는 산토끼나 새 같은 송사리들을 노리라고 교육을 받았다. 실력이 차츰차츰 늘어나게 되면 점점 더 크고 사나운 동물을 사냥하라는 것이 사부의 가르침이었다.

그리고 사냥에는 오직 비도만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의를 주었다. 함정이나 덫, 활 같은 것은 절대로 이용하지 말라고 했다. 수련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었 다. 나 참 우스워서……. 덧붙여서 사냥과 나물 캐기는 새벽에 일어나 오전까지만 해야 된다고 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나는 의문을 가졌고 그 의문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아서 풀렸다. 그것도 아주 최악의 형태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