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란종결자 4권 – 62화
좌우간 그야말로 아슬아슬한 순간이었다. 흑호는 고 개를 끄덕이다가 말했다.
“근데 어느 마수가 그랬는지 알 수가 없수.”
“이미 도망쳐 버렸겠지. 성성대룡도 함께 왔으 니 ・・・・・・.”
“흠…… 그냥 있었으면 잡아서… 가만 안 두는 건 데……………. 내 꼭마수 놈들을 잡으면 우리 일족이 당했 던 것처럼 발기발기 찢어 버릴거유!”
그때 성성대룡이 전심법으로 말을 걸어 왔다.
“내게 분명 마기가 느껴졌네. 이건 마수들이 한짓이 틀림없어. 그렇습니까?”
태을사자가 대답하자 성성대룡이 다시 말했다.
– 그러나 놈들은 역시 교활해. 놈들은 직접 손을 쓰지 않고 인간으로 하여금 탄환을 쏘게 만든 다음 그 탄환에 기를 넣은 걸세. 이걸로는여전히 추궁하 기가 어렵겠는걸? 이렇게 교활한 술수를 부린다면 자네들이 힘들어지겠네… …….
– 할 수 없는 일이지요. 허나 하는 데까지는 해보겠습니다.
– 마수들이 어떻게 왜란종결자에 대해 알았는지 모 르겠군? 좌우간자네들의 공이 크네. 감사하이.
– 성성대룡님의 힘이 컸습니다.
– 뭘, 음… 좌우간 나는 더 이상의 영향을 줄 수가 없으니 이만가보겠네. 나는 자네들을 데려다만 주려고 온 것인데, 약간 늦어 버렸군. 그럼 수고하 게나.
그러다가 성성대룡은 짐짓 위엄 서린 목소리로 흑호에게 말했다.
– 자네는 너무 버르장머리가 없어. 하지만 봐주지.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게나.
– 허허…………….
갑자기 성성대룡이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져 버렸다. 태을사자는성성대룡이 사라진 자리를 잠시 바라 보다가 흑호에게 말했다.
“흑호. 마수들이 어찌 왜란종결자가 이순신인 것을 알아내었을까?”
“낸들 아우? 좌우간 이순신은 죽지 않았잖수? 이제 부터 지키는 것이 더 큰 문제일 거유.”
“…….”
태을사자는 깊은 생각에 잠긴 얼굴로 이제 거의 마 무리가 되어가는사천포구의 싸움터를 다시 한 번 내 려다보았다. 왜선 열세 척이 불타고 깨어졌고 왜군 은 수도 없이 쓰러졌으며, 이순신이 특별히 목베기 를시키지 않았는데도 흘러온 시체에서 목을 벤 것만 도 상당수에 이르는대승리였다.
조선군이 승리를 거두자 흑호는 기뻐서 연신 웃어댔 다. 더구나 이순신을 살해하려던 마수들의 음모는 일단 분쇄되었으니……………. 그러나기뻐서 어쩔 줄 모르 는 흑호와는 달리 태을사자는 뭔가 깊은 생각에 잠기 었다.
註
・20) 1811년 일어난 ‘홍경래의 난’
은 이 서북출신의 임명을 거부하는 조정의 관습에 맞서 일어난 대표적인 난이다. 그 격문을 보면, 당 시 조선 조정이 의도적으로서북출신을 등용하지 않 는 서북출신 등용 금지법이 있거나, 서북출신은 아 예 등용을 꿈도 꾸지 못하는 것처럼 쓰여 있다. 그 러나 실제로 서북출신의 고관 등용을 제외하는 법 같은 것은 없었다.
하지만 서북, 특히 평안도 출신이 거의 고관으로 등 용되지 못했던 것만은 사실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 까? 수수께끼 같기만 하다. 그래서 본인은 이런 가 상의환타지적 추리를 한 것이며, 본문에 나오는 것 처럼, 실제로 역사의 예견이 그런결과를 낳았다고는 단언할 수 없다는 점을 알아주시기 바란다. 이 소설 은 환타지이니까.
21) 이순신은 <난중일기>에, 임진년 5월 29일 사천전투에서 ‘군관 나대용이 탄환에 맞았고, 나도 왼쪽 어깨 위 탄환에 맞아 등을 관통하였으나 중상은 아니었다.’
라고 적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