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 – 16화


그렇게 지친 일행은 이드가 실프를 보초로 세우는 덕분에 불침번 없이 푹 잘 수 있었다.
더군다나 이드의 진 덕에 짐승들의 공격 역시 신경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힘든 하루를 보내고 워리렌 후작의 영지를 한 나절 가량 앞두고 일행들은 다시 검뎅이들과 조우해야 했다.
일행의 앞을 막아선 붉은 검집의 중후한 사내가 일행들의 앞으로 다가왔다.

“대단해. 우리들이 이렇게 따돌리고 여기 까지 오다니…. 좀만 늦었어도 손댈 수 없을 뻔 했단 말씀이야…”

그런 그를 향해 라크린이 소리질렀다.

“네놈. 도대체 뭐냐 뭐가 목적이기에 우리를 공격하는 것이냐.”

“목적이라….. 간단해 저, 황태자 전하 즉 크라인 드 라투룬 아나크렌의 목숨”

그의 말에 기사들은 분노한 표정으로 검을 뽑아들었고 일행들은 황태자의 모습을 다시 바라보았다…..황태자…….

‘태자였나?’

이것은 어느 정도 의심이 있었던 이드와 일란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나머지 일행은 약간 당황하는 듯했다. 황태자 그것도 아나크렌 제국의 황태자…..엄청난 직권인 셈이다. 그러나 한 드워프와 한 엘프에게는 별로 상관이 없는 말이었다.

“네놈은 이분께서 황태자이신 것을 알면서도 공격하려 하는 것이냐?”

“물론! 나는 이 나라의 국민도 아닌데다가 용병단….. 돈을 받은 만큼 일을 하는 거지.”

“용병? 그렇다면 누구에게 의뢰를 받은 건가.”

“곤란해. 의뢰인을 밝힐 순 없는 일이잖아.”

그의 말에 라크린 역시 크게 기대하지 않은 듯 그렇게 화를 내지는 않았다.
라크린에게 대답해준 그는 이드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러고는 이드를 자세히 바라보았다. 그런 그를 향해 이드가 한마디했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의뢰비를 서너 배로 쳐줄 테니까 포기할 생각 없어?”

“곤란하군요. 저희가 돈 때문에 포기한다면…..저희 명예가 말이 아니게 되지요.”

‘역시나…’

역시나 그렇구나 라고 생각하고 있는 이드에게 그가 한 마디 던져왔다.

“그러나 꼭 그런 것만도 아니죠. 들으니…레이디께서 저의 실력 있는 수하를 꺾으셨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말인데 저와 겨루어봤으면 하는 구요. 지금까지 레이디가 그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었습니다. 만약 레이디께서 저를 꺾으신다면 이번 의뢰는 포기하도록 하겠습니다.”

그의 이러한 대답에 옆에 있던 마법사가 한마디 하려 했지만 그 남자가 간단히 묵살해버렸다.
그의 대답에 일행들의 시선은 이드에게로 향했다. 이드가 어떻게 대답할지도 궁금했으며 상대가 이드에게 레이디라며 여자 취급했기 때문이다. 뭐 보아하니 이드 녀석….. 만성이 되었는지 별로 신경을 쓰지는 않는 것 같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의 대답에 이드는 머리를 긁적이며 답해주었다.

“뭐…… 그것도 괜찮겠지….나야 별 부담 없어… 그런데 말이야…당신..”

“제 이름은 로디니 안 그로시트 입니다. 레이디.”

“…..그래 로디니 씨….. 나는 말이야…. 레. 이. 디. 가 아니시다 이 말씀이야. 내가 언제 여자라고 했어?”

그러자 그는 약간 당황하며 그의 옆에 있는 마법사를 한번 보더니 약간 당황하는 듯한 표정으로 사과했다.

“음…흠흠..이거 미안하게 됐군….. 고의는 아니었어. 흠흠.”

그는 꽤 당황스러운지 시종 여유 있던 표정을 거두고는 헛기침을 해댔다. 그리고는 자신의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꺼내들었다. 그 검은 검은색의 검신을 가지고 있는 검이었다. 그런 반면 검의 손잡이 부분은 하얀색이어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그런데 그 검을 보고 라크린은 무언가 생각난 듯 했다.

“그 검은…… 당신들…….블랙 라이트?”

라크린의 물음에 그는 맞다는 말인지 아니라는 말인지 자신의 검을 한 바퀴 돌린 뿐이었다.

“좋은 검이군요.”

그런 그를 보며 이렇게 말해준 후 이드도 이 방법이 제일 빠르려니 하고는 검을 꺼내들었다. 밖으로 나온 라미아의 검은 은은하고 부드러운 붉은 색을 머금고 있었다.

“자네가 가진 검 역시 굉장한 것 같구만….”

둘이 말에서 내려서 중앙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주위의 일행들과 용병단들이 뒤로 물러났다. 소드 마스터 그것도 중급 이상의 실력자들이 싸우는 곳에 가까이 있어서 좋을 것은 하나도 없는 것이다. 잘못하다가는 날아오는 검기에 생명을 마감할 수도 있으므로……….
그는 검을 들고는 이드에게 먼저 공격할 것을 권했다. 그러나 이드는 정중히 거부하고 그에게 공격권을 넘겼다.
그러자 로디니라는 인물은 이드를 향해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검을 휘둘렀다. 거의 형식적인 듯 별로 힘을 싫거나 속도를 중시하지는 않았다. 그는 이드가 그 검을 쳐낸다면 본격적으로 해볼 심산이었다.
그러나 이드는 그의 검을 자신의 검으로 부드럽게 옆으로 흘려버렸다.
그러나 공격을 가해오지는 않았다.
로디니는 그런 이드를 향해 이드가 옆으로 흘려버린 검을 한 바퀴 돌려 이드를 베어갔다. 그러자 이드는 이번에는 그의 검을 위쪽으로 흘려버렸다. 그러자 순식간에 그의 몸이 비어벼렸다. 로디니 역시 그 사실을 알고 기겁하며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이드는 역시나 아무 공격이 없었다.

“뭐야. 왜 공격을 안 하는 거지? 지금 나와 장난이라도 치겠다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죄송하지만….. 이건 제가 알고 있는 검 중에 하나입니다. 철저한 방어 위주의…”

이드의 말을 들은 검사들은 그런 검이 있는가와 그런 검이 있다면 이드와 같은가를 생각해 보았으나 헛수고였다.
물론 이드가 사용하는 검술과 비슷한 것이 성기사단에 있다. 그러나 저처럼 저렇지는 않다. 단순히 공격해오는 검의 철저한 방어일 뿐이다.

이드의 검처럼 부드럽게 흘려버리는 것은 없었던 것이다.

“그런가? 그럼 이건 어떻게 할거지?”

로디니는 검을 크게 휘둘러 검기를 날렸다.

이드는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검기를 보며 검으로 원을 그리면서 검기를 미는 듯한 느낌으로 휘둘렀다.

그러자 검기는 원래의 방향에서 휘어져 나갔다.

그걸 본 로디니는 잠시 멍해있었다.

자신이든 누구든 간에 검기를 흘려버려서 방향을 바꾼다는 말은 들은 적은 없었다.

정면으로 부딪쳐 소멸시킨다면 이해가 가더라도 저렇게 흘려버린다는 것은 들어 본 적이 없었다.

“뭐냐………그건… 그런 것도 가능한 건가?”

“당연히 가능한 것 아닙니까? 검기는 어떻게 보면 검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 그렇게 본다면 검과 다를 것이 없지요. 검을 흘려버리듯 검기의 결을 찾아 흘려버릴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응용력이 꽤 약하시군요.”

이건 응용력의 문제가 아니다. 검기…..거의 마법과 비슷한 파괴력을 지닌 이것을 가지고 누가 그런 생명을 건 검술을 생각하겠는가…………

“대단하군…. 그럼 이것도….”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의 검에 검기를 집중했다. 그러자 그의 검에서 검은 빛이 흘러나왔다.

“간다. 난무”

그는 엄청난 속도로 달려들어 검을 휘둘렀다. 그의 빠른 검으로 이드와 로디니의 주위는 검은 빛으로 물들었다.

이드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검을 바라보며 자신의 검에 검기를 주입한 후 그것들을 막아나갔다. 그런 후 한 순간에 검을 휘둘러 뒤로 빠져나왔다. 그의 검이 쫓아오기는 했으되 이드의 속도를 따라잡기는 어려웠다.

한편 이 싸움을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은 멍하니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소드 마스터간의 싸움….. 절대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며 그들의 주위로 몰아치는 검기 역시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때 그들의 눈에 뒤로 물러나는 이드가 보였다.

이드는 물러난 후 검을 들고는 자신의 가슴께로 올려들었다.

“이번엔 공격에 들어가죠. 조심하는 게 좋을 겁니다. 백화난영.”

이드의 외침과 함께 이드의 몸이 흐릿해지는 것을 본 로디니의 눈으로 곧 자신의 주위를 둘러싸며 다가오는 수많은 검기가 실린 검의 그림자가 보였다.

로디니는 그걸 쉽게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느끼고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기술과 비슷한 난무를 펼쳤다.

붉으스름한 색의 검기와 검은색의 검기가 부딪히고 순식간에 떨어졌다. 이드는 다시 자신이 있던 자리에 돌아가 있었고 로디니는 뒤로 밀려나 있었다.

그런 로디니의 옷은 여기저기에 검자국이 나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검상을 입은 곳은 없었다.

로디니가 자신의 옷에 난 검상들을 보고 다시 검을 들었을 때 이드는 다음 공격에 들어갔다.

“적염하”

이드가 휘두른 검에서 붉은 검기가 뿜어졌고 그것은 곳 바로 로디니에게 다가갔다. 로디니가 검기를 막기 위해 검을 들었을 때였다. 이드의 검기가 잘게 나뉘어지며 로디니를 둘러 싸버렸다. 로디니는 자신을 둘러싼 붉은 빛으로부터 엄청난 열기를 느끼고 있을 때 그것들은 빛을 내며 폭발해 버렸다. 단 공기 중의 폭발이라서 자신에게 직접적인 위험은 없었고 충격파로 뒤로 밀려나 땅을 굴린 정도였다. 만약에 정확히 맞았다면 자신의 시신조차 온전치 못했으리라….

반면 이드는 그가 다치는 것을 피하느라 자신의 공격에 신중을 기했다. 다행히 조절이 잘 된 듯 로디니가 뒤로 밀려나 구르는 정도에서 끝난 듯했다. 이드는 다시 일어나는 그를 바라보며 검을 내렸다.

“아직도 싸울 생각입니까? 이 정도면 충분히 실력이 판가름 난 듯 한데….”

“흐음~~~”

로디니는 잠시 자신의 검을 바라보더니 자신의 검을 검집에 꽂아 넣었다.

그 모습을 보고 이드 역시 라미아를 검집으로 돌려보냈다.

“젊은 듯한데 대단하군…. 소드 마스터 상급의 실력이야……”

“별말씀을….”

“아니야. 내가 진 것은 인정하지 때문에 이번 의뢰는 포기하기로 하지….”

로디니의 말을 들은 마법사는 상당히 당황한 듯 로디니에게 따지듯 말했다.

“이것 봐. 이런 게 어디 있어.”

“이것 봐 란돌. 내 성격 잘 알잖아. 착수금은 돌려주지 그리고 성공하지 못한 데에 대한 보상비 역시.”

그러자 그 마법사 역시 로디니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자신의 말로 돌아가며 자신의 부하들에게 외쳤다.

“이번 임무는 실패다. 모두 철수한다.”

“이봐요. 우리 때문에 상당한 피해를 본 듯한데…”

“뭐.. 괜찮아 어차피 이런 일은 있으니까. 거기다 니 실력을 알아봐서 더 이상의 피해는 안 입었으니 됐어.”

그렇게 말하는 로디니를 향해 이드는 자신의 주머니 속에 있는 보석들 중에 하나를 꺼내 던졌다. 파란색의 블루 다이아몬드를 받은 그는 뭐냐는 듯 이드를 바라보았다.

“받아요. 피해보상 덕분에 별 피해 없이 가게됐으니 다른 사람들 같으면 끝까지 해보자고 덤빌텐데 말이야.”

“하지만 이건….”

“그냥 받아둬요. 뒤에 의뢰하면 그거나 받아주던지.”

이드의 말에 그는 씩 웃고는 부하들을 데리고 일행의 반대쪽으로 달려갔다.

이드의 뒤로 일행이 이드의 말을 끌고 다가왔다. 그 중에 기사들과 라한트는 얼굴과 눈에 굉장하다는 표정을 나타내고 있었다.

“이드야 너 중급 아니었니? 왜 저 사람이 상급이라고 하는 거냐?

그래이가 말에 오르는 이드를 향해 물어왔다.

“몰라! 나는 그 소드 마스터 초, 중, 상에 대해서 명확한 기준을 모른다구. 고로 내 실력이 어디 속하는지 알 수 없으므로 다른 사람이 어떻다하면 그런가 보다 하는 거야.”

“그…러냐…”

그래이는 힘없이 답했다. 사실 자신 역시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디 소드 마스터라는 게 흔해야 능력치를 맞추든가 할 것 아닌가…

“자~ 이제 쫒아 오는 사람들도 없으니 여유 있게 가지요. 그래도 오늘 안에는 도착할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그런 라크린의 말을 들으며 일행은 말을 몰아갔다.

창문으로 쏟아지는 눈부신 햇살…..
짹…치르르……짹짹
오랜만에 푹신한 침대에서 아침을 맞는 이드가 들은 소리였다.
이드는 침대에서 눈을 떠서도 일어나지 않고 멍하니 천정을 올려다보았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부드럽고 폭신한 그 침대에서 일어나기 싫은 그 기분……..
어제 밤늦게 후작의 저택에 도착한 일행은 열렬한 후작의 접견을 받았다.
후작과 예의에 어긋나지 않는 인사를 대충 나눈 일행은 후작이 마련한 방으로 들었다. 일행이 많이 피곤한지라 붙잡아 두지 않고 쉬게 한 것이다. 물론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는 라크린은 남았지만 말이다. 후작 역시 그가 남아서 이야기를 해줬으면 한 눈빛이었으니…….
일행들이 볼 때는 잘된 일이다. 물론 라크린에게는 안된 일이지 만서도…………..
똑똑……똑똑
멍하니 누워있는 이드의 방으로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소리를 들으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이드가 들어오라고 대답하자 문을 열며 시녀가 들어왔다. 그녀는 손에 물을 채운 대야를 들고 들어왔다.
이드는 그것이 뭔지를 알기에 그녀가 그것을 옆의 받침에 놓자 아침세수를 시작했다. 그리고 세수를 마치자 그녀가 조용히 수건을 내밀었다.

“10분 후에 아침식사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알았어요.”

그녀는 그 말을 남기고 세수 대야를 들고 나가버렸다.
이드는 입고있던 잠옷을 벗어버리고 가방에 하얀색의 티와 검은 색의 바지를 꺼내입었다. 여기 와서 산 옷이라고는 다 이런 것들이니… 어쩌겠어?
대충 옷을 걸친 이드는 식당으로 향했다. 이 저택의 구조는 잘 모르지만 어제 늦게 도착한 일행들이 늦은 저녁을 먹은 곳이 바로 식당이리라 그렇게 생각한 이드가 어제 그곳으로 향했다.
식당에 도착해보니 일행들이 거의 다 와있었다. 단지 라한트와 후작, 그리고 늦잠을 좋아하는 일란, 그래이….. 그러나 일란과 그래이 역시 곧바로 식당으로 들어왔다.
모두가 식당에 모이자 잠시 후 라한트를 앞에 세우고 후작이 뒤따라 식당으로 들어왔다.
그들이 들어오자 라크린과 기사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행 역시 얼결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라한트가 제일 상석에 않고 옆에 후작이 않고는 일행에게 안기를 권했다.

“편히들 안으시게……. 다시 한번 전하를 구해준 것에 대해 감사하지.”

워이렌 후작은 일행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표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일 국의 황태자에 자신에게는 손자인 라한트를 구해 주었으니……. 기사단이야 어차피 그것이 일지만 일행이야 이 나라 국민도 아닌데 이런 일에 목숨을 걸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의 말에 일행의 입인 일란이 답했다.

“별말씀을 다하십니다. 후작님. 저희는 할 일은 한 것뿐입니다.”

그때 시녀들이 음식을 내어와서는 각자의 앞에 놓았다.
후작은 그것을 보며 일행에게 다시 이야기를 했다.

“그간의 이야기는 기사단장에게서 자세히 들었소. 여러분께서 그것말고 더 아시는 것이 있으시오?”

“예, 들은 것이 있기는 하지만 확실한 것은 아닙니다.”

“괜찮소 아무상관 없소. 나 역시 어느 정도 집히는 사람이 있으므로 그대들이 말하는 사람 역시 그인가 해서 물어보는 것이오”

일란은 그의 말에 관연…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신이 이드에게 들은 것을 후작에게 설명했다. 설명을 들은 후작은 고개를 설래설래 흔들어댔다.

“후~ 역시….그인가?”

“알고 계셨습니까?”

후작은 물을 한잔 마신 후 시녀들을 다 나가게 한 후에 말을 시작했다.

“왕궁의 일이므로 비밀을 지켜주기를 바라오.. 그리고 그 일 역시 왕궁에 있다 보니 어느 정도는 짐작하고 있었다오. 그러나 폐하께서는 지금 병환 중이 신지라….. 사실 그가 이렇게 좋지 않은 기운을 보이는 것 역시 폐하께서 병환이 심하시기 때문이오.”

그의 말을 들으며 황태자는 놀란 듯이 그의 외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일란 역시 그 모습을 보고 후작에게 입을 열었다. 너무 연관되면 좋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궁금한 것을 어떻게 하겠는가?

“그런데…어째서 황태자 전하께선 모르시고 계셨는지……”

후작은 얼굴을 하얀색으로 물들이고 있는 라한트를 바라보고는 입을 열었다.

“그놈 때문이지 라스피로……폐하께서도 그놈의 반란의 기미를 같고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계셨지. 그래서 견제하고 계시는데 몸에 이상이 오신 것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궁의 깊은 곳으로 숨으셨지 소문나지 않게 말이다. 그리고 황태자 전하께도 사실을 알릴 수 없으므로 해서 전부터 원하시던 여행을 보내 주신거지. 그런 것을 아시기에는 어리시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라스피로 그가 어떻게 알았는지 알고서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 같군…….”

“그럼 아버님께서는 어떠신가요? 몸 상태는 괜찮으신지요…”

라한트가 걱정되는 듯 후작에게 급하게 되물었다.

그의 질문에 후작은 곤란하다는 얼굴과 함께 고개를 저었다.
“몸 상태가 점점 않 좋아지고 게십니다. 신관을 불러 치료도 해보았으나…… 신관의 말로는 신이 내리신 천명을 다했기 때문이라고 하시더군요.”
이런 좋지 않은 이야기로 인해서 식사는 엉망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당장 수도로 달려가야겠다는 라한트의 말에 따라 떠날 준비를 분주히 하기 시작했다. 출발은 내일 일찍 하기로 하고 후작은 호위할 기사 등을 준비시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후작 자신도 갈 생각인 듯 했다. 어찌했든 암울한 하루가 바쁘게 지나간 후에 엄청나게 불어나 버린 일행이 출발했다. 후작과 라한트는 같이 마차에 올랐고 다른 사람들은 말을 탔다. 후작의 일행으로는 기사만 30명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병사는 없었다. 아니 마차를 몰고 있는 두 명이 있을 뿐이었다. 수도까지의 2틀 동안 최대한의 속도로 달리기로 했다.
인원이 많아서 일까 중간에 별다른 공격은 없었다. 단지 말타기가 힘든 일란, 라인델프, 하엘이 다음날 마차로 이동수단을 바꾸었다.
“야! 그래이, 멋진데. 저게 여기 수도인 모양인데……”
이드는 앞에 보이는 엄청난 넓이의 도시를 바라보며 그래이에게 말했다. 아직 들어서지 않아서 확실치는 않으나 여기서 보이는 화려함으로 보아 대한 할 것 같았다.
“그래 저기가 아나크렌의 수도 안티로스야… 여러 나라 중 가장 아름답다고 하기도 하더라구 뭐 나야 다른 곳은 보지도 못했으니 모르겠지만 들은 말로는 그래.”
“뭐, 여러 나라 중 최고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아름다운 건 사실인 것 같아…..”
이드가 수도의 아름다운 건물들을 바라보는 사이에 일행들은 수도의 검문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거기서는 후작의 권위로 아무 문제 없이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성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자 보이는 거리는 평평한 돌이 깔린 깨끗한 도로와 반듯한 건물들 그리고 바쁘게 지나 다니는 활기찬 사람들이었다.
이드, 그래이 등 이곳에 처음 온 이들은 황성으로 향하는 길 여기저기를 살펴보며 정신없어했다. 모두 이렇게 번화한 곳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잠시 후 왕성에 도착한 일행은 그동안 같이 다닌 대지의 기사들과 같이 별궁 쪽으로 향했다. 거기에 황태자의 궁이 있기 때문이다. 원래는 황태자답게 황궁의 중앙에 있어야 하겠으나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황태자가 별궁을 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별궁이라 해도 가장 아름답다는 나라의 수도에 있는 별궁답게 화려하고도 웅장하게 꾸며져 있었다. 이 정도라면 작은 나라의 황궁 정도는 되겠다는 것이 그래이의 생각일 정도였다.
일행은 기사들에게 안내되어 접대실에서 황태자와 후작이 황제를 만나고 나오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일행은 궁녀들이 내어온 차를 마시며 별말 없이 기다렸다. 그러던 중 그래이가 일란에게 앞으로의 일정을 물어왔다. 처음 일행의 계획대로 황태자를 이곳 수도까지 안내한 것이다.
“글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군….. 별 상관없으니 여기서 그냥 떠나더라도 상관은 없지만…. 같이 지낸 시간도 있으니 모른척하기도……”
일란이 그렇게 중얼거릴 때 라크린과 기사들이 일행에게 특히 이드에게 머물기를 부탁하고 나섰다. 그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일행, 특히 이드는 엄청난 전력이었다. 이드가 조금만 도와준다면 반란을 일으키려는 세력을 쉽게 잡아 들일 수 있으리라. 사실 군대를 사용해도 되겠으나 증거도 없이 공작이라는 인물을 치기가 곤란한 것이다. 특히 누가 공작의 세력인지 모르는 이상 무턱대고 그러다가는 오히려 반란을 부축이게 되거나 미리 도망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 우선 어떻게 상황이 되어 가는가를 지켜보기로 하지. 우리나 나서야 할 것 같으면 나서고 아니면 원래의 목적지로 향하지.”
일란의 말에 일행 모두 찬성을 표했다.
결정을 본 일행들은 느긋하게 이 별궁의 주인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각자의 차를 다 마셨을 때쯤 되어 접견실의 문이 열리며 4개의 인형이 들어섰다. 그들은 라한트, 후작 그리고 후드를 입고 있는 늙은 마법사와 나이 들어 보이되 기도가 보통이 아닌 듯한 웅후한 기사 한 분이었다.
앉아 있던 사람들은 들어오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넷은 상좌로 가며 일행에게 앉을 것을 권했다. 그런 후 후작이 두 사람을 일행에게 소개했다.
“내가 우선 두 분을 소개하지. 이쪽은 아나크렌의 궁정대마법사인 아프르 콘 비스탄트, 그리고 이분은 이스트로 라 판타로스 공작님이시네 이사들하게나.”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는 마법사인 일란 하프시켄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여기 저희 마을의 사제와 기사 희망 생으로 하엘과 그래이입니다. 그리고 이쪽은 제 친구로 라인델프, 그리고 엘프이신 일리나, 그리고 검사인 이드입니다. 지금은 일리나의 일로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일란이 각자 일행을 소개했고 일행 역시 자신이 소개될 때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리고 궁정마법사와 공작 역시 황태자를 구해 준 것을 감사해 왔다.
대충 서로 간의 인사가 끝나자 후작이 입을 열었다.
“이렇게 두 분과 함께 자네들에게 온 것은 자네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이네. 들어주지 않아도 상관은 없네만……. 우선은 자세한 이야기나 들어보게나, 현 상황이 별로 좋지 않다네. 황제폐하의 병이 점점 악화되어가고 있다네 어떻게 손을 써볼 수도 없지….. 방금 가서 크라인 전하(황태자의 본명이다. 라한트라는 것은 라크린이 즉석에서 지은 가명인 것)께서도 폐하를 만나시고 이것저것을 들으셨지….. 그래도 지금은 폐하께서 정신을 잃고 계시지 않으신지라 어느 정도 라스피로 공작을 견제하고 계시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이 좋아지지 않고 있지 그렇다고 그쪽을 치자 하니 증거가 부족하다네… 그리고 정확히 어떤 인물들이 같이 참여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는 상황이니……..”

“그렇다면 저희에게 부탁하고 싶으시다는 것은……….?”

“그건…. 증거일세 자네들이 나서서 어느 정도 증거를 잡아주면 하는 것일세 물론 우리 측 기사들을 시켜야겠으나 그들은 이미 저쪽에서 알고 있는 인물들이라…. 곤란하다네 그래서 전혀 알려지지 않은 얼굴이 필요하다네 거기다 이쪽에서 믿을 만한 인물이어야 할 것이야. 거기다 실력
역시 보통 이여서는 않되겠지… 그런데 이런 여건에 맞는 인물이…. 그러던 중 자네들이 나타난 거지 크라인 전하를 구해 주었으니 신뢰 정도야 말할 것도 없고 자네들이 궁에 들어오며 본 사람이 없으니 얼굴 역시 저쪽에서 모르는 상태 더군다나 자네들은 실력이 있지 않은가… 내 라크린에게 듣기로 소드 마스터 더군다나 유명한 용병대인 블랙 라이트의 단장과 겨룰 실력자가 있다더군 거기다 자네의 마법 실력 그리고 다른 사람들 역시 대단하다고 하더군…”
그때 일란이 그의 말에서 잘못된 점을 지적해 주었다.

“후작님… 다른 건 모르겠지만 저희들이 알려지지 않은 얼굴이라는 것은 잘못된 듯 하군요. 저희들은 이미 그 블랙 라이트들과 맞섰습니다. 이미 저희들의 얼굴이 그쪽으로 알려져 있을 겁니다.”

일란의 말에 옆에서 듣고 있던 마법사인 아프르가 고개를 저어 보였다.

“아닐세 내가 들은 바로는 그들은 겨루어서 이긴 적들에 대해서는 의뢰인에게 말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단장이라는 자의 괴팍한 성격 때문 이걸로 짐작되네.”

“하지만 그의 옆에 있던 마법사….. 그는 라스피로 공작 쪽의 인물 같았습니다 만은….”

“그것 역시 이쪽에서 조사한 바가 있다네…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그가 마법을 배울 때 같이 배운 사람이 공작 측에 있다고 하더군 그의 부탁으로 용병대를 움직인 듯하네… 원래 그 블랙 라이트는 상대 측에 강한 자가 없으면 그 의뢰를 받지 않는 걸로 알고 있거든, 이번 공격 역시

그 마법사의 요청으로 특별히 움직인 듯 하네 그러니 자네들의 신원에 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을 듯하네.”
그의 말을 듣고 일란이 일행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후작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 증거라는 것은 어떤…. 더군다나 어떻게 그걸 빼오느냐 하는 것입니다.”

일란의 질문에 대한 대답 역시 아프르가 대신했다.

“증거라는 것은 그들이 서로 연계하기로 한 서약서나 아니면 서로의 정보 현황을 교환한 책자 같은 것일세 지금까지 조사한 바에 의하면 그 서약서는 그의 집 비밀 창고에 숨겨져 있는 것으로 알고 있네. 자네들이 하겠다면 어떤 방법이라도 상관없지 그런데 그것이 어려워서 우리 역시 별로 성과를 거둔 것이 없다네…”

일란 등은 기사 막혀왔다. 아니 기사들도 어려워서 성공 못하는 일을 어떻게 자신들에게 시키는 것인가? 도대체 우리들을 무슨 도둑의 신이라도 된단 말인가?

“아니 그런데 그렇게 어려운 일을 어떻게….. 더구나 저희들은 도둑질 같은 건 해 본 적도 없습니다.”

“알고 있네. 그래서 좀 위험하긴 하지만 그의 수하로 들어가는 방법을 생각했네 그래서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을 구한 거지. 그가 요즘 실력 있는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있기 때문에 쉽게 접근이 될 걸세 다만 그쪽에서 실력을 알아보려고 시험을 하지만 자네들 정도라면 성공이 가능하다네……..”

“하지만 그런 방법은 너무 위험하지 않습니까! 만약에 발각이라도 될 시에는….”

일란의 말에 아프르가 얼굴을 굳혔다. 그건 다른 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잘못 실패라도 한다면 목숨 보장은 없는 것이다. 더군다나 구출이라는 것 역시 기대할 수 없다.

“그래서 이렇게 자네들의 의견을 묻는 것이네 만약에 하지 않겠다고 해도 상관이 없네. 워낙에 위험한 일이라 우리들 역시 자네들에게 강요할 수는 없으니까 말일세.”

그의 말을 들은 일란의 생각은 거절이었다. 특히 그래이와 하엘 등은 그런 일을 하기엔 너무 어릴 뿐 아니라 실력 역시 되지 않는다. 그리고 라인델프는 몰라도 일리나는 할 일이 있지 않은가…….
물론 저기 소드 마스터 상급에 정령왕과의 계약자라는 든든한 보험이 있다고는 하지만 위험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