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 – 19화


사실 이드가 그렇게 부르지만 않았어도 자신 역시 무시했으리라…..

“그건……인정하지…..무슨 일로 날 찾았지?”

일리나는 그런 라일로시드가를 바라보며 믿을 수 없었다. 드래곤이 그것을 인정하다니…..
드래곤들은 대부분 그런 말을 들으며 무슨 소리냐는 듯 다시 브레스를 뿜을 것이다. 그러나 라일로시드가가 그렇게 말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이드 때문이었다. 드래곤의 브레스를 가볍게 피해내는 이드라는 존재에 대해서 흥미가 간 것이었다.

“뭐 간단한 거예요. 저는 당신에게 줄 것이 있고 여기 일리나는 당신에게 빌렸으면 하는 것이 있더군요.”

라일로시드가는 잠시 눈을 돌려 일리나를 바라보고는 다시 이드에게 시선을 주었다.

“좋다…우선 자리를 옮기지…이동.”

라일로시드가가 자신의 용언마법으로 이드와 일리나를 자신의 레어로 옮겼다.
이드와 일리나가 옮겨온 동굴은 엄청난 넓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드래곤이 생활하는 곳이니 말이다. 그리고 그의 큰 동굴에는 작은 동굴들이 뚫려 있었다. 작다고는 하나 사람이 보기에는 상당히 큰 동굴이었다.
라일로시드가는 우리를 그 동굴들 중에 하나로 안내했다. 거기에는 작은 테이블과 함께 보통 저택의 거실이나 접대실처럼 꾸며져 있었다. 라일로시드가는 이드와 일리나를 자리에 앉히고는 차를 가지고 왔다. 물론 마법으로 말이다. 드래곤이 차를 직접 끓인다는 건 좀…..

“그래, 무슨 용건이지?”

이드가 일리나를 바라보며 먼저 말하라는 듯 고개 짓을 했다.

“저는 하이 엘프인 일리나 세레스피로입니다. 저가 이렇게 온 것은 ……………………………중략…………………………….. 때문에 봉인의 구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라일로시드가님이 가지고 계시다는 말에 그것을 빌릴까 해서 온 것입니다.”

“봉인의 구라……. 그런 게……음…인타.”

그러자 그의 옆으로 흐릿하게 뒤쪽이 비쳐 보이는 엘프 여성이 나타났다. 아마 그가 마법으로 만든 것 같았다.

“인타…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 중에 봉인의 구라는 것이 있었던가?”

그러자 그녀가 잠깐 아주 잠깐 동안 침묵하더니 답했다.

“예, 가지고 계셨었습니다.”

“그래? 그럼 그것 가져다 주겠어?”

라일로시드가의 말에 일리나는 일이 잘 풀릴 것을 생각하며 얼굴이 펴졌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은 곧바로 어두워졌다. 인타의 말 때문이었다.

“곤란합니다. 그것은 저번에 라일로시드가님께서 브레스를 봉인하는 실험을 하시다가 실패해서 깨져버렸습니다.”

“그래 그럼 이거 곤란하게 됐군…….”

그렇게 말하며 일리나를 바라보았다.

“잠깐 기다려봐, 생각해보고 다시 말하지. 그럼 이드,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볼까? 내게 무언가 전해줄 것이 있어서 찾아왔다고 한 것 같은데?”

“그렇기는 한데, 생각해보니 내가 만나야 할 상대는 드래곤 로드인 것 같아. 분명히 드래곤 로드에게 전해주라고 부탁 받았거든? 뭐~ 그에게 전해주면 그가 당신들에게 전해줄지도 모르지만 말이야.”

이드의 말에 라일로시드가가 의외라는 듯 바라보았다.

“드래곤 로드에게? 누가 네게 부탁한 거지?…..”

옆에서 듣던 일리나 역시 이드의 말에 흥미를 가졌다. 그녀 역시 이드가 드래곤을 만나고자 한 이유를 몰랐기 때문이었다.

“어쩐 골드 드래곤에게서 부탁 받았지. 이름이 그래이드론이라고 하더군…..”

이드의 말을 들은 그는 그래이드론이라는 단어를 중얼거리다가는 놀란 얼굴로 이드를 바라보았다.

“설마….. 그분이 ………..”

“음? 그 드래곤을 알고 있어?”

“당연하지, 뭐. 어린 드래곤들이야 알지 못할지 모르지만 나 정도 나이의 드래곤이라면 모두 알고 있지. 그런데 그분이 널 보내셨다니, 그분이 어디 계신지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럼 일어서라.”

라일로시드가는 이드와 일리나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을 바라보며 아까와 같은 용언마법으로 텔레포트했다. 그리고 그들이 도착한 곳은 어떤 숲의 작은 오두막집이었다.

“세레니아님… 계십니까? 저 라일로 시드가입니다.”

그러자 오두막의 문이 살짝 열리며 붉은 머리의 여자아이가 나왔다.
소녀는 붉은 머리를 곱게 길러 허리에서 찰랑이고 있었고, 하얀 얼굴과 붉으면서 맑게 빛나는 귀여운 눈동자에 전체적으로 엄청 귀여운 모습이었다. 누구라도 보면 껴안아 주고 싶을 정도였다.
그녀는 자신의 집 문 앞에 서 있는 일행을 바라보며 그 중에 라일로시드가를 알아보았다.

“왠 일인가요? 거기다 인간과 엘프까지 데리고 말이죠?”

그 세레니아라는 드래곤 로드로 짐작이 되는 소녀가 이드와 일리나를 훑어보며 말했다.

“이 소년 이드가 그래이드론님으로부터 무언가를 가져온 듯 합니다.”

라일로시드가가 이드와 일리나를 바라보는 세레니아에게 말했다. 그러자 세레니아 역시 조금 놀란 듯 이드를 바라보았다.

“그래이드론 님으로부터의…….어서 들어와요.”

세레니아가 급히 이드를 집으로 안내했다.

‘그 신세 한탄하는 드래곤 영감이 대단한가?’

이드 혼자만의 생각이었다. 처음 그래이드론과 만난 상황으로 보아 그가 그렇게 대단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드들이 자리에 앉자 그들의 앞으로 찻잔이 생겨났다.
라일로시드가가 준 차와는 다른 향기롭고 부드러운 차였다.

“음~ 이거 맛있는데요!”

이드가 차를 한 잔 마시며 세레니아에게 감상을 말했다.

“맛있다니 다행이군요. 그럼 이드 님, 그래이드론 님으로부터 전할 것이란 것이 뭔가요?”

“그건 그래이드론이 가지고 있던 13클래스의 마법입니다. 아실 테죠? 그가 마법 중 13클래스의 마법을 알고 있었다는 것. 그 클래스의 마법은 다른 용왕들도 모르고 있었을 걸요? 그가 제일 오래되었으니까요.”

이드의 말대로였다. 대개 인간들과 엘프들에게 알려져 있는 마법은 11클래스까지였다. 왜 그런가 하면 그들이 노력해도 10클래스까지 도달하는 것도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상에 사는 종족들 중에 최강이라는 드래곤은 예외였다. 원래 11클래스나 되는 마법을 배우지 못해 사라져버려 이제는 10클래스의 마법까지만 겨우 알고 있는 인간들 과는 달리, 모든 마법을 마스터하고 오히려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이다.

그 중에서도 드래곤 로드와 용왕들에게는 한 단계 더 높은 마법이 허용 된 것이다. 그러나 그래이드론은 드래곤 로드로 임명된 후에 마법을 넘겨받고도 용왕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이유는 드래곤이기 때문이다. 그 남아나는 시간 때문에 말이다. 그러다가 라미아가 만들어졌고 그 때문에 로드와 용왕들에게 알려져야 할 13클래스의 마법이 사장된 것이다.

이드의 말을 들은 세레니아와 라일로시드가는 환호했다. 사라졌던 13클래스의 마법이 돌아 온 것이다. 사실 그들도 13클래스의 마법이 사장된 후 다시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었다. 그러나 그것이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었다. 거기다가 귀찮은 것 싫어하고 게으르기로 소문난 드래곤들이 13클래스의 마법을 만들자니…. 할말 다 한 거지 뭐….. 그런 중에 이드가 그 사장된 클래스 13의 마법을 가지고온 것이다. 그리고 그 말을 듣고 있던 일리나도 상당히 놀라고 있었다. 자신들이 알지 못하는 클래스, 거의 잊혀져 간 11클래스와 전혀 들어보지 못한 드래곤들의 12, 13클래스의 마법이라니……

그런데 여기에 약간의 문제가 발생했다. 바로 마법의 전수라는 문제였다. 고위 마법 11클래스에서 13클래스까지의 마법은 마법서를 통해서 배운다는 것은 상당히 힘들다. 특히 드래곤들이 알고 있는 12클래스와 13클래스의 마법은 더했다. 그래서 드래곤들 역시 마법을 이용해 자신들의 마법을 카피해서 해츨링이나 다른 드래곤들에게 전달하는 것이었다.

여기서 문제라는 것은 이 부분이다. 이드는 수많은 마법을 알고는 있으나 실행해 본 적이 없으므로 그런 마법은 사용 못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않아서 입으로 이야기하자니 아나크렌이 걸리는 것이다.

그렇다고 세레니아가 직접 마법을 실행하자니 그래이드론의 모든 것을 전달받은 이드의 정신을 침투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그래이드론의 드래곤 하트와 인장이 반응함으로 인해서 이드를 거의 그래이드론과 동격으로 보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럼으로 인해서 이드에게 더 이상의 손을 댈 수 없는 것이다. 이유는 드래곤들은 드래곤 로드를 존중하는데 드래곤 로드가 죽기 전에 후계자를 지목하고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죽게 된다고 한다. 그 기간 동안 그에게 드래곤들은 극도의 존중을 보내게 된다. 그가 자신들의 영역을 넘어와도 전혀 불쾌해 하지 않고 오히려 반기게 된다. 만약에 이런 기간 중에 그가 어떠한 일로 인해 사망한다면… 절대 그런 일이 없겠지만 말이다. 해츨링 때와 같이 그 종족을 멸망시켜버린다(보편적으로…) 그것이 이드에게 그대로 적용된 것이다. 거기다 그래이드론은 전전대의 드래곤 로드였으니….. 더욱 당연한 것 아닌가?

세레니아와 라일로시드가는 잠시 의견 교환에 들어갔다. 그래이드론과 동격인 이드가 오래 못 있다는니 잡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마법을 사용할 수도 없고……. 난감한 상황이었다.

한편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일리나는 기분이 좋았다. 이드의 일행이라는 것이 상당히 작용한 듯 그 일하기 싫어하는 드래곤이 그것도 라일로시드가가 직접 그 봉인의 구와 같은 것을 만들어 주겠다는 것이다. 단 시간이 조금 걸려서 4달 정도가 걸린단다. 실제로는 이렇게 오랫동안 걸리지는 않지만 게으른 드래곤 입장에서 잡은 일정임에야 상당히 빠른 것이다. 그리고 여기 이드가 어떤 대단한 드래곤과 연관이 있어서 저들이 조심한다는 것이다. 이드가 일리나에게 알리기를 원치 않았기에 일리나는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대화는 이드의 전음과 두 드래곤의 마법으로 이루어졌기에 들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세레니아와 라일로시드가가 이야기하는 동안 이드는 차를 비웠다. 이드는 비워버린 찻잔을 바라보며 세레니아에게 말했다.

“세레니아, 여기 차 좀….”

“예?… 예 이드님 여기….”

그녀는 즉시 차를 다시 생성시켰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이드가 말했다.

“세레니아….. 그냥 이드라고 부르라니까요……”

“아… 그러죠….”

이드는 그녀의 말을 들으며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내려놓았다. 맛이 중원에서 즐겨 먹던 용정차와 비슷했다. 그때 세레니아가 말을 꺼냈다.

“그럼 이드, 제가 이드의 여정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같이 갔으면 하는데요… 괜찮을까요?”

“응?….. 그거야… 안 될 건 없지만 로드 직은 어떻하고요?”

“괜찮아요. 그렇게 많은 일이 있는 것이 아니거든요. 특별한 일에나 움직이고 그 외의 일에는 상관하지 않거든요.”

“그렇다면야……. 괜찮겠지!”

“고마워요. 13클래스는 여행하는 중에 알려주셔도 되고 아니면 직접 마법을 가르쳐 드릴 수도 있어요.. 편한 대로 하면 돼요.”

세레니아의 말에 이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어디로 가실 것인지?….”

“글쎄… 일리나는 어떻게 할 거예요? 원래 목적은 달성한 건데…. 저와 같이 가실래요? 아니크랜으로 갈까 하는데…”

“예, 저도 같이 가죠… 그들과는 어느 정도 같이 있었으니 말이예요.”

“그럼 바쁜 것도 아니니 내일 아침에 출발하도록 하죠….. 밤을 샜더니…”

이드의 말대로 밖으로 새벽이 다가오고 있었다. 어제 오후부터 여기저기로 다닌 때문에 그리고 빠르게 지나갔기에 정신이 없었던 것이다.

“하~ 또 말을 타야 되나? 근데 여기가 어디쯤이지?”

이드가 오두막에서 나와서 하늘을 보고 있다가 한 말이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세레니아가 답했다.

“이드, 제가 듣기로는 아나트렌으로 가신다는데… 여기서는 상당히 멀답니다. 제 마법으로 이동하는 것이 빠르고 좋을 거예요. 아나크렌에는 오래 전에 가본 적이 있어서 지리를 기억하고 있어요.”

“그래요? 그럼 그렇게 하죠. 그편이 말을 타는 것보다는 훨씬 좋을 것 같으니까요.”

이드의 말을 들은 그녀는 뒤에 잇는 라일로시드가를 바라보았다.

“라일, 제가 부탁한 것 잊지 말아요.”

“알았습니다. 로드.”

세레니아는 그의 말을 듣고는 이드와 일리나가 있는 곳에 가서 용언 마법을 행했다.

“이동….”

이드는 잠시 눈앞이 환해졌다가 사라지고 나서 눈에 여러 사람들이 자신들을 바라보는 것이 보였다. 여기가 어딘가 하고 둘러보는 그의 눈에 뒤로 아나크렌의 황궁이 보였다. 그리고 그의 귀로 마법사라고 수군대는 사람들과 신기한 듯 바라보는 사람들이 보였다.

“꺄악~”

비명도 들렸다.

‘아니…웬 비명..’ 하는 생각으로 앞을 본 이드는 자신들을 향해 달려오다 급히 서려하는 마차를 보았다. 이드는 그 마차를 바라보고는 곧바로 양옆에 있는 두 사람의 허리를 안고는 옆으로 피했다. 마차는 우리가 있던 자리를 지나 4~5미터정도 지난 다음 정지했다. 마부석에 타고 있던 덩치 큰 사람이 내리더니 씩씩거렸다.

“야이 자식아 그렇게 길 한가운데 있으면 어쩌자는 거야….”

그러면서 고개를 이드들 쪽으로 돌리다가 그 셋을 바라보고는 입을 다물었다.

그런 그의 옆으로 시끄럽게 문이 열리면서 화려하게 차려입은 20대 초반의 청년이 내려섰다.

“뭐야~ 이 새끼야….. 왜 갑자기 서는 거야? 뭐야~ 어?!……”

그 역시 고개를 돌리다가 세 사람을 바라보고는 즉시 입을 다물고는 정중히 물어왔다.

“세분 레이디 어디 다치지 않으셨습니까. 제 하인인 이놈이 함부로 마차를 몰다 보니…… 제가 대신 사과하겠습니다.”

이드는 그런 녀석을 바라보며 속이 뒤집히는 것 같았다.
이드는 녀석을 본체 만체하고는 옆의 세레니아에게 나무라며 뒤를 돌아 황궁으로 걸어갔다.

“세레니아……그렇게 사람들이 다니는 길 한가운데로 이동하면 어떻게 해요? 위험할 뻔했잖아요..”

“미안해요….. 그냥 무심코 이동하다 보니까……..”

“이드 그만해요… 별일 없었잖아요.”

그 사내는 자신의 말을 무신하고 옆으로 지나가려는 셋을 바라보며 얼굴을 구기더니 다시 웃으며 물어왔다.

“세분 어디까지 가십니까? 제가 사과하는 뜻에서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그의 말에 이드가 차갑게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성의는 감사하지만 사양하겠습니다.”

그렇게 고개를 까닥여 보이고는 두 사람을 대리고 황궁 쪽으로 걸어갔다. 이드의 대답을 들은 그는 인상을 구긴 채 그들을 바라보다가 마부에게 화를 내며 가자고 재촉했다. 출발한 마차는 곧 이드들을 지나쳐 갔다.

“으~ 저 인간 재수 없어…..”

이드의 중얼거림에 엘프와 드래곤 역시 동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세레니아는 인간 세상의 경험이 있어서 그 녀석의 그 수작에 확 죽여 버리고 싶은 것을 옆에 이드가 있었기 참은 것이다. 이드가 참고 있는데 자신이 나가서 설칠 수는 없기에 말이다.
셋은 여러 사람들의 눈길을 받으며 걸어서 황궁의 입구 부분에 도착할 수 있었다. 거기에는 병사 넷이 창을 들고 굳은 듯 서 있었다.
이드들이 그들 가까이 다가가자 그들 중 한 명이 제일 앞에 있는 이드에게 다가왔다.

“무슨 일이십니까, 레이디?”

그러나 이드는 화를 내지 않았다. 저번에도 말했듯이 일일이 화내려면 피곤한 일이다. 좀 느끼하거나 목적이 있어서 접근하는 인간에게는 가차없지만 이렇게 업무상으로 다가오거나 평범한 경우에는 그냥 넘긴다.

“고쳐주시죠..레이디가 아닙니다. 그리고 사람을 만날까 해서 왔는데요. 이름은 일란…”

“죄…죄송합니다. 그런데 일란이란 분은 잘….. 잠시만”

그렇게 말하고는 뒤로 돌아가서 문 쪽 초소에 있는 기사에게 다가갔다. 잠시 후 기사가 나오더니 멀리서 이드를 보고는 급히 달려왔다.

“미처 반기지 못했습니다. 그래이드론 백작님….”

“괜찮습니다. 일란과 그래이 모두 안에 있습니까?”

“예. 게십니다. 제가 알기로 우프르님의 연구실에서 무언가 하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만…”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제가 찾아가죠.”

그렇게 말하고는 뒤의 두 사람과 같이 저번에 가보았던 우프르의 연구실로 향했다.

“아직 전쟁의 기운은 없는 모양이에요.”

일리나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그녀의 말에 이드 역시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렇게 걸어서 이드들은 저번에 보았던 그 문 앞에 섰다. 이드와 일리나는 이미 이 문에 등록이 되어 있어서 걸릴 것은 없었다.

“이드다. 문 열어..”

그러자 문에서 어서 오십시오라는 소리와 함께 아무 소리도 없이 부드럽게 열렸다. 방 안 쪽에서는 여전히 책상에 모여 떠드는 사람들과 한쪽에서 무언가를 만지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중에서 이드가 찾고자 했던 사람들은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 중이었다. 그들은 이드 등이 들어오는 것을 바라보며 대화를 중단하고는 반겨 맞았다.

“야~ 이드 살아 돌아왔구나? 아니면 이렇게 빨리 온 걸 보면 무서워서 그냥 온 건가?”

그래이가 다가와서 이드에게 중얼거리다가 이드 뒤에 있는 세레니아를 보고는 다시 이드에게 물었다.

“이드… 이분은 누구시냐?”

그래이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세레니아에게 향했다.
이드는 그들을 향해 미리 생각해 두었던 대로 말했다.

“여기는 세레니아. 마법사입니다. 우연히 저희와 같이 다니게 되었습니다. 나이는 저하고 같습니다.”

이드의 소개로 다른 이들과 세레니아가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그 마법사의 부하들 중에 잘 보이려고 노력하는 게 눈에 보이는 인간들도 있었다.

“이드 군, 정말 간 일은 어떻게 된 건가? 이렇게 빨리 돌아온 걸 보면…..”

일란이 이드들이 자리에 앉는 걸 바라보며 물었다.

“잘 됐죠.. 일리나의 일도 잘 풀렸어요… 제일도 마무리….짓지는 못했고 조만간에 다 될 거예요. 그리고 빨리 올 수 있었던 건 마법이고요. 그런데 일란, 여기 상황은 어때요? 오면서 보니까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던데…..”

“그게 아직은 별 문제 없다네….. 그때 도발 후에는 별 반응이 없어 그래서 그런 일이 전혀 알려지지 않았지 그래도 일단 준비는 다 해놨으니…… 일반인들만 모를 뿐이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일이군요.”

그의 말을 우프르가 받았다.

“그렇지. 녀석들 무슨 생각으로 저러는 건지 도대체 모르겠단 말이야….. 시비는 걸어 놓고 더 이상 움직이지 않으니…….뭘 기다리는 건지….”

이드가 듣고 있다가 생각 없이 한마디 툭 내뱉었다.

“그럼 그냥 이쪽에서 쓸어 버리는 건 어때요?”

“곤란하네….녀석들이 뭘 숨기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함부로 덤볐다간 오히려 우리가 당할 수도 있거든….. 더군다나 녀석들과는 전력이 비슷해서 쉽게 끝낼 수도 없거든…… 어찌됐든 조만간에 결정나겠지….”

“그런데…..크라인 전하와 이스트로 공작께서는…..?”

“그분들은 바쁘시다네. 전하께서 황제 폐하로부터 모든 것을 무려 받으셨다네 그리고 이스트로 공작께서는 그에 따른 것들을 준비중이시지..”

“모든 것을 물리다니요?”

“폐하께서 몸이 점점 않좋아지시고 적국의 전쟁까지 예상되기에 내리신 결정이지 만약 전쟁이라도 일어난다면 몸이 아프시기에 곤란하고 더군다나 전쟁도중 승하하시기라도 하신다면 큰일 아닌가…. 그래서 그렇게 하신 것이네. 아직 대외적으로 발표되는 않았다네”

우프르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런가하고 생각하고있던 이드는 머리에 스치는 것이 있었다.

“그런데 기사단 훈련은 어떻게 하고있는 건데요? 저번에도 숫자가 많았다고는 하지만 그 검은 기사들과의 싸움에서…..”

“맞아…..안 그래도 그 문제로 이야기 할 것이 있었네….. 공작님과 여기 일란과 상의해서 내린 결론인데 말이야 자네가 기사단을 좀 ……가르쳤으면 한다네….. 일란에게 듣기로 자네가 여기 그래이군도 가르쳤다고 하더군….”

이드는 그말을 듣고는 골치가 아파왔다. 사실 이 녀석은 귀찮은 걸 싫어한다. 그래이에게 가르친 것도 자신이 편하고자 해서였다. 그런데 한 명도 아니고 수백 명을 가르치란 말인가? 거기다 이들은 무공에 대한 지식이 없다. 중원에서라면 무술을 하는 거의 모두가 내공 심법과 혈 자리를 알기는 하지만….. 여기서는 검술뿐이다. 전혀 내공의 사용은 없다. 소드 마스터라는 이들이 있기는 하겠지만 있으면 얼마나 있겠는가?

“저… 소드 마스터들도 있지 않습니까? 그들에게 가르치도록 하는 것이 나을 것 같네요…”

“그렇게는 하지. 그러나 소드 마스터 중에서 어느 정도의 실력일 가지고는 보통의 기사들을 빨리 가르치지는 못하지… 그런데 자네는 단기간에 그래이를 소드 마스터와 붙더라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길러냈어 부탁이네…..크라인 폐하를 위해서도 말일세…..”

‘하~이거 곤란하네…..그래도 일란이 내공 심법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은 모양이네…… 이걸 해? 말어?’

“그런데 기사들은 전부 몇 명인데요?”

“그거? 그러니까 자네가 가르칠만한 기사들이 전부 200여명 될걸세….그 중에 소드 마스터들도 포함되어 있다네. 우선 자네에게 배운 후 그들이 그걸 그대로 밑에 있는 기사들에게 가르칠 것이야….”

“200명이라……….어느 정도의 수준까지를 예상하고 있는데요….?”

“그러니까 저 번에 본 그 검은 기사들과 일 대 이로 싸워서 지지 않을 만큼 꼭 이기지 않아도 괜찮지만 어느 정도 상처를 입힐 수 있을 정도로 말이야 아니면 지금의 그래이 수준이라도 좋고…..”

‘그럼 해볼까? 어차피 급할 것 하나 없고 쉬엄쉬엄 가르치면 될 거 아냐?’

그렇게 결론을 내린 이드가 우프르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런 한번 해보죠…그런데 기사들 훈련시키는데 좀 과격해도 문제없겠죠?”

“그건 걱정 말게나. 이미 공작님과 상의해두었다네…. 자네 마음대로 하게 자네가 하는 일에 누구도 탓하지 않을 거야..”

“그리고 한가지… 기사들이라면 거기다 소드 마스터들은 귀족이고 하니까 어느 정도 그 걸 내세워 반항할텐데요.”

“걱정 말래도 그러내….. 자네가 그들을 어떻게 다루든 상관없어 뽑혀질 기사들의 집안으로 통보되어있어 자네에게는 어떤 압력도 없을 거야 자네가 그들을 굶긴다고 해도 아무소리 하지 않을 걸세.”

“좋습니다. 하죠. 그럼 연무는 어디서 하죠?”

“그건 성 뒤쪽의 황실기사단의 연무장을 사용하면 될 게야.”

“음? 그래도 괜찮아요? 거기 원래 사용하던 기사단장이나 그런 사람들이 화낼텐데….”

“허허허허. 걱정할 것 없네….이런 말하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자네에게 훈련받을 사람들 중에는 기사단장들도 상당수 잇다네…”

“…하. 하. 하….”

‘으~~~ 골치 깨나 아프겠다….’

이드는 머리를 글쩍이며 옆에 있는 그래이를 바라보았다.

“그래이 너도 좀 도와 줘야겠다. 훈련하는 동안 니가 교관이다.”

그래이는 그 말이 얼굴을 굳히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싫어 임마! 내가 어떻게 기사단장들한테 뭐라고 하겠어? 절대로 싫어…”

“괜찮아 아까 우프르 님이 하시는 말씀 못 들었냐? 거기다 너는 내가 시키는 거 조금 거들어 주는 거니까 아무문제 없어 걱정하지마….”

그렇게 말하고는 옆에 있는 일리나에게 고개를 돌려 물었다.

“일리나도 할 일이 없으면 절 좀 도와 주겠어요?”

“그럴게요.”

“그럼 이드군 훈련은 내일부터로 하겠네.”

“내일부터요? 기사단장들도 껴있다면서요. 그런 사람들 일하던 건 어떻하구요?”

“걱정은…. 그건 이미 다 준비해 뒀지 당장이라도 시작할 수 있도록 말이야 필요하건 자네 승낙뿐이었던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