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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드 2부 – 15화


452화

서걱!

뒤에서 은밀하게 날아든 칼날에 허공으로 뛰어오른 검은 그림자가 그대로 양분되어 땅에 떨어졌다.

“이런 빌어먹을. 무슨 놈의 개구리가 고블린만 한 거야?”

살이 갈라지는 섬뜩한 소리에 검의 주인인 콜이 진저리를 쳤다. 소리치는 그의 앞에는 비만 토끼 정도의 크기는 되어 보이는 개구리가 반으로

갈라져서 속을 내보이며 떨어져 있었다.

“엄살은, 그게 어딜 봐서 고블린이냐?”

콜의 뒤를 따라가던 커크가 낄낄거린다. 원래 그들은 임무 수행 중에는 꼭 필요한 말 이외에는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난 며칠 동안 이어진 빡빡한 일정에 몇몇 규칙들이 느슨해져 있었다. 평소 같으면 그런 일을 단속했을 그들의 대장이 여유를 찾기 위해 일부러 풀어 준 것이다. 

“이만하면 고블린이지. 그럼 너희들은 이렇게 큰 개구리 본 적 있어?”

고블린은 보통 10세 전후의 아이만 한 크기다. 거기에 비하면 이 개구리는 확실히 작은 크기다.

“본 적 없지만, 그래도 고블린은 아니다. 애초에 그거 개구리 맞냐?”

커크의 말대로였다. 그가 가리키는 개구리는 아래턱에 날카로운 가시가 수십 개 돋아 있고, 육식동물 같은 날카로운 이빨이 삐쭉삐쭉 솟아 있었다. 도저히 개구리로는 보이지 않는 비주얼이었다.

“저주받은 시온. 제대로 된 게 하나도 없어!”

콜은 악에 받친 표정으로 개구리를 향해 발을 휘둘렀다.

빠악!

순간 그 사이에 웬 검집이 끼어들더니 그의 다리를 막았다. 생각지 못한 상황에 콜이 급히 다리를 틀었지만 검집을 차는 걸 막을 수는 없었다. 

“크윽! 이 썅. 무슨 짓이야!”

다행히 다리에서 힘을 뺀 덕분에 검집이 부러지는 일이 벌어지지는 않았다. 대신 부러지지 않은 검집에서 생긴 반탄력이 정강이를 타고 짜릿하게 전해지자 그의 입에서 저절로 비명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결코 그 소리가 크지는 않았다.

이곳 시온에서 큰 소리를 치면 그 뒷감당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미 그들이 몸으로 확인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소리가 작다고 해서 검집의 주인을 향한 짜증이 작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콜이 에단을 향해 눈을 부라렸다.

“무슨 짓은, 네 생명 살려 주는 중이시다.”

에단은 땅에 박았던 검집을 거둬들이며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는 연이은 강행군에 물에 젖은 빨랫감마냥 축 늘어져 있었다. “뭔 개소리야!”

이해되지 않는 에단의 말에 콜이 발끈하며 반응했다. 욱신거리는 정강이가 그의 발화점을 한참을 끌어내려 놓고 있었다. “그거 맹독을 품은 놈이야. 다리가 붙어 있는 게 귀찮으면 다시 차 보든가.”

…에이 씨!”

에단의 말에 그를 멍하니 비라보던 콜이 작은 욕설과 함께 고개를 돌려 버렸다. 임무 수행 중에 에단이 하는 말에는 절대 거짓이 없다. 하지만 치솟아 오른 짜증을 어쩔 수 없었는지 그의 반응은 거칠었다.

“인사 정도는 해라, 자식아. 고맙다, 에단.”

“뭐, 별로. 그게 내 일이니까.”

옆에 서 있던 커크가 콜의 어깨를 툭툭 치고는 에단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러고는 검으로 잘려진 개구리를 숲 속으로 던져 버리고는 풀잎에 검을 닦았다. 뒤에 있는 같은 트와이스 대원들의 안전을 위한 행동이었다.

에단은 그 모습을 바라보다 뻑뻑하고 흐릿한 시야를 제공하는 눈을 쓰다듬었다. 아무래도 더 이상은 무리인 것 같았다. 그는 잠시 시야가 맑아진 눈으로 대원들의 가장 후미에 서 있는 대장에게 말했다.

“대장, 더 이상은 무립니다. 쉬어야겠는데요.”

“쉴 장소를 골라라.”

대장은 에단의 말에 두 번 묻지 않고 허락했다. 허락을 받은 에단은 대원들의 앞으로 나서며 천천히 주변을 돌아봤다. 그런데 주변을 살피는 그의 눈이 이상했다. 그는 검은 동공에 갈색 홍채를 가진 검은 눈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특이하게 동공을 중심으로 한 갈색 홍채 위로 모래알만큼 작고, 자세히 보지 않으면 모를 약한 푸른빛의 별 두 개가 서로 반대 방향을 향해 회전하고 있었다. 얼마나 작고 미세한지 마주 앉아 자세히 보거나, 캄캄한 밤에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작은 별이었다. 그뿐 아니라 두 개의 별은 에단이 주변을 살피는 장소에 따라서 빠르게 또는 느리게 회전하며 그의 눈 안에 자리하고 있었다.

“저곳입니다.”

그 특이한 눈으로 주변을 살피던 에단이 한 곳을 가리키자, 그를 선두로 스물둘의 인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가 고른 곳은 누런색의 껍질을 가진 나무 옆이었다. 나무 가까이 갈수록 싸한 향기가 나는 것이 방충 효과를 지닌 나무였다. 대원들은 익숙한 듯 주변의 풀을 잘라 쉴 만한 자리를 마련하고 각자 사방을 경계하는 형태로 앉아 물과 간단한 간식을 먹으며 쉬기 시작했다.

에단은 그들의 중앙에 형성된 공간에 누웠다. 그러고는 옆에서 건네주는 물에 적신 수건을 눈 위에 올려 찜질을 하기 시작했다. 눈이 따갑고, 가렵고, 뻑뻑해서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으허허. 이제 좀 살겠다. 야, 테일. 포션, 포션 좀 부어 봐라.”

피곤하던 몸이 쭉 펴지는 느낌과 함께 눈이 시원해지는 감각에 입에서는 감탄성이 터져 나왔다. 테일은 이번 일에 함께하는 대원들 중 가장 어렸다. 그는 에단의 말대로 포션을 수건 위로 몇 방울 떨어트려 주었다.

“하아~ 시원하다. 이제 좀 살겠네.”

포션이 효과를 발휘하는지 에단의 얼굴이 헤실헤실 풀려 나갔다. 그러다 문득 무슨 생각을 했는지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런데 대장, 저희들 계속 들어갑니까?”

순간 옆에 앉은 사람과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거나 배를 채우던 소리가 딱 그치고, 모두가 이어질 대답에 귀를 기울였다. 지금 그들의 마음도 에단의 질문과 같았다. 이 지옥 같은 시온의 숲 속을 계속 헤매야 하는가. 계속해서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가. 그들은 이제 그만 이 시온을 나가고 싶었다. 솔직한 심정으로 시온을 너무 쉽게 봤다. 이곳은 정말 지옥이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이 희망사항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그들의 대장이 하는 말은 언제나 같았다. 

“당연히 임무 철회에 대한 연락은 없었다.”

하아. 앉아 있던 대원들의 마음에서 깊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대장의 말대로 그들은 임무 수행 중이었다. 그것을 포기하고 돌아가기 위해서는 임무를 포기할 수 있는 조건들이 필요한데, 아쉽지만 현재로서는 충족된 조건이 아무것도 없었다.

“특히 지금은 우리 이외의 팀이 확인된 상황이다. 그놈들보다 조금이라도 앞선 지금 어떻게든 우리가 먼저 목표를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전날 그들이 진입한 우측 방향에서 제법 강력한 폭발이 연쇄적으로 일어난 것을 확인했다. 에단이 마법적인 폭발임을 추가로 확인했다. 다른 자들이 시온으로 진입하면서 몬스터와 충돌한 결과 생긴 전투의 흔적이었다. 한 곳이 확인된 이상 다른 곳으로도 진입하고 있는 자들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죽도록 고생했지만 티끌만 한 흔적도 찾은 게 없습니다.”

“아직이다. 네 눈 덕분에 넓은 부분을 한 번에 살필 수 있지만, 실제 우리가 조사한 부분은 시온의 일부분일 뿐이다. 아직 돌아보지 못한 곳에서 분명히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 네가 좀 더 고생해라. 기대하고 있다.”

“큰 기대 안 하신다면서요.”

시온에 들어오기 전 대장이 했던 말이었다.

“네가 할 수 있는 능력 밖의 일에는 기대 안 해. 대신 네가 할 수 있는 능력 안에서 기대하고 있다.”

“대장은 진짜 사람 다루는 방법이 난폭하다는 거 아셔야 합니다.”

대장은 정말 아슬아슬한 한계까지 사람을 몰아붙인다. 불가능한 사항이 아니다 보니 죽을 둥 살 둥 악을 쓰며 일을 할 수밖에 없도록 말이다. 당하는 사람은 죽을 맛이다.

“포션이나 더 부어 줘라. 헛소리하는 걸 보니 많이 피곤한 모양이다.”

“옙!”

대장의 말에 테일이 기합 든 대답을 하고는 작은 포션 병을 에단의 입에 물리고, 눈에도 포션을 더 부었다. 일단 포션으로 에단의 입을 막은 대장은 다른 대원들에게도 포션을 복용해서 빠르게 피로를 풀도록 하고는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이렇게 그냥 봐서는 그저 조용한 숲이다. 하지만 안전한 길을 조금만 벗어나면 자연이 인간에게 줄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의 위험이 덮쳐 왔다.

다행히 자신들은 그런 위험을 미리 알고 피할 수 있었기 때문에 사람이 상하는 인명 피해는 입지 않을 수 있었다.

이것이 다 에단의 눈이 가지고 있는 특수한 능력 덕분이었다.

‘간파의 눈’

사물을 잘 분별하여, 그것이 가지고 있는 본래의 성질을 드러내 보이게 하는 것이 바로 ‘간파의 눈’이 가진 힘이었다. 사용하기에 따라서는 그 응용 범위가 제법 넓은 능력이었다.

다른 자들의 침입과 그들이 사용한 마법을 에단이 확인할 수 있었던 것도 간파의 눈 덕분이었다. 또, 그들이 이곳까지 피해 없이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었던 것과 지금 휴식하고 있는 장소를 고를 수 있었던 것 역시도 에단이 그들의 앞에서 위험 요소를 확인하고 그것을 회피, 또는 파괴하고 전진할 수 있도록 확인해 준 덕분이었다.

그의 눈은 위험 정도와 함께 힘의 종류에 대해서도 꿰뚫어 보는 것이 가능했던 것이다. 물론 이런 능력이 만능은 아니었다. 에단이 볼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것은 볼 수 없었다. 그가 인지할 수 없는 것은 확인할 수 없었다. 또 그의 능력 범위 밖의 존재나 현상이 발생할 때도 그는 그 일을 간파할 수 없었다. 확실히 범용성이 뛰어나지만 그 한계 역시 확실한 능력이라고 할 수 있었다.

‘초인’

간파의 눈에 대해서 생각하던 대장의 눈에 에단의 모습이 들어오자 그의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떠오른 단어였다. 에단처럼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특별한 수련도 없이 인간을 뛰어넘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고 해서 인간을 넘어섰다는 뜻으로 초인이라고 불렀다. 고된 수련으로 인간의 경지를 넘어선 검사나 마법사가 보기엔 어이없는 호칭이었다. 그들에게는 오만하게만 들리는 말이었다. 아무런 노력도 없이 주어지는 능력이라니. 기가 막힌 일이었다.

벌떡!

대장이 꼬리를 무는 생각에 빠져 있는 사이, 가만히 누워 있던 에단이 급하게 몸을 일으켰다.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대장을 비롯해서 주변에 앉아 있던 대원들이 급히 검을 꺼내 들고 경계 태세에 들어갔다. 방금 전까지 늘어져 있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팽팽하게 당겨졌다.

“무슨 일이야?”

사방을 둘러봐도 딱히 문제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대장은 고개를 돌려 에단을 바라보았다.

“하늘이…….”

그 순간 에단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눈에 존재하던 두 개의 별은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며 두 개의 푸른 원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에단의 경우 능력의 발휘 정도에 따라 별의 회전 속도가 다르다. 다시 말해 현재 그의 능력이 최고치로 발휘되고 있다는 뜻이었다.

“부서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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