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 – 4화


[이드]-4-

“위험하다뇨?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라인델프의 말에 이곳의 사정을 전혀 까맣게 모르는 천화가 되돌려 물었다.

그리고 그의 물음은 일란이라는 사람이 풀어주었다.
“그러니까 이 숲 시온은 유난히 몬스터들이 많은 곳입니다. 그래서 이곳을 지날 땐 실력이 있는 사람 여럿이서 함께 합니다. 그런데 이 숲에 대해 모르셨습니까?”

은근히 자신들이 실력이 있는 인물들이란 걸 드러내는 말이다.
말 잘하게 생겼군.
“아니요 몰랐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멀리 떨어진 곳의 작은 마을에서 볼일 때문에 온 것입니다. 그래서 지명이나 이런 숲의 소문은 잘 모릅니다.”

천화의 즉석 거짓말을 듣는 이들 모두 그런가 보다 하는 것 같았다.
이번에는 하엘이라는 소녀가 내게 말했다.
꽤 예쁘게 생겼다.
“그럼 이 숲을 나가실 때까지 저희와 함께 하시지요.”
“음 그게 좋겠군요. 저희와 함께 가시지요.”

하엘의 말에 그래이도 같이 나에게 권했다.
천화에게는 듣던 중 반가운 말이었다.
이곳의 지리나 사정을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나야 좋지. 이런저런 말도 들을 수 있고 길도 잘 모르는데… 물론 라미아에게 이미지트랩이란 걸 쓰게 하면 되겠지만 말야.’

그들과 같이 천천히 걸으며 천화, 아니 이드가 그들에게 물었다.
(이제부터는 이드란 이름을 쓰겠습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어디를 가시는 길입니까?”

그의 질문에 대한 대답은 그래이가 했다.
“저희는 그러니까… 수행입니다. 여기 하엘은 이리안의 사제로서 수행을 나선 것이고 저는 하엘을 따라 나선 겁니다. 검도 꽤 쓸 줄 알기에 그것도 수행할 겸해서요. 그리고 일란과 라인델프는 저희들이 걱정된다며 따라나선 것이고요.”

‘음~ 한마디로 하엘을 따라왔단 말이군…’

그는 엘프인 일리나에 대해서는 말이 없었다.
이 숲에서 만났다니 그녀에 대해서 잘은 모르는 듯했다.
“그리고 지금은 우선 신전을 찾고 있습니다. 저희가 사용하던 힐링포션이 바닥나는 바람에… 이드님은 어디로 가십니까?”
“잘됐군요. 여러분들과 목적은 다르지만 저 역시 신전을 찾아갑니다. 괜찮으시다면 동행을 했으면 하는데요.”

이드의 말에 불만을 표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통과…
“그런데 하이엘프분께서는 어딜 가시는 길입니까?”

그녀는 이드의 말에 상당히 놀라는 듯했다.
하이엘프는 보통 사람은 잘 알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놀라기는 다른 일행 역시도…
“하이엘프? 그럼 일리나 양이 하이엘프란 말입니까?”

그녀는 조용히 내게 말했다.
“제가 하이엘프란 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보통 사람은 알아보지 못하는데요!”
“아… 제가 아는 하이엘프분이 계시거든요. 그래서 알아본 것입니다.”
‘여기서 내가 느는 건 거짓말뿐일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이드의 말을 들으며 그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이드의 말을 완전히는 믿는 눈치는 아니었다.
‘나라도 안 믿겠다. 하이엘프를 알아보는 게 어디 알고 지낸다고 가능한 것이 아닌 것이다.’
(그래이드론의 데이터검색결과.)
“그런데 무슨 신전을 찾고 있는데?”

(여기서부터 말을 놓겠습니다. 그리고 나이는 이드가 제일 어립니다. 하엘은 19살이고 그래이 역시 같은 나이입니다. 일란은 40이었고 드워프나 엘프의 나이야 알아서 무엇하겠습니까?)

사제인 하엘이 신전에 관련된 일이라 그런지 이드에게 물어왔다.
“특별히 찾고 있는 신전은 없어. 굳이 찾자면 각 신전의 최고위 신전을 찾는 거야. 아니면 최고위 신관이나.”

여기서 이드의 말에 의문을 가지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간단히 대답해 이드가 찾고 있는 그 세 명의 신들은 알려진 바가 거의 없어서 모시는 신전이 없다고 한다.
물론 그래이드론의 데이터 검색결과다.
“그럼 그분들을 찾아서 무엇을 하실 생각인데?”
“내가 찾고 있는 분들에 대한 행방. 그리고 그분들에게 묻는다기보다는 그분들께서 모시고 계신 신들께 직접 묻는 거지.”

그녀는 아니 그녀뿐 아니라 모두가 내 말에 놀란 듯했다.
“대체 찾고 계신 분들이 누구시길래 신께 직접 물으시려 하는 거야? 신들께서 그런 질문에 답하실까? 게다가 신께서 직접 인간에게 대답하신 일은 최근 100여 년간 한 번도 없었단 말이야.”
‘설명할까? 하자면 못할 것도 없지만 길고 또 뒤처리가 문제다.’
“하하 그건 좀 비밀이라 이해해요.”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숲을 빠져나온 일행은 슬란이라는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음날 마을 앞에서 우리는 잠시 멈춰 섰다.
우리 목적지는 정해졌지만 일리나의 목적지가 정확하지가 않아서이다.
“저는 아무래도 여기서 여러분들과 인사를 해야겠군요.”

이드가 그녀에게 물었다.
“어디를 가시는데요?”
그녀는 이드를 바라보며 황당한 말을 웃으며 답했다.
“저는 골드 드래곤의 수장을 찾아갑니다. 그가 가지고 있는 한 가지 물건을 건네받기 위해서죠.”

드래곤이라는 말에 나머지 일행(이드는 제외다^^)은 황당하다는 얼굴로 일리나를 바라보았다.
아니, 드래곤을 찾아간다는 말을 어떻게 소풍 가는 것처럼 말할 수 있는 것인가…
역시 엘프라고 말할 수밖에는…

그러나 이드에게는 좋은 소식이었다.
언젠가 드래곤을 찾아가 봐야 하는 그로서는 이것이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일리나. 그럼 조금 더 저와 같이 있다가 저와 함께 가죠. 저도 드래곤에게 볼 일이 있거든요.”

이드의 말에 라인델프가 황당하다는 듯이 끼어들었다.
“이것 봐. 너희들 도대체 드래곤을 무엇으로 보는 거야. 그렇게 만나고 싶다고 쉽게 만나지는 게 아니란 말이다. 그리고 그들과의 만남은 목숨을 걸고 하는 거야. 너희처럼 그렇게 소풍 가는 듯한 것이 아니란 말이다. 특히 너, 이드. 하이엘프는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지만 인간인 네가 어떻게 드래곤과 상대하겠단 거냐?”

‘으~ 목소리 한 번 엄청나게 크군…’

“이것 봐요, 라인델프. 드래곤은 현명하다잖아요. 그러니 내 말 정도는 들어줄 거라구요. 그리고 내가 주는 것을 받으면 오히려 그들이 기뻐할걸요.”

“으~ 너 임마, 내가 하는 말을 뭘로 들었어? 드래곤은 혼자 사는 동물이야. 네 말을 그렇게 얌전히 들어주지 않아. 자신의 영역에 함부로 침입하면 그대로 끝이라구.”

‘~ 목소리 크고 입도 험하네…’

“어찌하든 전 괜찮다니까요. 어때요, 일리나? 저와 함께 가시지 않을래요?”

라인델프가 일리나를 향해 말했다.
“이봐, 엘프. 너도 제정신이냐? 도대체 드래곤을 찾아가 뭘 하겠다는 거냐? 너희들이 아무리 숲의 종족인 엘프, 그것도 네가 하이엘프라 하더라도 그 자존심 쎈 드래곤들이 널 상대를 해 줄 것 같아…?”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으실 것 같군요. 제가 찾아가는 드래곤은 저희 종족과 어느 정도의 안면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괜찮은 거죠.”

라인델프에게 말을 끝내고, 일리나는 이드를 바라보며 이드의 물음에 답했다.
“이드가 괜찮다면 그렇게 하기로 하지요.”

일리나는 이드를 확실히 신뢰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가 자신이 하이엘프란 것을 알아보고 드래곤을 찾는 단말에 관심을 가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맡은 일이 분초를 다툴 정도로 바쁘지는 않기 때문에 이드와 함께 움직여 보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결론을 지은 그들은 신전이 있는 켈빈으로 향했다.
그러나 출발한 지 1시간이 조금 넘었을 때, 일행은 멈춰야 했다.
이유는 그들 앞에 나타난 20명의 사내들 때문이었다.

모두들 칼이나 도끼 등의 무기를 쥔 것으로 보아 강도 같았다.
일란이 먼저 나서서 말했다.
“왜 그러십니까?”

“몰라서 묻지는 않을 텐데? …너희가 보석을 바꿔서 엄청난 금액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순순히 내주었으면 하는데 난 피 보는 것을 원치 않아.”

‘간단히 줄여 산적이다. 돈 내놔라, 안 내놓으면 죽인다. 이거로군. 그러면 당연히 대답은 간단하지…’

여기서 이게 무슨 소린지 이야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전날 이곳의 돈을 가지지 않은 이드는 그래이드론의 동굴에서 가지고 나온 보석을 돈으로 바꿨는데, 그 보석이 엄청난 것이어서 그 보석집의 전 재산인 일백억 실링을 받아 나온 것이었다.
그리고 그 소문이 근처에 퍼져 저런 강도들이 사람이 없는 길에서 기다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