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뢰도 6권 39화 – 세 번째 암습

비뢰도 6권 39화 – 세 번째 암습

세 번째 암습

존경하고 경애하는 검존 공손일취로부터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고 임무 수행 중인 비영각 추혼대 대주 천리추종 수독거는 요즘 머리에 쥐가 날 것 같았다. 자신의 두 눈으로도 믿기 힘든 일이 벌써 두 번씩이나 일어난 것이다.

다행히 피해는 없었지만, 암살 전문가들이 분명했다. 그러니 비선에 종사하면서 이런 일은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수하들을 풀어 뒷조사를 시켰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단서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었다.

밀명을 수행 중이라 호북 분타에 협조 요청도 하지 못한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안절부절 못할 뿐이었다.

‘왜 이 일을 맡고부턴 제대로 풀리는 일이 하나도 없는 것일까!’

속이 답답했다.

‘도대체 어떤 놈들이기에 천무학관의 관도들을 노린단 말인가?”

자칫 잘못하면 백도 전체를 적으로 돌릴 수도 있는 위험을 안고 있는 일이었다. 이런 일을 서슴없이 저지른 놈들이 보통의 조무래기들일 리가 없었다. 게다가 시체 에도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으로 보아 얼마나 철저한 훈련 속에 단련되어 온 놈들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이런 실력을 지닌 사람들을 이 정도 크기로 부릴 수 있는 곳은 단 두 곳밖에 없었다.

‘역시 그들이란 말인가?”

하지만 이 두 곳은 둘 다 너무나 엄청난 곳이라서 추측만으로는 문제 제기를 쉽사리 할 수 없었다.

그때였다.

“크윽!”

단말마의 비명은 짧았다. 무의식중에 고개를 돌린 수독거의 눈에 믿기 힘든 광경이 들어왔다.

왠 비쩍 마른 키 큰 노인 하나가 장난스럽게 추혼대 대원 한 명의 목에 쇠꼬챙이 같은 검을 밀어넣고 있었다. 마치 장난이라도 치는 것 같았다.

“이런! 이런! 주위에 꼬인 파리떼들도 처리하란 이야기는 못들었는데? 이 잡것들은 도대체 뭐야?”

앙상하게 마른 노인이 쉬지 않고 검을 놀리며 투덜거렸다.그러자 비쩍 마른 노인의 뒤에 서 있던 비대하게 살찐 노인이 후덕한 웃음을 지으며 그를 달랬다.

“참게! 겨우 이 정도 애송이들이야 덤으로 처리하면 되는 거 아닌가!”

“초과 업무로군! 그 녀석 하나 조종하는 것만으로도 힘들어 죽겠는데 자넨 옆에서 구경이나 할 셈인가?”

“허허허! 엄살 떨지 말게나! 겨우 이런 피라미들 잡는데 무슨 기력이 소모된다고 죽는 소리하나. 그러니 자네가 살이 안 찌는 걸세!”

“그러니 자네가 살이 안 빠지는 거지!”

홀쭉한 노인이 퉁명스레 대꾸했다. 뚱뚱한 노인은 여전히 웃고만 있었다.

두 사람은 마치 놀러라도 나온 사람들 같았다.

“컥”

입으로는 연신 투덜거리면서도 노인은 손으로는 잠시도 자신의 일을 쉬지 않았다.

검을 뽑아 미처 몸을 방비하기도 전에 강팍한 노인의 손에 들린 검이 수하들의 숨통을 사이좋게 끊어 놓았다. 비쩍 마른 노인의 손속은 너무도 빠르고 깔끔했다. 노인의 무시무시한 일검에 수독거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고락을 같이 해 오던 수하들이 거미줄에 걸린 나비들처럼 옴짝달싹 못하고 숨통을 노인의 칼날 아래 내어 주었다.

“지켜만 보고 있으려니 심심하군.”

그제서야 곁에서 강건너 불구경하듯 지켜보기만 하던 뚱뚱한 노인이 도를 빼들었다. 보기에도 육중하게 생긴 거도(巨刀)였다. 그가 단숨에 거도를 휘둘렀다.

“부우웅!”

“콰직!”

“크아아악!”

노인의 일도(一刀)는 벤다기보다는 때려부순다는 느낌이었다. 도를 휘둘러 파리잡듯 사람을 때려잡는 그 모습은 공포스럽기 그지없었다. “서…설마!”

비각에 몸 담고 있는 사람의 한 명으로서 수독거는 노인들의 정체를 머리 속에 떠올릴 수 있었다.

푸짐하게 살찐 뚱뚱한 노인과 비쩍 마른 노인 둘이 짝을 이루는 사람 중에 이만큼 잔혹하고 깔끔한 솜씨를 지닌 이들은 단 하나밖에 없었다. 그들은 이쪽 업계에서 도 기피의 대상으로 치부되는 인물들이었다. 같은 흑도에서조차도 꺼리는 인물!

그렇다면 저 노인들은…….

“천지쌍살(地雙殺)! 초혼검(招魂劍) 명왕도冥王刀)!”

수독거의 입에서 경악성이 터져 나왔다.

앙상한 나뭇가지처럼 키가 크고 비쩍 마른 노인이 바로 천살(天) 초혼검이었고, 비대할 만큼 푸짐하게 살찐 노인이 바로 지살(地) 명왕도였다. 흑도에서 우는 아이도 뚝 그친다는 악명의 소유자였다.

“아니, 5년 전에 자취를 감추었다는 저 노괴(老怪)들이 갑자기 어디서 튀어나온 것이란 말인가?…

자신의 예상이 맞다면 잘못 걸려도 한참 잘못 걸린 것이다. 이대로는 승산이 없었다.

“흐흐흐! 꽤나 똑똑한 아해구나! 정답이다. 그럼 상을 주어야겠지?”

안타깝게도 수독거의 예상은 적중했다.

천살(天)이 괴소를 흘리며 수독거를 바라보았다. 수독거는 소름이 오싹 돋았다. 천살의 눈에는 요광(光)이 번뜩이고 있었다. 사람의 것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 도로 사이(邪異)한 눈빛이었다. 요사하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았다.

‘정면으로 부딪치면 승산이 없다!’

믿을 건 다리밖에 없었다.

“파앗!”

수독거는 체면 차리지 않고 다급히 신형을 뒤로 뺐다.

도주(逃走)!

비밀 첩보에 종사하는 사람에게 죽음을 불사하는 백절불굴(百折不屈)의 정신은 미덕(德)이 아니었다. 어떤 치졸한 수를 써서라도 끝까지 살아남아 소식을 전하 는 것! 이것이야말로 첩보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는 지상 최대의 과제였다.

“건방지구나!”

벌써 오장 이상 신형을 뒤로 뺀 수독거를 향해 천살이 검을 내뻗었다. 광시(矢) 같은 검기가 쇠꼬챙이 같은 그의 검봉(劍鋒)으로부터 튀어나와 섬전처럼 날아갔 다. 감히 천지쌍살 앞에서 몸을 빼려 하다니 너무 건방졌다.

“어떤가?”

지살이 물었다.

“놓쳤군!”

천살은 잠시 자신의 손을 내려다 보고는 대답했다. 설마 놓칠 줄이야…….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허허! 쥐새끼가 보기보다 재빠르군! 아니면 자네의 솜씨가 녹슨 건가?”

“너무 오래 쉬었는지 모르지.”

““쫓을까?”

지살이 의견을 물었다.

“됐네! 자네의 다리면 충분히 잡을 수야 있겠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지않나. 애들 중 하나를 보내지.’ “그렇군!”

“그놈은 절대 살아날 수 없을걸세!”

천살이 단호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