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록 말세편 1권 9화 – 황금의 발 5 : 그가 걸어야 할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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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록 말세편 1권 9화 – 황금의 발 5 : 그가 걸어야 할 길


그가 걸어야 할 길

‘제길! 이 작자가 미쳤나!’

현암은 안 그래도 청년 하나가 다리를 잡는 바람에 살짝 균형 을 잃으려는 참이었는데, 거기다가 백 목사까지 덤벼들자 내심 당황했다. 순간, 서 교주가 그 짧은 틈을 놓치지 않고 소용돌이 치는 기운을 인정사정없이 내쏘았다. 현암도 기합성을 내면서 오른손에 모았던 ‘탄’ 자 결의 구체 두 방을 동시에 내쏘며 월향 검을 공중에 흩뿌렸다. 공력을 뽑아 올리자 현암의 코와 입에서 는 이제 시꺼먼 피가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다시 공력을 채운 월향검은 귀를 쏘는 듯한 날카로운 귀곡성 을 내면서 위로 솟구쳐 올랐다. 백 목사가 곡괭이를 휘두르며 현 암에게 미친 듯 달려들었으나 현암이 살짝 힘을 주어 밀자 백목 사는 비틀거리면서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월향검은 서 교주를 향해 떨어져 내려갔고 서 교주는 헉 소리를 내면서 입으로 강한 바람을 내뿜었다.

현암이 내 ‘탄’자 결의 구체는 서 교주의 소용돌이에 부딪 쳐 무시무시한 빛을 내리며 폭발해 버렸다. 그러면서 소용돌이 의 위력이 많이 약해져 두 갈래로 갈라지고 말았다. 뒤이어 다른 한방의 ‘탄’ 자결 구체가 갈라진 한쪽 소용돌이를 명중시키자 소용돌이는 소멸되어 사라져 버렸다. 현암은 피를 왈칵 내뱉고 는 부들거리는 몸을 이를 악물고 추슬렀다. 전신의 힘을 다하여 간신히 남은 공력을 모두 끌어모아 오른손에 ‘탄’ 자 결의 구체 를 하나 더 모았다.

월향검은 계속 찢어지는 듯한 귀곡성을 내면서 서 교주에게 달려들려고 했으나, 서 교주가 뿜어내는 바람은 무서운 힘을 지 니고 있었다. 그래서 서 교주와 월향검은 약간씩 뒤로 밀려 나가 면서 계속 서로를 밀어붙이는 중이었다.

서 교주가 뿜어낸 무서운 소용돌이의 반쪽은 이미 현암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 틈을 타서 ‘탄’ 자결한방 만 더 맞히면 제아무리 서 교주라 할지라도 끝장날 것이다. 그러나 현암은 차마 ‘탄’ 자 결의 구체를 내쏠 수 없었다. 자신에게 떠밀린 백 목사가 비틀거리며 엉덩방아를 찧었는데 그곳이 나머지 소용돌이가 막 밀어닥치려는 길목이었다.

‘아…… 제길! 제기랄!’

현암은 이를 갈면서 고민하다가 마지막 남은 ‘탄’ 자 결의 구 체를 소용돌이를 향해 내쏘았다. 소용돌이는 다시 한번 화려한 빛의 폭발과 함께 사라졌고 현암은 털썩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 았다. 현암이 주저앉는 것을 본 월향이 무시무시한 귀곡성을 내 었다. 월향검의 힘은 공력이 소모됨에 따라 점점 약해져 가는 데 에 반해서 교주의 힘은 점점 강해지는 것 같았다.

그때, 월향검에서 빛이 솟구쳐 올랐다. 그러면서 월향검에 맺 혔던 검기가 별안간 왈칵 늘어났다. 서 교주는 놀라 눈을 부릅뜨 며 힘을 더 모았지만 월향검에 맺힌 검기는 그 기운을 가볍게 가 르면서 서 교주의 입안으로 파고들어 갔다.

“크…… 크으윽!”

다음 순간, 곧바로 힘을 잃은 월향검이 서 교주가 뿜어낸 기운 에 밀려 뒤로 날아갔고 한순간 솟구친 검기도 사라져 버렸다. 그 러나서 교주의 몸이 휘청거렸다. 곧이어 서 교주의 머리가 조용 히 두 토막으로 나뉘어 스르르 미끄러지며 목 부위가 털썩 땅바 닥에 떨어졌다.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이 날카로운 검기는 서 교 주의 머리를 깨끗하게 절단해 버렸던 것이다. 힘을 완전히 잃은 서 교주의 머리 없는 몸도 뒤이어 털썩 땅에 쓰러지면서 가루가 되어 사방에 흩어졌다. 월향검 또한 휙 하고 뒤로 밀려나 벽에 몇 번을 부딪히며 불똥을 튀기다가 땅에 떨어졌다.

‘끝난 건가……………..’

현암은 이제 두 번째로 얻었던 힘마저도 모조리 써 버린 상태 였지만 아직 의식을 잃지는 않았다. 그런데 느닷없이 돌무더기 한편에서 뭔가가 휙 솟아올랐다. 황금의 발이었다.

“어엇!”

현암이 채 몸을 피할 겨를도 없이 황금의 발은 살아 있는 듯 이 튀어 오르면서 현암의 얼굴을 강타했다. 더 버틸 기운도 없던 현암은 헉 소리를 내며 넘어졌다. 황금의 발은 현암의 목을 밟고 무서운 힘으로 눌러 댔다. 거기다가 직직거리는 전기의 기운이 황금의 발에서 솟아 나와 현암의 몸을 태울 듯 지지기 시작했다. 준후의 뇌전술과 비슷한 충격이었다. 현암은 극렬한 고통에 비 명을 질렀다.

“아악!”

현암의 마음속으로 서 교주의 외침이 들려왔다. 증오와 원한에 가득한 목소리가…………….

너……너…………… 너 때문에 모든 것이 …………. 나를………… 나를 이 모양으로・・・・・・ . 같이 지옥으로…………… 지옥으로 가자!

서 교주의 악령이 아직도 없어지지 않고 황금의 발에 붙어 현암을 죽이려 하는 것이다. 정말 지독하게도 끈질긴 놈이었지만, 현암은 더 이상 저항할 방법조차 없었다. 거기다가 저쪽에서 백 목사가 곡괭이를 들고 뛰어와 현암의 다리를 맹렬하게 찍어댔 다. 다행히 정통으로 맞지는 않았지만 곡괭이 날에 스친 현암의 다리에서도 피가 솟구쳤다.

“무…… 무슨 짓을……!”

현암은 숨이 막히는 참이라 말을 잇지 못했으나 백 목사는 미 친듯이 소리쳤다.

“너희는 너희는 모두 악마들이다! 모두 죽어라! 모두! 주 님의 이름으로!”

백 목사의 얼굴은 광기로 물들어 있었다. 사탄과 사악한 힘에 대한 증오라고는 하지만, 오히려 그의 그런 모습이야말로 악마 의 얼굴에 가까워 보였다.

“아………… 아니 …………. 그것이 아니…….”

이번엔 현암의 이마를 향해 곡괭이를 휘두르던 백 목사가 별 안간 조금 멈칫하면서 약간 균형을 잃었고 그 와중에 곡괭이가 조금 아래로 숙여졌다. 현암은 눈앞이 아찔했으나 죽을힘을 다 해 몸을 조금 비트는 데 성공했다. 백 목사의 곡괭이는 현암의 목을 누르던 황금의 발에 정통으로 명중했다.

“으아아악!”

“캬아악!”

백 목사의 몸에 전기가 퍼지면서 백 목사는 비명을 질렀고, 정 통으로 곡괭이에 맞아 깨진 황금의 발이 두 토막이 나자 허공에 서는 서 교주의 처절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현암을 고통스럽 게 하던 뇌전의 힘은 모조리 백 목사와 황금의 발로 옮겨 갔다. 현암은 목에 약간 스친 상처를 입었지만 재빨리 몸을 옆으로 굴 려서 황금의 발에서 떨어졌다.

서 교주의 남은 힘이 모두 걷잡을 수 없이 터져 나가면서 황금 의 발과 백 목사의 몸을 동시에 에워쌌다. 현암은 부들부들 떨며 가까스로 돌 조각을 들어 백 목사의 곡괭이 자루 쪽을 내리쳤다. 백 목사의 곡괭이가 부러지면서 백 목사가 펑 소리와 함께 뒤로 자빠졌다.

황금의 발은 공중으로 수없이 많은 가는 번개 모양의 방전을 흩뿌리면서 녹아 들어갔고, 최후의 순간 요란한 소리와 함께 폭 발해 버렸다. 폭발의 힘 때문에 현암은 벽까지 밀려나 부딪혀 넘 어졌다. 그러나 현암은 이를 악물고 눈을 떴다.

이제 서 교주의 자취와 그 어두운 힘의 자취는 아무 곳에도 남 아 있지 않았다. 서 교주는 결국 예전과 마찬가지로 스스로 자신 의 혼을 태워 버린 것이다. 서 교주가 사라지자 넘어진 채 기계 •처럼 버둥거리던 청년들도 끙끙 소리를 내더니 축 늘어졌다. 

‘끝났나…………….’

중얼거리며 무심코 늘어뜨린 팔에 뭔가 바스락거리며 닿았다.

현암은 그쪽을 보다가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그것은 찢어진 책의 겉장이었는데 다음과 같은 여섯 글자가 씌어 있었다.

“海東鑑訣原典”

‘이게! 이게 바로 『해동감결의 원전이란 말인가! 이게 정말 여기에 있었단 말인가!’

현암은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아까 부서졌던 비밀 금고가 눈에 들어왔다. 이 방은 해동밀교 때부터 만들어져 귀중한 것들 을 보관해 오던 방이 틀림없었다. 그래서 예전의 대붕괴 때에도 무너지지 않고 남은 것이고, 그 안에 「해동감결」 원전이 보관되 어 있었던 것이다. 서 교주의 혼령은 강 집사 등을 사주하여, 자 신이 세상에 남을 수 있는 모체가 되는 황금의 발을 가장 안전 한 이곳에 보관하도록 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조금 전에 현암의 ‘탄’ 자결을 맞아 금고가 부서지자, 그 안에 들어 있던 책이 쏟아 져 나온 것이다.

‘드디어! 드디어 이것을 얻었구나! 드디어!’

현암은 기운이 살아나며 뛸 듯이 기뻤다. 기분이 안정되고 기 쁨을 느끼자 몸에서 쏟아지던 피의 흐름이 멈추었다. 지금 기운 은 하나도 없었지만, 이제 천정개혈대법을 무리하게 펼쳤던 부 작용은 사라진 듯했다.


조금 쉬고 나서 현암은 몸을 일으켜 돌무더기를 뒤졌다. 그리고 결국 『해동감결』 원전의 나머지 부분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하하… 드디어!”

현암은 기뻐서 웃다가 퍼뜩 정 선생과 미리를 떠올리고 그들 쪽으로 비틀거리며 걸어갔다.

정 선생은 거칠게 숨을 내쉬고 있어 그나마 안심이었다. 그런 데 미리를 살피던 현암은 깜짝 놀랐다. 미리는 몸을 조금 밖으로 뻗은 채 백 목사의 발목을 쥐고 있었다.

‘’그러니까 아까 백 목사가………… 내 머리를 맞히지 못한 것이 미리 덕분이었구나…………….’

현암은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그녀를 일으키려고 손을 내뻗었으나 미리는 차가운 시체가 되어 있었다. 죽은 지 이 십분 이상이 지난 듯, 사후 경직이 시작되고 있었다.

현암은 슬픔과 놀라움이 뒤엉킨 마음에 몸이 떨려 와서 『해동 감결』 원전이 툭 떨어지는 것도 느끼지 못했다. 서 교주와의 마 지막 싸움은 고작해야 삼사 분 전의 일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미 리의 몸이 이렇게 식은 것일까? 미리는 이미 죽은 지 오랜 시간 이 지났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죽은 미리의 손이 어떻게 백 목사 의 발을 잡아당긴 것일까? 우연의 일치일까? 그도 아니라면 미 리의 혼령이

현암은 기적적으로 찾은 『해동감결』 원전을 주워 들 생각도 하 지 않고 그 자리에 털썩 꿇어앉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이윽고 소리를 내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때 백 목사가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아직도 반쯤 정신 나간 얼굴의 백 목사는 죽은 미리의 굳은 손이 자신의 발목을 잡고 있 는 것을 보고는 노기를 터뜨리며 부러진 곡괭이 자루를 휘두르 려 했다.

“이런 사악한 여자가…………!”

그러나 백 목사는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현암이 힘껏 백 목사의 따귀를 후려갈겼기 때문이다. 백 목사는 헝겊인형처럼 저만치로 나가떨어져 헉헉 소리를 내면서 쓰러져 버렸다. 현암이 천천히 말했다.

“그래……………. 나는 악마일지도 모른다. 그래. 당신 혼자 옳다고 믿는 것도 좋다. 다 좋아. 하지만…………… 하지만 죽은 사람을 욕되 게 하지는 마라.”

“주여・・・・・・”

오 주여! 사악한 마수로부터 저를 보호하사………….”

백 목사가 자못 심각하게 기도를 하기 시작하자 현암은 냉랭하게 웃었다.

“자기 신앙과 자기 생각과 자기 판단만 옳다고 믿는 게………… 그리도 자랑스러운가?”

현암은 눈물을 흘리면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해동 감결 원전을 집은 다음 기절한 정 선생의 몸과 미리의 시신을 조심스럽게 양쪽 어깨에 메었다. 몸을 추스른 뒤에 눈짓을 보내자 월향검이 힘없는 소리를 내며 왼팔로 날아들어 칼집에 탁 꽃혔다. 현암은 비틀거리면서 두 사람의 몸을 메고 통로를 나섰다. 그러자 백 목사가 뒤에서 소리를 질렀다.

“사탄! 귀신 들린 자! 나는 네놈만은 용서할 수 없다! 이 더러 운 악마! 이 더러운 놈!”

현암은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현암이 밖으로 나갈 때까지 백 목사는 계속 기도와 저주를 반복하며 그 뒤를 쫓았다. 곧이어 정신을 차린 수많은 사람들도 하나둘씩 백 목사를 따라 현암을 비난하고 욕하고 저주하기 시작했다. 그들 이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면 아까처럼 현암을 때려죽 이려 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현암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계속 걸었고 사람들 중 누 구도 무시무시한 몰골이 된 현암의 뒤를 감히 따르려 하지 않았 다. 그들은 이제 현암에게 돌을 집어 던지고 있었다. 주의 권능 으로 자신이 저 더러운 환상을 보지 않게 해 달라고 부르짖는 자 도 있었다. 그들의 아우성이 주악산을 감쌌다. 그들은 그 모든 것이 환영이라고. 사탄의 더러운 유혹이라 외쳤다.

현암의 뒤로 돌이 우박처럼 떨어졌다. 대부분은 엉뚱한 곳에 떨어졌지만, 몇 개는 현암의 몸에 맞기도 했다. 현암은 정 선생 과 미리의 시신이 돌에 맞지 않도록 몸을 추슬렀다. 그런 뒤 터 벅터벅 걸었다. 돌은 계속 날아왔고, 돌에 맞는 것보다는 더 아픈 욕설과 기도성과 외침 소리가 광기처럼 현암의 귀를 괴롭혔다. 

‘이게………… 이게 내가 걸어야 할 길이구나. 그렇구나………………’

그렇다. 백 목사는 악인이 아니다. 오히려 선량하고 의지가 강 한 사람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는 사탄보다도 더 악한 영향을 끼 칠지도 모른다. 그것이 세상의 문제이고, 그것이 악마의 수법일 지도 모른다고 현암은 생각했다. 자신이 앞으로 나아갈 길이 얼 마나 험난할지 현암은 깨달을 수 있었다.

미리의 시신이 어깨를 짓누르듯 아파 왔다. 현암의 눈에서 참 을 수 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어깨가 아파서가 아니었다. 앞으 로 자신이 짊어져야 할 짐의 무게를 생각하니 걷잡을 수 없이 눈 물이 흘러넘쳤다.

그렇게 현암은 산길을 걸었다. 얼마나 더 걸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어느덧 날이 새어 무심한 해는 또다시 떠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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